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래도 오래 살고, 저래도 오래 살아라'라는 의미에서 '사니'라고 이름 지었다는 녀석은 근옥 씨의 귀여운 단짝이다. 인생 후반전을 현대판 선비처럼 살고 싶어서 10여 년 전에 나 홀로 귀촌을 결심했다는 근옥 씨. 수십 년 세월을 함께한 대금과 취미로 배운 붓글씨도 모자라 집을 아예 그 옛날 선비들이 쓰고 다니던 '갓' 모양으로 만들 정도다.
형설지공의 삶을 꿈꾸지만 하루 24시간을 마냥 고고하게 살 수는 없다. 사니와 더불어 또 다른 반려견 '몽이', '부꼬'까지 보살피는 식구만 셋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눈이 내리자 근옥 씨가 세 녀석 모두 데리고 마당 산책을 나섰다. 눈밭을 보고 잔뜩 신이 난 대형견 몽이와 부꼬! 두 녀석의 리드 줄을 잡은 근옥 씨는 쩔쩔매며 천천히 가자고 통사정을 한다. 한쪽에선 눈 속에 얼굴을 파묻은 자유로운 영혼 사니까지 말 그대로 대환장 파티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TV에서 흘러나온 대금 소리를 듣고 반했다는 근옥 씨. 군 제대 후에 본격적으로 대금을 배우며 무대에 설 정도로 그의 대금에서는 익은 소리가 났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도시에서 영업을 뛰며 가족들을 부양했지만 원치 않는 삶을 살았던 탓인지 나이보다 20년은 겉늙어 보였단다.
자아를 찾기 위해 나 홀로 귀촌한 그에게 반려견은 계획에 없던 존재였다. 7년 전 지인의 친구가 래브라도 레트리버 몽이를 키워달라고 맡기면서 하루아침에 강아지 집사가 됐기 때문이다. 처음엔 배변을 치우는 것도 힘들었다는 근옥 씨에게 몽이가 단순한 반려견을 넘어 가족이 된 건 순전히 '눈빛' 때문이었다.
외출하고 돌아온 근옥 씨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몽이의 따뜻한 눈빛에서 '함께 사는 존재'임을 느꼈다고. 그리고 1년 뒤 사니를 만나고 또 1년 뒤 부꼬를 만나 함께사는 삶을 살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