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부 부진으로 흑자 전환 ‘발목’…한세엠케이 “NBA키즈 집중 전략으로 방향 선회”
#청산 가능성도 제기
한세엠케이가 올해 2분기 만쿤(상해)상무유한공사에 추가 출자한 88억 7185만 원을 전액 손상차손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인수한 가애수복식(상해)유한공사에 올해 출자한 12억 9270만 원 역시 2분기에 전액 손상차손 처리됐다. 만쿤(상해)상무유한공사와 가애수복식(상해)유한공사는 한세엠케이가 각각 100%와 99.4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속회사다.
이번 전액 손상차손 처리를 두고 청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세엠케이가 10년 전인 2014년 사업보고서에 전액 손상차손 처리한 홍콩법인 MKTREND(HK) LIMITED는 2017년 10월에 청산했다. 홍콩법인과 함께 전액 손상차손 처리한 미국법인 BUCKAROO INC는 현재까지 영업을 중단한 채 사실상 ‘유령법인’ 형태로 남겨두고 있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전액 손상차손 처리는 기업가치가 0원이라는 뜻이다. 통상 청산을 위한 수순을 밟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법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만쿤(상해)상무유한공사의 경우 자산총액이 모회사인 한세엠케이 자산총액의 10% 이상인 주요 종속회사인 데다 2분기 기준 매출 비중의 약 14.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애수복식(상해)유한공사 역시 4.81%로 적잖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쿤(상해)상무유한공사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 이상 총 182억 856만 원을 출자 받고도 출자금 전액을 손실냈지만 모회사의 꾸준한 지원을 받았다.
실제 한세엠케이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NBA키즈에 집중한 운영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면서 “이를 위해 NBA키즈의 조직 재배치, 전문가 영입, 현지화 마케팅 및 단독 디자인을 통해 중국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 존속을 위한 관건은 실적이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한세엠케이의 이번 2분기 별도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에 이어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분법 손익까지 전부 편입해 계상하는 연결 기준 영업적자는 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 만쿤(상해)상무유한공사의 경우 NBA스타일 영업정지로 인한 재고 할인판매 등의 여파로 반기순손실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64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83억 원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시장이 굉장한 불확실성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패션, 식품, 화장품 전 영역에서 국내 기업들도 고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저렴하고 품질 좋은 중국산 제품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지원 대표의 고민
한세엠케이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3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별도 기준 성적표는 양호하다.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6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가량 증가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억 4000만 원으로 지난 1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7월 한세드림을 흡수합병하면서 작년 상반기에 비해 기업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진 덕분에 생긴 반사이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세엠케이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유아동복 매출 비중이 43.06%에 달하고 성인복 매출 비중은 35.91%를 차지한다. 합병 전 한세드림은 유아동복 전문 기업으로 컬리수, 모이몰른 등 아동복 사업을 전개했고 한세엠케이는 20~30대 트렌드 의류와 스포츠 의류 생산에 집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은 피합병법인인 한세드림일 것으로 분석된다. 각각 647억 원과 31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올해 1분기에 비교하면 이익률도 크게 줄어 성장세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세엠케이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56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 역시 상반기 실시한 자산재평가 효과로 풀이된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을 비롯해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파주물류센터, 여주 375아울렛 등 4개 건물과 토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받아 지난해 말 412.9%던 부채 비율을 137.5%로 낮췄다.
2019년 적자 전환한 한세엠케이는 연간 기준 4년 연속 100억~2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오너일가 2세인 김지원 대표가 2019년 12월 대표이사로 임명된 후로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올해 매출 3835억 원에 영업이익 152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매년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흑자 전환을 자신했지만 근사치를 달성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17억 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으나 23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47억 원의 영업손실을 전망했으나 18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에는 7억 원의 영업이익을 자신했으나 121억 원의 손실이 난 데다 2022년에도 31억 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으나 221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사업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역시 경기 침체로 하반기 업황도 불확실성이 높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 8월 4일 발표한 섬유패션산업 주요 경기지표에 따르면 생산, 출하, 재고, 가동률 부문 일체에서 생산동향 관련 지수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고 있는 상황이고 아동 인구와 골프 인구가 동반 감소하는 상황이라 중장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며 “부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서로 상이한 카테고리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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