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전환 배치·수습 탈락 통보…넷마블F&C “블록체인 기반 게임시장 침체 원인, 실적악화 구조조정 아냐”
메타버스월드는 넷마블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유망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해 1월 넷마블의 미래 신사업으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꼽았다. 메타버스월드는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FNCY(팬시)’를 운영 중이다. FNCY 생태계(FNCY Ecosystem)는 게임, 문화, 예술, 스포츠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GRANDCROSS: METAWORLD)’의 티저(예고)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메타버스월드에 조직개편 소식도 전해졌다.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F&C는 지난해 12월 메타버스월드 직원들의 전환 배치를 추진했다. 메타버스월드 직원들이 넷마블F&C 내의 다른 프로젝트에 합류한다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전환 배치가 미뤄졌지만 이미 해당 직원들이 전환 배치될 부서가 어느 정도 결정된 상황이기에 이른 시일 내에 전환 배치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1~2개월 전만 하더라도 무리 없이 3개월 수습 과정을 마친 신입 직원들도 현재 수습 탈락 통보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을 포함한 총 감축 예상 인원은 40~50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메타버스월드의 조직개편은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월드는 넷마블F&C가 지난해 1월 아이텀게임즈와 보노테크놀로지스 지분을 취득한 후 4월 두 회사가 합병되면서 탄생했다. 메타버스월드라는 이름으로 회사가 운영된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손자회사의 성장을 기다릴 만큼 넷마블의 형편이 좋지 못하다”고 정리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1분기 적자 전환해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은 약 846억 원에 달한다. 순손실액은 더 심각하다. 1분기 517억 원이었던 분기 순손실액은 3분기 누적 2774억 원까지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게 점치고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신작의 히트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나 그전에 손익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손익구조로는 압도적인 슈퍼 히트 신작이 출현하지 않는 한 실적 부진 탈피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이 4분기 137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타버스월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부진한 실적 뒤 나온 조직개편이기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회사가 해고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도 있어 직원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F&C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시장 침체로 메타버스월드에서 P2E게임 개발을 담당한 인력이 넷마블F&C 신작 프로젝트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일괄적으로 한 번에 진행되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전환 배치될 것이기에 강제적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수습 탈락 통보와 관련해서도 “통상적인 채용 절차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월드에서도 정규직 입사 후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으신 분은 함께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 같은 경우는 소수의 인원으로 구조조정과는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IT·게임업계의 전형적인 구조조정 관행이라고 설명한다. IT·게임업계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왔다. 통상적으로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팀을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결과를 도출해낸 팀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팀은 빠르게 해체된다.
위정현 교수는 “20여 년 넘게 이어진 고용 관행이다. 예전에는 팀이 해체되면 동시에 직원도 사직서를 써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대놓고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 프로젝트가 해체되면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 배치된다. 그렇지 못하는 직원은 퇴사해야 한다. 이마저도 요즘은 쉽지 않아 전원 전환 배치되는 형국이다. 업계 종사자들도 어쩔 수 없이 이 방식에 적응해왔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IT·게임업계 특성상 성공에 따른 보상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또 “문제는 팀의 성공과 실패가 경영진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넷마블을 예로 들면 방준혁 의장이 지난해 신년사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외쳤기 때문에 기업을 인수하고 직원들을 고용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의사결정만 할 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직원들만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피해를 보는 셈이다. 즉 의사결정을 한 경영진이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업계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메타버스월드 외에도 올해 전사적인 조직개편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과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방 의장의 말에 대해 “강제적 구조조정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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