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국채보상정신, 따뜻한 연말…대구 두 손 모아 ‘훈훈’
- 경대사대부초 학생·학부모·교사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 이웃에게 전달"
- 대구문화예술진흥원·기업·대구상공회의소 "문화공헌, 후원 문화 가치 확산할 것"
[일요신문] 따뜻한 연말을 위해 서로가 온기를 나눠야 할 시점이다. 올 연말 기후·세계·정치·경제의 한파는 더욱 매섭다. 주가버블의 붕괴로 장기불황은 지속된 가운데 한국의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는 크게 늘었고 2022년 말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54.1%로 사상 초유의 비상 시국이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내몰린 밀레니엄 세대들은 힘든 노동 대신 손쉬운 부동산·주식·코인·가상화폐를 선택했다. 그 결과 이들은 빚더미에 쌓여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OECD국가 중 극단적 선택 1위, 이 가운데 상당수가 20~40대라는 비극적인 통계치는 한국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 新국채보상정신, 108년 전 선조들의 정신 이어받자
'사랑의 온도탑'이 지난 1일 오후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에 세워졌다. 내년 1월 31일까지 1억원이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최종 100도면 100억이 모이게 된다. 지난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08억 5000만원(120%)를 넘겼다.
이날 국채보상운동공원에는 '희망2023 나눔캠페인' 출범식을 열고 62일간 나눔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대구시(시장 홍준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수학), 관련 기관 단체장, 사회복지현장 임직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사랑의 열매 나눔봉사단, 시민들은 108년 전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선조의 정신을 되새기고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나눔문화 조성을 위해 △소액을 정기기부하는 착한시민·가정·가게·일터 '착착착착' △ 1년 이내 100만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리더' △ 3년 이내 1000만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리더스클럽' △1억원 이상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등 다양한 기부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홍준표 시장은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며,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희망2023 나눔캠페인'에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나라가 일본 차관 1300만원으로 허덕일 때 대구에서 발원된 빚갚기 운동이었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했다. 금연, 금주, 패물, 현금, 반찬까지 줄여가며 동참했다. 부유층이 아닌 서민과 불우한 이웃들이 앞다퉜다. 지식인, 언론인, 과부, 첩, 기생, 종교인, 군인, 농민, 걸인, 죄수까지 동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들의 동참도 매우 활발했던 것도 눈에 띈다. 대구 감상감영의 이름난 기생 '앵무'는 "여자로서 감히 남자보다 한 푼이라도 더 낼 수가 없으니 누구든지 몇 천원을 출연하면 죽기를 무릅쓰고 나도 따라 하겠소"라며 당시 집 한채 값인 100만원을 선뜻 내놨다. 이에 부끄러움을 느낀 서상돈, 김병순, 정재학 등은 더 많은 돈을 내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 경대사대부초 학생·학부모·교사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 했어요"
지난달 29일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교장 서정하)의 학생, 전교학생회, 학부모, 교직원 40명은 직접 만든 김장 김치 200통을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 전달했다.
배추와 무는 경대사대부초 5~6학년 'ESD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ESD동아리'는 환경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인 자율동아리로 학교텃밭에서 직접 봄꽃, 옥수수, 토마토, 배추 등을 키웠다.
박보경 학생(경대사대부초 6학년)은 "직접 길렀던 배추와 무를 수확해 김장을 담가서 더욱 특별한거 같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한 기분이라 뿌듯하다"고 했다.
서정하 교장은 "학생들의 자발적 기부 의지가 사랑 나눔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교육적인 행사"라며 "추운 겨울에 어려운 분들 모두가 학생들의 순수한 응원에 힘을 얻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겨울 방학을 앞두고 도움이 필요한 고등학생 50명에게 식료품, 방한·취미용품, 학습, 안경·치과 등을 지원한다. 복지관, 월드비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과 연계해 추가 지원도 할 계획이다.
'내 눈엔 너만 보여' 사업으로 학생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야 비로소 어려움을 발견한다는 취지다.
강은희 교육감은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학 중 지원을 이어가 한 학생도 놓치지 않는 다품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 대구문화예술진흥원·기업·대구상공회의소 "문화공헌, 후원 문화 가치 확산할 것"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원장 김정길)은 지난달 30일 기업-문화예술 간 상생으로 후원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1회 대구문화예술 메세나 페어(Maecena fair)'를 개최하고, 지역의 어려운 예비 예술가를 위해 100만원씩 후원한 엔젤천사 10명을 기리는 후원금 전달식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예진흥원 김정길 원장, 대구상공회의소 이재경 상근부회장, 대구은행, 삼보모터스(주), (주)루브캠코리아, 경창산업(주), 삼익THK(주), (주)서한, 벽진바이오텍, PHC 8개 기업 주요인사가 참여했다.
문예진흥원 김정길 원장은 "문화메세나 저변 확대로 기업과 예술단체의 공고한 파트너십 구축이 구축되면 문화예술 지원이 더욱 강화되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이재경 상근부회장은 "대구의 기업들이 문화공헌에 대한 인식 높이고 기부 문화의 가치 확산 등을 위해 성심성의껏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예진흥원은 제2의 국채보상운동 정신으로 250만 시민과 언론이 동참한 '대구예술사랑운동'을 벌여 대구 新르네상스 시대를 견인을 예정이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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