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관건…내년 3~4월 예상 속 SSG닷컴 “시장 상황 고려할 것”
#'기업가치 10조' 거론됐지만…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이 상장을 추진한다는 전망이 최근 제기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이르면 내년 3~4월께 기업공개(IPO·상장)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SG닷컴은 주관사와 상장 시점과 관련한 막바지 협의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일정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 발동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상장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SSG닷컴은 2018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 원 투자를 약정받으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행의무조건이었던 총 거래액 5조 1600억 원 이상을 달성하고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IPO 가능 의견을 제출받으며 풋옵션 발동 위험에서 벗어났다. 다소 여유롭게 상장 타이밍을 잴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이와 관련,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투자자들에게 엑시트 기회를 줘야 하는데 모회사인 이마트의 재정이 흔들리고 있어 때를 더 기다리다간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의 과거 기업가치는 약 10조 원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모회사인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2조 원 남짓에 불과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GS리테일 시총이 2조 4000억 원, 롯데쇼핑이 2조 원, 신세계가 1조 8000억 원, 현대백화점이 1조 3000억 원 수준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을 따져 기업가치를 산정하지만 이커머스는 적자가 많아 매출 규모나 총거래액 규모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던 2021년 당시 최대 100조 원까지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도 그 때문인데 옛날 버전의 기업가치 산정방식이라 실제 상장 추진하는 시점에는 재산정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SG닷컴이 2018년 최초 투자를 받을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 3000억 원 수준이었다. 1조 원가량 투자한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의 보유 지분은 30%다. 투자자들의 원활한 투자회수를 위해서는 SSG닷컴이 최소 4조 원의 상장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SSG닷컴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2억 원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원하는 만큼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는 수익성 강화 전략에 집중하며 온라인 사업부 총 거래액 성장세도 다소 정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차별화된 메시지 확보 숙제
SSG닷컴의 상장 추진설을 이마트와 연관지어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의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공격적으로 회사들을 인수하기 전인 2018년 3조 800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말 7조 8000억 원으로 4조 원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2020년 1646억 원 수준이었던 이자 비용은 지난해 2배 수준인 3175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약 4000억 원 가까이 지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는 올해 2분기 53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올해 9월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실적 악화로 경질됐다. 공동대표였던 이인영 대표가 상장을 통해 SSG닷컴의 운영 자금 조달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SG닷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화 전략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 규모를 줄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340억 원으로 전년 동기(662억 원) 대비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비용 관리를 위해 새벽배송을 수요가 많은 수도권 권역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중소형 PP(온라인 주문 당일 배송) 센터를 자동화 수준이 높은 '대형PP센터'로 통합하는 등 물류 효율을 개선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마켓과 손잡고 유한킴벌리, 아모레퍼시픽 등 글로벌 브랜드와 공동 상품 개발, 공동 프로모션 등을 추진 중이다. 올해 6월에는 'SSG닷컴-지마켓-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신세계면세점'이 연합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유료멤버십도 론칭해 쿠팡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SSG닷컴에 호의적이진 않다. 이커머스는 이미 국내에서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양강체제 속 위메프와 티몬을 인수한 큐텐과 11번가 등이 외연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결국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SG닷컴이 쿠팡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SSG닷컴은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서 멤버십 혜택을 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기억하기 어려운 반면 쿠팡은 멤버십, 쿠팡플레이, 무료배송과 반품이 단순하고 간명하다. 기업이 주는 메시지는 짧고 굵고 강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구가 줄면서 소비자 수가 점점 감소하는 시장에서 이커머스 기업을 상장하기는 쉽지 않다”며 “게다가 유통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수취하거나 아니면 판매자가 도매로 물건을 사서 소매로 넘기는 개념이기 때문에 거래액이 커도 마진이 크지 않다. 뭐가 장점인지 굉장히 애매한 상태에서는 10조 원이 아니라 1조~2조 원 규모로 상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 또한 “이마트와 SSG닷컴이 서로 시너지를 냈다면 폭발력이 엄청났을 텐데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하고도 그룹사의 자원을 살리지 못하고 서로 따로 놀고 있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SG닷컴 관계자는 “IPO 자체가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적절한 시점에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화 전략에 돌입해 물류와 마케팅을 효율화하고 최근에는 구독형 통합 멤버십을 론칭했다. 그룹사 내에서 관계사 간 시너지를 차후 더 확대해 긴밀하게 협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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