LG 품에 안긴 뒤 성과 없자 LG유플러스와 합병설 제기…LG헬로비전 “신성장 사업 추진…합병 계획 없어”
KT스카이라이프의 약진으로 LG헬로비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G헬로비전의 지난해 매출은 KT스카이라이프보다 40% 이상 많았지만 올해는 10% 안쪽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영업이익은 이미 뒤지고 있다. LG헬로비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45억 원, KT스카이라이프의 영업이익은 730억 원이었다.
LG그룹은 2019년 말 CJ그룹으로부터 LG헬로비전을 인수했지만 예상만큼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 KT 등 통신 강자들의 견제가 과거에 비해 심해졌고, 때마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OTT 열풍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LG유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별로 나지 않고, 다른 신사업도 생각만큼 자리는 잡지 못한다는 평가다.
#크지 않은 디즈니 효과
최근 유료방송업계는 지독한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방송 사업 매출은 1.9% 증가했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방송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1조 9328억 원에 그쳤다. LG헬로비전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LG헬로비전 TV사업 매출은 2020년 4분기 잠깐 반등한 이후 6분기째 역성장 중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말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를 발표할 때 LG헬로비전의 실적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 나왔다. LG유플러스의 IPTV와 LG헬로비전 케이블TV 셋톱박스를 통해서만 대형 화면으로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LG헬로비전은 2019년에도 넷플릭스와 단독 제휴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며 “대형 OTT 사업자는 그만큼 조건을 자사에 유리하게 가져가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고, 케이블TV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기존 가입자 이탈 방지와 약간의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그룹에 인수되기 전, LG헬로비전은 알뜰폰(MVNO) 사업에도 경쟁력이 있었다. 2015~2018년 분기 매출이 500억 원을 넘길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300억~400억 원대에 그치고 있다. 5G 도입으로 기존 대형 통신사 선호 현상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 통신사들이 5G 중간요금제마저 내놓으면서 5G 알뜰폰 사업은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헬로비전 최근 실적에서 성적이 좋은 것은 ‘기타’ 사업이다. 미디어와 렌탈, 그 외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대상 비즈니스) 사업을 하는 기타 부문은 올해 2분기 6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앞서 올해 1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6% 증가한 746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타 부문의 매출은 경상남도 교육청과 맺은 스마트 단말기 보급 계약 덕분으로 이익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렌탈 비즈니스는 경쟁이 워낙 치열해 큰 이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LG헬로비전 신사업의 미래는?
LG헬로비전은 각종 신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충전 사업이다. 기존 방송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전기차’라는 단어 하나가 부각되면서 증권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은 너무 많은 회사가 진출한 상태고, 기술적으로도 딱히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향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우려한다.
LG헬로비전은 KT스카이라이프처럼 미디어 사업도 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장윤정의 도장깨기’ ‘고두심이 좋아서’ ‘엄마는 예뻤다’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다. 최고시청률이 1%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LG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의 사례를 참고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SK브로드밴드는 IPTV와 케이블TV 등 방송사업과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등 통신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과 방송을 접목한 여러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의 매출은 2019년 3조 1678억 원에서 지난해 4조 492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450억 원에서 2756억 원으로 늘었다. SK브로드밴드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SK텔링크로부터 기업전화 사업을 인수했고, 지난해 서울 가산과 경기도 고양시에 데이터 센터를 신규 구축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합병설도 제기된다. 방송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콘텐츠는 한번 뜨면 존재감이 부각되지만, 매번 성공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고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LG헬로비전도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대형화하고, 연관된 사업 내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케이블TV와 알뜰폰 이외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와의 합병은)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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