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로스쿨생들. 막대한 돈을 들여 공부한 이들에게도 취업은 남 일이 아니다. 연합뉴스 |
그렇다면 고관대작들의 자녀들이 로스쿨 재학 중에 대형 로펌에 컨펌됐다는 소문은 사실일까. 취업 전쟁을 치르고 있는 로스쿨 내부의 은밀한 속사정과 맞물려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소문의 진상을 파헤쳐봤다.
‘모국회의원은 자신 아들의 입학을 염두해 두고 로스쿨 도입을 적극 찬성했다’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로스쿨 입학때 특혜를 받았다’
로스쿨 도입 과정에서부터 1기 졸업생을 배출한 현 시점까지 법조계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무성한 소문들이다. 하지만 정작 소문만 무성했지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로스쿨이 도입된 지 3년이 지나 첫 졸업생을 배출한 상황이지만 지금까지도 이러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국내 유명인사의 자녀들 상당수가 국내 로스쿨에 입학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현재 서울대 로스쿨에는 새누리당 안상수 전 대표의 차남 안 아무개 씨(32),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장남 원 아무개 씨(31), 조현오 경찰청장의 장녀 조 아무개 씨, 목영준 헌법재판관 아들 목 아무개 씨,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의 장남 주 아무개 씨(26), 김용균 전 행정법원장 아들 김 아무개 씨가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에는 목영준 헌법재판관의 딸 목 아무개 씨, 형법 저서의 권위자로 유명한 이재상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의 아들 이 아무개 씨, 하경효 고려대 로스쿨 교수의 딸 하 아무개 씨, 성균관대 로스쿨 최준선 교수의 아들 최 아무개 씨가 재학 중이거나 조만간 졸업할 예정이다.
연세대 로스쿨에는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의 아들 이 아무개 씨(28)가 재학 중이다. 서강대 로스쿨에는 손용근 전 사법연수원장의 남매가 나란히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 로스쿨에는 김병화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아들 김 아무개 씨가 재학 중이다.
그렇다면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들유명인사들의 자녀들이 소문처럼 취업 과정에서 실제로 ‘부모 덕’을 봤을까. 지난해 말 모 대형 로펌에서 채용 담당 변호사로 활동한 A 씨는 기자에게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A 씨는 “인턴 채용 시 서류심사 과정에서 출신학교와 학점은 필수기재 항목인데 선발된 한 학생이 학점을 제출하지 않고도 합격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부모가 유명 인사였다”고 귀띔했다.
이는 대형로펌 측이 인턴이나 실무수습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고관대작 부모를 둔 지원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결과 최종 채용 과정에서 유명인사 자녀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례로 서강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손용근 전 사법연수원장의 딸은 교내 전체 수석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내고 대형 유명 로펌에서 실무수습까지 마쳤지만 최종 선발에서 탈락했다.
물론 최종 선발된 유명인사의 자제들도 있다. 안상수 전 대표의 아들 안 씨는 대형로펌인 세종에, 이주영 의원의 아들 이 씨는 중소로펌 정평에, 목영준 헌법재판관 아들 목 씨는 대형법률사무소 김앤장에 각각 컨펌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 세 사람은 동기들로부터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법학 실력이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유명인사들의 자녀들 대부분은 로스쿨 2~3기로 1기와는 달리 취업 시즌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결국 고관대작 자녀들 취업 여부의 정확한 통계는 1~2년이 지난 후에야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제41기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이 수료식을 마친 뒤 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올해는 사법연수생 10명 중 6명이 미취업 상태로 사회에 진출하게 돼 역대 최저취업률을 기록했다. 특히 로스쿨 졸업생이 처음 배출되면서 취업 사정은 더 나빠졌다. 연합뉴스 |
로스쿨생인 이 아무개 씨(29)는 “그동안 로스쿨이 ‘돈스쿨’이라고 불리며 부잣집 자제들만 다닐 수 있다는 편견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부분 장학금으로 다니고 있는 중산층 학생들이다”며 “아직 과도기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은 분명 있겠지만 채용에 있어서만큼은 진검승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씨는 “이미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정착을 위한 고민이 이뤄져야지 무작정 루머 양산을 통한 헐뜯기식 비난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아무런 실익이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41기 사법연수생인 김 아무개 씨(여·27)는 “왜 로스쿨을 둘러싸고 음모론이 나오는지 그 핵심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로펌 채용 등 변호사는 하나의 자격증이므로 국가정책에 따라 선발방식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판사와 검사 등의 공직 영역은 공정한 선발과 절차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는 “올해 갑자기 로스쿨생들을 검사로 임용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대학에서 각자의 잣대로 평가한 학점과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는 면접 등으로 평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 선발과정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게다가 변호사 자격증 시험만 통과한 로스쿨생에게 뜬금없이 검사 자리를 내주니 자연스럽게 고관대작 관련 루머가 나오게 된 게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번에 검사 자리를 로스쿨생과 나누게 되는 사법연수원 41기생들은 2009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로스쿨 1기생들은 그해 막 입학해서 법학공부를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때문에 41기생 입장에선 다른 합리적인 기준도 없이 연수원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을 탈락시키고 아직 변시에 최종 합격하지도 않은 로스쿨생들에게 향후 1년간 거액을 투자해 교육을 시키면서까지 검사 자리를 내주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41기생인 박 아무개 씨(30)는 “로스쿨생 중에도 물론 실력 좋은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미 없는 소모전을 끝내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정부 측에서 더 늦기 전에 대대적으로 로스쿨 제도를 정비해 국민 누구나 납득할 만한 공정한 절차를 통해 판·검사들을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