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생활용품 동반부진,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받아…LG생활건강 “해외 시장 대응력 강화 중”
#중국 단체관광객 막혀 있는 사이 시장 변화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은 매출 1조 6837억 원, 영업이익 145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7%나 감소했다.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42%, 33%를 차지하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부문이 부진했다. 화장품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69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612억 원으로 11% 줄었다. 같은 기간 생활용품 사업 영업이익은 552억 원에서 327억 원으로 41%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화장품 사업부문은 중국 현지 실적이 좋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중국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중국에선 올해 초 ‘제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봉쇄하는 정책)’를 폐지했지만 중국 경제 회복은 더뎠다. 생활용품 사업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원부자재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당초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된 후엔 따이공(중국 보따리상)과 관광객 유입으로 면세 시장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면세점과 중국 현지에서 화장품 매출의 55%를 올리는 LG생활건강도 이르면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중국 단체관광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중국 여행객과 비교하면 중국 단체 여행객의 구매력이 5배 정도 차이 난다. 단체관광 재개만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면세업계가 따이공에게 떼어주던 수수료를 줄인 것도 따이공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에서 선제적 온라인 채널 다각화로 성장 동력을 확보했던 2020~2021년과 달리 지금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중소형 플랫폼에서도 초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 원장은 “최근에는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도 품질이 좋아져서 우리나라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많이 줄었다. 또 중국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은 애국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화된 올해 중국 내에서도 기초 케어 화장품보다 색조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기초 케어에 집중해 온 측면이 있다”며 “중국에서도 글로벌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들이 각축장을 벌이고 있다. 브랜드도 흥망성쇠가 나타나는데 ‘후’ 등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기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의 ‘6·18 쇼핑축제’ 사전판매에서 후는 매출 상위 10위권에 들어가지 못했다. ‘맥’ ‘입생로랑 뷰티’ ‘메이크업포에버’ 등이 매출 상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LG생활건강의 북미 화장품 사업도 자리를 잡기에는 갈 길이 멀다. LG생활건강은 2019년에 미국 화장품 업체인 ‘더 에이본 컴퍼니’ 지분 100%를, 지난해에는 ‘더크렘샵’ 지분 65%를 인수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1분기 북미 화장품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48% 증가했다. 다만 아직 북미 화장품 사업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8% 정도다. 수익성도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더 에이본 컴퍼니의 당기순손실은 475억 원으로 2021년(56억 원) 대비 748% 늘었다. 더 에이본 컴퍼니 캐나다 법인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27억 원에서 지난해 73억 원으로 170% 증가했다.
생활용품 사업은 올해 말까지는 수익성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이전보다는 해소된 상황이라 생산 원가가 앞으로 더 오르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한 번 오른 원가가 다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소비력이 관건인데 국내 소득 상위 가구를 제외하고는 가처분 소득이 줄고 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했다.
#'내년에도 성과급 못 받나…'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생활건강이 매출 7조 3000억 원대, 영업이익 67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해(매출 7조 1860억 원, 영업이익 7111억 원)보다 매출은 오르지만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LG생활건강이 올해 제시한 실적 목표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LG생활건강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실적 목표치로 연결 기준 매출 7조 3000억 원, 영업이익 7300억 원 정도를 설정했다.
LG생활건강 실적은 직원들의 성과급과 직결된다. 지난해 LG생활건강에 사무직 노동자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 LG생활건강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처음 공개했다. LG생활건강은 △매출목표 달성도(목표 초과 달성 필요) △영업이익률 개선도(전년 대비 개선 필요)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을 점수화해 기본급의 최대 1000%까지 경영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추가로 회사가 위로금을 기본급의 0~100%를 지급할 수 있다.
성과급이 줄거나 지급되지 않으면 직원 사기 저하를 피할 수 없다. 한 직원은 “지금까지 달성한 실적만으로 봤을 때는 올해 도저히 실적 목표치 달성이 불가능해 내년도 성과급 지급 여부도 불투명하다”며 “영업이익이 7000억 원 정도면 국내 소비재 기업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이익이다. 직원들은 PS(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를 도입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들에게 배분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만 50세 이상의 부문장, 팀장 또는 부문장 직급 만 7년 이상, 팀장 직급 만 10년 이상이다. 경영진 책임을 직원들에 돌린다는 직원 불만도 여전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 내부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의 직원은 “20년 전의 조직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자율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생뚱맞게 진행하는 등 마케팅이 산으로 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중국 뷰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력을 강화하고 있다. 효능·효과 측면에서 글로벌 브랜드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클린뷰티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북미 시장은 긴 호흡으로 접근 중이다. 에이본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빌리프’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재정비하고 있다”며 “이번 희망퇴직은 회사의 인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내부 결속을 위해 임직원 간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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