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순이익률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아…턴어라운드 힘든 신사업 투자가 실적에 영향
#첫 연간 흑자 달성 점쳐지지만…
지난 11월 8일(현지시간)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매출은 8조 1028억 원(61억 8355만 달러·분기 평균 환율 1310.39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146억 원(8748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7억 원·7742만 달러)과 비교해 11% 늘었다. 매출은 분기 처음으로 8조 원을 넘겼다.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점쳐진다.
쿠팡은 주력 사업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판매자 로켓배송) 등 제품 커머스 부분의 3분기 매출이 59억 6602만 달러(약 7조 8178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20.6% 증가한 수치다. 비주력 사업인 대만 사업·쿠팡이츠·쿠팡페이·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부문의 3분기 매출은 2억 1752만 달러(2850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41% 늘어났다.
이용자 수가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3분기 쿠팡의 활성고객수는 2042만 명으로 지난해 3분기(1799만 명)보다 14% 늘었다. 쿠팡에 따르면 고객 성장률은 올해 1분기 5%, 2분기 10%, 3분기 14%로 매 분기 상승 추세다.
긍정적인 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순이익이 예상보다 낮았다. 쿠팡의 3분기 주당순이익(당기순이익을 주식수로 나눈 값)은 0.05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기관이 전망한 0.07달러보다 낮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한 1196억 원(913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올해 쿠팡의 3분기 순이익률은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았다. 지난해 3분기 1.8%, 4분기 1.9%, 올해 1분기 1.6%, 2분기 2.5%, 3분기 1.5%다. 쿠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1.5%에서 올해 2분기 2.5%로 점진적으로 높아지다 올해 3분기에 1.4%로 하락했다.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대만 사업 등 신사업 부문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쿠팡 신사업 부문의 조정 에비타(Adjusted EBITDA) 손실은 1억 6082만 달러(2107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4430만 달러)와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4배 늘었다. 올해 1~3분기 쿠팡 신사업 부문의 손실은 모두 3억 1565만 달러다. 같은 기간 제품 커머스 부문은 10억 9546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 커머스 부문에서의 이익을 30%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쿠팡 "신사업은 성장을 위한 투자"
신사업 부문에서 적자가 지속되면 쿠팡에 대한 기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 국내 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은 늘 신성장 동력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기존 사업의 성공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다고 보고 새로운 동력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주가에 반영한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쿠팡 실적의 상한선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경기가 위축돼 향후 객단가(1인당 구매금액)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쿠팡은 신사업 부문에 투자의 고삐를 죄고 있다. 쿠팡은 올해 신사업에 약 4억 달러(5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쿠팡의 올해 1~3분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억 6371만 달러(약 8656억 원)에 달했다. 쿠팡은 쿠팡 전용 멤버십인 쿠팡 와우 회원에게 쿠팡이츠 10% 할인, 쿠팡플레이 무료 이용 혜택을 준다. 즉, 쿠팡 회원들을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독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사업 부문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도 쿠팡이 아시아의 메가시티(대도시)에 진출해 크게 성장하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 투자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사업 부문은 당분간 턴어라운드에 이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쿠팡이츠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배달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엔데믹(풍토병화) 상황에서 (이용자가 감소한다는) 불안감이 있어 당분간 배달 플랫폼 업계의 출혈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배달 플랫폼은 라이더에 지급하는 비용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빠른 배달이나 프로모션 운영 과정에서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대만 로켓배송 사업도 수익을 내려면 상당 기간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대만은 인구 밀도도 높고 소득 수준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아직 물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로켓배송이 2014년에 론칭해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대만에서도 투자비가 회수될 때까지는 적어도 7~8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는 사실상 무료 서비스다. 하지만 비용 축소는 어려운 상황이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플레이와 국내 OTT 사업모델은 다르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도 해외 스포츠 판권 등을 갖고 있어 다른 국내 OTT와 투자 규모는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를 유지하려면 쿠팡플레이 이용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앞으로도 투자 규모는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를 내더라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앞서의 마종수 교수는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사업에서는 적자가 나고 반대로 클라우드 등 신사업 부문에서 흑자가 나고 있다. 쿠팡도 신사업에서 흑자가 나면 좋겠지만 사실상 아직은 힘들다”며 “신사업 부문은 전략적으로 적자를 내더라도 쿠팡 와우 멤버십 수입을 확장시키고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국내 물류 시스템과 관련한 투자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지금의 사업 구조를 토대로 얼마나 수익성 있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만들어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쿠팡이 수익성을 챙기려면 얼마든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쿠팡이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쿠팡은 신사업 부문은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입장을 밝힌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오는 4분기 (신사업) 손실은 이번 분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은 마진을 확대하는 여정의 초기 단계다. 신규 사업 확대, 운영 개선 등 마진 수준을 높일 유의미한 기회가 눈앞에 있다”고 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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