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전도연 ‘퀸메이커’ 김희애·문소리 ‘마에스트라’ 이영애…남성 전유물 깨는 장르극으로 만남 준비
#‘전설의 킬러’ 전도연…고난도 액션까지
전도연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치열 쌤”을 외치면서 눈웃음을 보인 국가대표 반찬가게 남행선 사장님의 얼굴이 온 데 간 데 없다. 드라마의 성공에 한동안 취해있어도 될 법한데, 인기를 뒤로하고 눈물도 없이 청부살인을 저지르는 킬러 길복순이 돼 돌아왔다. 3월 31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타이틀롤이다.
‘길복순’은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된 세상이 배경이다. 킬러들의 청부살인이 마치 사업처럼 자리 잡은 세상에서 주인공 길복순은 중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청부살인 업계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킬러다. 주어진 임무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지만, 퇴학 위기인 사춘기 딸 앞에서만큼은 어려움을 겪는 이중생활이 그려진다. 영화 ‘불한당’과 ‘킹메이커’로 스타일리시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변성현 감독의 연출작으로, 2023년 2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칸의 여왕 전도연의 변신’으로 주목받았다.
전도연은 ‘길복순’의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변성현 감독과의 작업부터 약속했다. 보통의 작업 방식과는 반대로 ‘선 캐스팅, 후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진 셈이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 선배님이 그동안 무겁고 진지한 영화에 많이 출연했기 때문에 장르는 액션으로 정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본 적 없는 ‘전설의 킬러’ 캐릭터를 제안하자, 전도연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한 적이 처음이라 망설임이 있었지만 “장르 영화”라는 매력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트에서 산 3만 원짜리 도끼로, 칼로, 총으로, 심지어 마커 펜으로도 사람을 단숨에 죽이는 ‘길복순’ 속 킬러 전도연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짜릿하다. 이를 위해 전도연은 고난도 액션까지 소화했다. 어떻게든 직접 해내려다 보니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마음고생도 뒤따랐다.
“잘할 수 있을지 무섭고 두려웠지만 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는 게 전도연의 각오였다. 덕분에 ‘길복순’을 통해 전무후무한 여성 킬러 캐릭터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호흡을 맞춘 배우 설경구는 현장에서 지켜본 전도연의 에너지에 혀를 내둘렀다. “한계를 넘으려 하는 모습이 걱정됐는데 결국 그 한계를 넘었다”며 “전도연만이 할 수 있는 액션”이라고 평했다.
#‘선거판’ 김희애와 문소리…남자들의 전유물 정치극 접수
전도연이 직접 칼과 총을 들고 누군가를 죽인다면, 김희애와 문소리는 총성 없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선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는 두 배우는 서울시장 선거를 배경으로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와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 후보가 벌이는 정치극을 완성한다.
그동안 선거를 전면에 다룬 작품은 대부분 남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주도했다. 정통 정치극 성격의 영화 ‘킹메이커’와 ‘모범시민’, 드라마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김희애와 문소리가 뭉친 ‘퀸메이커’는 출발부터 다르다. 현실 정치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부각시켜 ‘죽고 죽이는’ 정치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전쟁 같은 이야기를 완성한다.
무엇보다 김희애의 연기 변신이 기대를 끈다. 작품 선구안이 탁월한 김희애가 2020년 드라마 ‘부부의 세계’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정치물을 택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맡은 역할도 이색적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 혹은 재선을 노리는 서울시장, 그도 아니면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나 보좌관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김희애의 선택은 다름 아닌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다. 극 중 김희애가 맡은 역할 황도희는 대기업 미래전략기획실 출신으로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소리가 연기하는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반드시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선거판에 뛰어든다.
‘퀸메이커’는 이들 두 사람이 이끄는 불꽃 튀는 선거판 이야기로 본격적인 여성 정치극의 시작을 알린다. 정략과 음모, 배신이 난무하는 기존 정치극과 달리 이미지 메이킹과 프레이밍 전략 등 보다 현실과 밀착된 정치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희애는 “성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밑바닥에 깔려있는 본성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성 지휘자’ 이영애…반전 카리스마 다시 한 번
이영애는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의 세계로 시청자를 안내한다. 2021년 범죄드라마 ‘구경이’를 통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한 이영애가 또 한 번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전세계 오케스트라에서 그 존재가 단 5% 정도에 불과한 여성 지휘자를 맡아 최고의 위치와 나락을 오가는 위험천만한 인물을 연기한다.
현재 촬영이 한창인 이영애가 맡은 여성 지휘자 차세음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과감하고 대담하게 자신이 목표한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모두 부러워하는 자리에서 마침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만 뜻밖의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마에스트라’는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가 원작으로, 이영애는 제작진이 원작의 리메이크 기획을 시작할 때부터 캐스팅 1순위로 꼽아 온 배우다. 이영애 역시 전문성이 필요한 역할인 만큼 전문 음악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휘 등 연기에 필요한 부분을 익히고 있다. 그동안 보인 적 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로 시청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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