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유산 한계 속 이탈률 높아…웹·앱 통합하고 타깃 정해 리브랜딩해야
#경쟁사는 ‘리텐션’에 올인 중
국내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 3사로는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가 꼽힌다. 3사 모두 아직 뚜렷한 수익모델은 없는 상태로 ‘리텐션’(이용자의 재방문율)을 키우기에 골몰하는 단계다. 리텐션이 높을 경우 락인(Lock-in) 효과가 생겨 향후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갖다 붙여도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즉, 현재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리텐션에 따라 미래의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 방면에서는 중고 3사 중 당근이 돋보이는 플레이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근은 최근 사명 ‘당근마켓(당신 근처의 마켓)’에서 ‘마켓’을 뗐다. 단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서서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확장해나가겠다는 의미의 리브랜딩이다. 당근은 당근 알바, 당근 모임, 중고차 직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 생활 서비스를 출시하며 고객의 앱(애플리케이션)이용률을 끌어올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은 중고거래를 해야겠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당근에 접속하는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졌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인구직 활동도 가능하고 동네 맛집 검색도 할 수 있게 되니 이용자들이 계속 찾아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전략도 점차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당근은 현재 지역 광고 시장을 집중적으로 타기팅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만 가능했던 ‘전단지’ 시장을 온라인으로 가져감으로써 틈새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10월 5일에는 간편결제 및 송금서비스인 당근페이의 사업 확장 및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전 직군 공개 채용에도 돌입했다. 앞서의 증권가 연구원은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까지 도입하면서 리텐션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당근페이 결제를 위한 충전금액에서 오는 상당한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거래금액이 커질수록 수익화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번개장터 역시 점점 리텐션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번개장터는 9월 말 ‘브랜드 팔로우’ 론칭 2년 만에 팔로어 수가 200만 건을 돌파했다. ‘브랜드 팔로우’ 서비스 이용자 수는 론칭 시점 대비 3364%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중고거래 앱이 아닌 ‘패션 중고거래 앱’으로 일찌감치 정체성을 확정한 번개장터는 MZ세대를 대상으로 취향 기반 중고거래를 중개해왔다.
번개장터는 8월 말 이를 반영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편하며 신규 로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눈여겨 본 신세계가 2022년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8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MZ세대 비율이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고 골프나 스니커즈 등 젊은 층의 취향이 확고한 카테고리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중고나라의 역시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편의점 택배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중고나라 앱 이용자들이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연말까지 월 2회 택배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9~10월에 걸쳐 CU ‘알뜰택배’를 이용하는 중고나라 고객들도 택배비 무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다만 중고나라의 경우 리텐션의 증가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비 무료 서비스가 끝나면 이용자들을 계속 붙잡아 둘 유인이 없다. 비전이 명확하거나 타깃이 뚜렷한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들에 비하면 하던 걸 지속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논평했다.
#뚜렷한 비전이 안 떠오른다
중고나라는 2003년 12월 개설된 후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네이버카페 회원수 1위를 2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업계 추산 2022년 거래액은 약 5조 원 규모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능적으로 중고 상품을 거래하는 수준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실적에서도 나타나는 추세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매출이 101억 원으로 2021년 대비 16.7% 신장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5억 원으로 2021년 대비 8배 이상 급증했다. 당근의 경우 2022년 적자 폭이 2021년보다 90억 원가량 커진 464억 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이 94.3%가량 늘면서 외형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해 당근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설립 이후 9년 만에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 번개장터는 2022년 매출액은 3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2%가량 늘리면서 영업손실은 348억 원으로 약 50억 원가량 줄여 주목을 받았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해당 플랫폼을 떠올렸을 때 뚜렷하게 떠오르는 키워드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그 플랫폼을 꼭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빠르게 거래하고 싶으면 당근에서 찾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가인 제품을 거래하고 싶으면 번개장터를 찾기 때문에 중고나라가 붕 떠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최근 6개월간 중고나라 1개월 이탈률(한 달 이상 이용하지 않은 이용자 비율) 평균은 59.8%다. 당근(25.4%)과 번개장터(32.8%)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고나라 이용자의 79.8%와 71.9%가 각각 당근과 번개장터를 교차 사용하는 반면, 당근과 번개장터 이용자의 경우 각각 3.7%와 13.4%만이 중고나라를 교차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상거래에서는 3등 안에 들어야 살아남았다면 뉴커머스 생태계에서는 3등이 탈락하고 있다. 휴대폰에 카테고리당 앱을 2개까지밖에 안 깔고 있기 때문에 2등 안에 들지 못하면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모바일에서 시작한 경쟁사들과 달리 웹 서비스의 유산이 중고나라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래 전부터 축적된 중고거래 데이터가 강점이지만 네이버가 보유한 데이터인 탓에 중고나라가 이를 넘겨받아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체 앱과 네이버 카페의 호환성도 크게 떨어져 상품 판매·구매글, 채팅, 문의 게시판 등이 각각 따로 구축돼 있다.
그렇다 보니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회원 수는 2023년 10월 현재 약 2000만 명에 달하지만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에서 중고나라 앱은 다운로드 500만 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각각 1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된 당근, 번개장터에 비해 모바일 앱의 이용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른 플랫폼들처럼 뾰족한 타깃을 정해서 리브랜딩을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웹·앱을 통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고나라 측에 접촉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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