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성과 없어 코오롱 계열사에 사업 넘기기도…코오롱 “개인 회사 그룹과 무관, 사업 내용 몰라”
#항균 패치 회사 매출 줄고 낚시 플랫폼 기업 성과는 아직
이웅열 명예회장이 지분 100% 혹은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는 국내에는 투자회사 ‘더블유파트너스’, 생활용품 업체 ‘인유즈(전 아르텍스튜디오)’, 낚시 커뮤니티 플랫폼 기업 ‘어바웃피싱’, 의류기업 ‘메모리오브러브’,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체 ‘비아스텔레코리아’가 있다. 해외에는 투자회사 ‘Attometal Tech Pte. Ltd’, 경영자문업체 ‘4TBF PTE. LTD’가 있다.
이 중 더블유파트너스와 Attometal Tech Pte. Ltd를 제외하고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11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설립됐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11월 퇴임사를 통해 “지금이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못 낼 것 같아서 떠난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 새 일터에서 성공의 단맛을 맛볼 준비가 돼 있다”며 “행여 마음대로 안 되면 어떠냐. 이제는 망할 권리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야심찬 포부와 달리 이웅열 명예회장에게 ‘성공의 단맛’은 아직 먼 이야기다. 우선 2019년 12월 설립된 인유즈의 지난해 매출은 4억 2400만 원, 영업손실은 3억 4500만 원이다. 2020년(7억 600만 원), 2021년(16억 원)보다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4억 3000만 원)보다는 줄었지만 2020년(1억 원)보다는 커졌다. 인유즈 지분 100%를 보유한 이웅열 명예회장은 회사에 3억 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준 상태다.
인유즈는 화장품 관련 서비스업, 보건용 마스크 제조 및 도소매업 등으로 사업목적을 등록했다. 사업을 시작한 2020년 ‘위생과 항균으로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튜디오’로 자사를 소개하며 엘리베이터 손잡이 등에 붙이는 항균 패치 ‘터치미’와 항균 마스크를 내놓았다. 이들 제품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항균 소재 슈베일이 사용됐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줄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2020년부터 3년간 인유즈가 코오롱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매출 비중은 각각 66%, 17%, 0%로 줄었다. 지난해 인유즈는 가방과 생활용품 제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2021년 5월 세운 낚시 커뮤니티 플랫폼, 의류 판매 업체 어바웃피싱 역시 아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어바웃피싱의 매출은 7200만 원, 영업손실은 11억 원이었다.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아지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올해 초 이웅열 명예회장이 21억 원을,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사장, 장녀 이소윤 씨, 차녀 이소민 씨가 각각 3억 원 등 총 30억 원을 출자했다. 어바웃피싱 지분 70%를 보유한 이웅열 명예회장은 지난해 4억 9000만 원, 올해 7000만 원을 어바웃피싱에 빌려주며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코오롱인더스트리 fnC) 출신 송동현 어바웃피싱 대표는 “최대한 빨리 한국에서 완성된 플랫폼 모델을 만들고 향후 낚시를 하는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향후 목표다. 현재 베트남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로 서비스는 올해 9월부터 시작할 것 같다.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진출도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설립 2년 만에 사업 코오롱 계열사에 양도하기도
이웅열 명예회장이 2021년 5월 세운 업사이클링(새활용) 의류 플랫폼 ‘1PEACE’를 운영하는 메모리오브러브는 독자 생존 기간이 길지 못했다. 올해 4월 메모리오브러브는 영위하고 있던 플랫폼 사업 부문을 15억 원을 받고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양도했다. 플랫폼 사업 부문의 매출 200만 원, 자산총액은 2억 원, 부채액은 8600만 원 정도다. 주요 사업 부문을 넘긴 메모리오브러브는 4월 28일 해산했다. 메모리오브러브에 근무하던 전 직원은 현재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메모리오브러브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명예회장은 올해 2월과 3월엔 메모리오브러브에 3억 5000만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기존에 두 회사의 사업 협력은 없었지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사업을 양수했다는 것이 코오롱인더스트리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관계자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가 론칭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중고거래 플랫폼 ‘OLO릴레이마켓’ 등과 사업 시너지가 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이웅열 명예회장이 세운 도시락,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체 비아스텔레코리아는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아스텔레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0원, 영업손실은 3000만 원이다. 지난해 기준 비아스텔레코리아는 자본잠식 상태다. 비아스텔레코리아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이웅열 명예회장은 별도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출자하지는 않았다.
이 명예회장이 2010년 설립한 투자회사 더블유파트너스 역시 별다른 사업을 펼치지 않고 있다. 사업 설립 이후부터 매출을 기록한 해는 없고 종업원 수도 꾸준히 0명이다. 더블유파트너스는 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경기도 과천에 있는 코오롱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문명한 코오롱LSI 사내이사를 더블유파트너스 감사로 들이는 등 임원 변동도 있다. 이 명예회장은 더블유파트너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해외에 세운 법인들의 성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2019년 이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싱가포르 투자법인 4TBF PTE. LTD는 2020년 ‘LIGHTCHASERS’라는 의류 상표를 등록했다. 국내에서도 포티비에프라는 이름으로 라이트체이서 상표를 등록해뒀다. 포티비에프 홈페이지에는 서울 강남 신사동에 사무실이 있다고 나와 있지만, 현재는 성형외과로 바뀌었다. 포티비에프 국내 법인은 따로 설립되지 않았다. 이외에 이웅열 회장이 2017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경영자문 업체 Attometal Tech Pte. LTD는 외부에 사업 내용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생력이 없는 회사를 그룹 계열사가 떠안았다면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다만 터무니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경영 판단의 문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룹이 향후 진행을 염두에 둔 신사업을 오너가 개인회사를 통해 경영하는 경우는, 사업 기회를 빼앗지만 않았다면 오히려 리스크 감수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라 그룹과는 무관하고 사업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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