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SC제일은행을 대상으로 한 피해자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 결정에는 ‘업무 외적 영역에서 개인의 일탈 여부’와 ‘SC제일은행의 성희롱 방지를 위한 예방대책 가동’이 주된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성희롱 사안에 대해선 ‘B 씨의 업무 집행 중 이뤄졌다는 점, 강제추행 범죄 피해의 경우 은행의 공식 춘계 체육행사 중 A 씨가 행사진행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직장 상사인 B 씨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선 사무집행 행위와 관련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회식 이후 B 씨가 개별적으로 귀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 외적 영역에서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1심 재판부에서) 사무집행 관련성을 다소 좁은 의미로 해석한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며 “비서 업무 특성상 상사가 공식 회식 이후 귀가 과정에서 수행을 요구하거나 업무 이후 점심식사 등을 함께하자고 요구했을 때 ‘공식 업무가 아니니 하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을 텐데 (1심 재판부가)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회식 이후가 업무 외적 영역이라고 본 것은) 과도하게 좁혀서 판단한 것 같다”며 “보통 (성비위 사건이) 업무와 관계가 있는 상사,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관리감독 하는 사람을 통해 발생하면 업무관련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성희롱 사안을 (인사부에) 처음 언급한 뒤 회사에 소문이 퍼지고 몸이 안 좋아져 병가를 썼다”며 “병가 중 B 씨의 징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B 씨가 ‘SC제일은행 모 임원’ 타이틀을 달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 내가 직접 노동조합(노조)에 찾아가 사실을 밝혔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조 측에서 사실을 알게 된 뒤 B 씨에게 성희롱을 당한 다른 직원이 또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노조가 노조 소속 모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성희롱 사실을 전한 뒤 B 씨가 퇴사 의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SC제일은행에서 주장하는 ‘모든 보호조치 이행’은 B 씨가 퇴사한 뒤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앞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사용자 책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봐야 할 것 중 하나는 피해자가 사건을 알렸을 때 사측이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SC제일은행이 법적 책임 대상이 안 되더라도 소속 기관 구성원 행동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식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직문화가 성비위 사건에 대해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성차별, 성추행 등을 용인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