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처벌 가능성에 공사발주 뒷돈 혐의까지…“연내 경영 복귀 물건너가” 관측 지배적
지난 7월 12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1공장 성형공정에서 작업하던 A 씨가 기계 설비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대전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이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망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재해에 적용된다. 한국타이어는 3월 금산공장에서 타이어 압출 공정 작업 중 근로자가 고무롤에 끼여 부상을 당했다. 대전공장에서는 2020년 11월 근로자가 옷이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비슷한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조현범 회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직위의 형식적인 명칭에 구애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사람을 지칭한다.
한국타이어는 전문경영인 체제다. 이수일 대표이사가 이끈다. 하지만 조현범 회장이 오너로서 실질적인 경영 활동과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면 경영책임자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회장 구속 당시 “그룹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지연 등 신성장 동력 개발의 위축이 걱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조현범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동영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7월 24일 대전지검 정문에서 열린 ‘중대재해 기업 엄정 수사 즉각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타이어같이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고 사망사고가 매년 일어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 근로감독이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한국타이어의 책임자인 조현범 회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엄정 수사 및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현범 회장은 또 지난 7월 검찰의 추가 기소를 당하면서 구속 기간이 연장될 위기에 처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7월 19일 배임수재 혐의로 조현범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은 개인회사인 아름덴티스트리의 신사옥 신축 공사를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이 낙찰받도록 입찰 담합으로 하고, 끼워넣기식으로 공사 수주 등 특혜를 준 뒤 뒷돈까지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조현범 회장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병합 심리를 요청했다. 앞서 조 회장은 3월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앞선 사건에 조 회장 이외에도 다른 피고인들이 있기 때문에 병합 범위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개별 사건을 병합하면 피고인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검찰이 사건을 미리 병합하려는 이유는 조현범 회장의 구속 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리 추가 기소 건에 대해 병합을 신청해 놓고 앞선 사건의 구속 기간 만료가 될 때쯤 추가 기소 건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기간은 2개월로 한다. 다만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해 갱신할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현범 회장은 7월 13일 구속기간이 두 번째 갱신됐다. 5월 23일 1차 갱신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구속기간은 9월 만료된다. 조 회장은 구속 만기에 이르러 추가 기소 건에 대한 영장심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조현범 회장의 연내 경영 복귀는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자칫 잘 나가고 있는 한국타이어의 행보에 제동을 걸지 관심거리다. 한국타이어는 상반기 매출액 4조 3634억 원, 영업이익 439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영업이익은 약 46% 정도 올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의 게릴라성 파업 및 화재 영향으로 대전공장에서만 상반기에 약 400억 원대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음에도 해외 실적이 이를 만회했다.
한국타이어는 2023년 매출액 전년 대비 5% 이상 성장률 증가와 18인치 이상 고인치 승용차용 타이어 판매 비중 45% 달성, 신사업으로 꼽는 전기차 모델을 위한 타이어 공급 비중 20% 도달을 연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조현범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게 됐다. 조현범 회장은 2021년 말 캐나다의 한 초소형 정밀기계 업체 인수, 지난해 5월 대규모 드라이빙 센터이자 R&D 센터 오픈에 40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또 2026년까지 약 2조 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조현범 회장 구속 이후 신규 투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3사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된 건 맞지만, 배삭 선임비나 원자잿값의 하향평준화 영향이 크다. 무조건 상황이 좋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또 업계 트렌드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 개발을 위한 M&A 등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서는 이런 것들이 많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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