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평균 연봉 1위에도 리그 5위로 가을야구 불투명…선수단 체질 개선 절실
그러나 SSG는 8월 중순 이후 2위에서 조금씩 순위가 떨어지더니 9월 12일부터 5경기 연속 패하면서 순위가 6위까지 밀려났고, 9월 21일 현재 5위에 올랐다. 9월 이후 SSG의 성적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룬 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숫자들로 채워졌다. 21일 현재 최근 16경기 3승 1무 12패, 승률 0.20.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선수 구성원은 거의 그대로지만 성적과 팀 분위기에 온도 차가 크다.
디펜딩 챔피언인 SSG가 올 시즌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SSG 성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제 몫을 해주는 선발 투수의 부재다. 9월 21일 현재 SSG의 팀 평균자책점은 4.49로 9위다. 불펜평균자책점은 4.27로 6위. 특히 선발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4.65로 꼴찌다. 선발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1.49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에 비해 가장 큰 변화라면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교체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SSG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윌머 폰트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서 재계약이 불발되자 SSG는 에니 로메로와 커크 맥카티를 영입했지만 에니 로메로는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하고 부상으로 방출되면서 대체 외국인 투수로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그 자리를 채웠다.
커크 맥카티, 로에니스 엘리아스, 김광현, 박종훈, 오원석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에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커크 맥카티는 지난해의 윌머 폰트를 잊게 할 만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10위(3.45)고, 승수도 9승으로 전체 10위다. war은 2.32로 18위.
국내 투수들 중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광현도 올 시즌 힘든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 다승 공동 4위(13승 3패)와 평균자책점 2위(2.13)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이끌었다면 올 시즌에는 21일 현재 7승 7패 평균자책점 3.90의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2군에서 조정 시간을 갖고 1군으로 복귀한 박종훈은 복귀한 날인 9월 8일 KT 위즈전에 구원 등판해 강백호한테 만루홈런을 헌납하는 등 3이닝 2탈삼진 5피안타 6실점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불펜이 강한 것도 아니다. 올 시즌 36세이브를 기록하며 단일 시즌 구단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올린 서진용은 30세이브를 올릴 때까지 단 하나의 블론 세이브가 없었는데 9월 등판한 5경기에서 1세이브 3블론으로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베테랑 우완인 노경은과 좌완 고효준은 SSG 투수들 중 21일 현재 64경기에 등판하며 가장 많은 등판 횟수를 보인다. 각각 39세, 40세 투수들 외에 믿을 만한 필승 카드가 없다는 게 SSG의 현실이다.
타선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9월 21일 현재 SSG의 팀 타율은 8위(0.259), 팀 타점 7위(522), 팀 도루 공동 7위(81개)를 기록 중이다. 팀 홈런이 108개로 1위에 있지만 상위타선의 출루율이 8위(0.331)에 그친다.
지난 시즌 SSG는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지고 있어도 역전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은 지고 있으면 그대로 질 것 같은 분위기다.
SSG는 2021시즌을 마치고 2022년을 준비하면서 FA 자격 획득을 1년 남긴 선수들에 대해 다년 계약을 진행했다. 수술과 재활 중인 박종훈과 문승원에게 각각 5년 총액 65억 원과 55억 원의 다년 계약을 안겼다. 한유섬과는 2021년 12월 25일에 5년 총액 60억 원의 다년 계약을 발표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2021년 6월 나란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이탈해 FA 자격 취득이 1년 미뤄졌다. 둘 다 2022년 6월에나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SSG는 2015년부터 팀의 붙박이 선발 투수로 활약한 두 선수에게 먼저 장기 계약을 제안했고, 선수들도 흔쾌히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유섬은 주장과 4번타자를 맡아 2021시즌 135경기 타율 0.264 21홈런 100타점 OPS 0.850을 기록한 터라 구단은 한유섬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60억 원의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3명은 모두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박종훈은 올 시즌 17경기(선발 16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6.08을 기록했다. 문승원은 올 시즌 8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5.47이다. 한유섬도 90경기 68안타 5홈런 타율 0.247 OPS 0.670의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거액의 다년 계약을 안긴 선수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부진을 거듭하자 일부 팬들 사이에선 SSG가 너무 성급하게 다년 계약으로 선수들을 묶어두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돌고 있다.
SSG는 올해 연봉 총액 94억 8200만 원(이하 외국인 선수ㆍ신인 제외)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평균 연봉 역시 1억 7559만 원으로 전체 1위다. 연봉 상위 5걸의 고액 연봉자들인 추신수(타율 0.249),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의 부진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
21일 현재 5위에 있는 SSG는 KIA가 7연패에 빠지는 바람에 6위에서 5위로 올라섰지만 앞으로 내야수 박성한과 외야수 최지훈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출돼 자리를 비우는 동안 2주가량을 잘 버텨야만 한다. 자칫 잘못했다간 ‘가을야구’마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LG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 구성 관련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전 자리는 젊은 선수들이 맡고, 베테랑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경기 후반부에 출전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경기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해야 신구조화를 통해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모든 팀이 염경엽 감독의 구상처럼 선수단을 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팀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SSG로선 앞으로 선수단 체질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그래야 지금의 위기가 기회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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