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기순이익 반토막 났지만 배당금 유지…“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에 소홀” 비판도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콜마홀딩스의 자회사로 화장품 소재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개발·제조·생산하는 기업(ODM)이다. 특히 업계 최초로 ‘녹색전문기업 인증(녹색기술이 적용된 관련 제품 매출이 전체 20%를 넘어야 받을 수 있는 인증)’을 받은 데다 유산균 국제시험성적서를 발급받는 등 건기식 ODM에선 ‘업계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익성 악화로 속앓이를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 매출은 △2020년 6069억 원 △2021년 5931억 원 △2022년 5759억 원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2020년 1092억 원 △2021년 916억 원 △2022년 611억 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지난해 매출은 57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5% 줄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전년(403억 원) 보다 53.6% 감소해 18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와 차이가 크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기업인 코스맥스엔비티는 지난해 매출 3336억 원으로 전년(3282억 원) 대비 1.7% 올랐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9억 원으로 전년(22억 원) 대비 무려 434.6% 성장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58억 원으로 전년 마이너스(-) 129억 원에서 적자폭이 54.9% 축소됐다.
이런 콜마비앤에이치의 최근 배당 공시에 시선이 쏠렸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8일 결산배당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보통주(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1주당 308원을 현금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률(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 대비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은 1.8%로 전년(1.1%) 보다 0.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예년 수준의 배당이 이뤄지자 의문이 제기됐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당기순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배당을 실시한다. 기업 성장을 위해 쓸 투자금은 어느 정도 남겨 둔다. 지난해 콜마비앤에이치는 당기순이익의 급격한 감소에도 시가배당률은 높아졌다. 성장 투자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콜마비앤에이치 주주 상당수는 장기적 관점의 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콜마비앤에이치가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 8월 7만 2900원까지 오른 콜마비앤에이치 주가는 지난 13일 기준 종가 1만 4540원을 기록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기업은 미래 가치를 보고 (주가 상승을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순이익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가배당률만 높이는 것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나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배당 공시는 한국콜마홀딩스 오너 일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끌어당긴다. 수익 부진에도 배당은 평년 수준으로 유지한 것은 곧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29일 기준 콜마비앤에이치 주주 구성을 보면 보통주 44.63% 지분을 확보한 한국콜마홀딩스가 최대주주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은 각각 7.67%, 0.9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윤여원 대표의 두 아들인 이민석 씨와 이영석 씨가 각각 0.01%를 보유 중이다.
한국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난 2월 29일 기준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지분율 29.62%)이다. 윤여원 대표와 윤동한 회장은 각각 7.09%, 5.08%를 가지고 있다. 이어 윤여원 대표의 남편인 이현수 씨가 2.82%, 윤상현 부회장의 아들인 윤동희 씨가 0.15%, 윤동한 회장이 설립한 석오문화재단이 0.10%를 갖고 있다. 뒤를 이어 이민석 씨와 이영석 씨가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각각 0.06%를 보유 중이다.
이러한 주주 구성을 보면 콜마비앤에이치 배당의 ‘절반’ 정도는 오너 일가에 돌아간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순이익이 줄었음에도 배당률이 높은 경우 최대주주로 있는 오너 일가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에 소홀하다고 보여질 수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을 보면)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적 형태”라며 날을 세웠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순이익이 줄었지만 주주 환원 차원에서 (이 같은 배당률을 책정해) 진행됐다”고 말했다.
콜마비앤에이치와 같은 상황은 국내 다른 기업들에서도 여럿 포착된다. LX홀딩스가 그 중 하나다. LX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32억 원으로 전년(1589억 원) 대비 54% 줄었다. LX홀딩스는 올해 주주들에게 보통주 1주당 270원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통주 1주당 310원을 배당한 것과 비교하면 배당금은 다소 줄었지만 시가배당률이 지난해 3.5%에서 올해 3.8%로 높아졌다. LX홀딩스 주요 주주로는 보면 최대주주인 구본준 회장(20.37%)에 이어 구형모 부사장(12.15%), 구본준 회장의 딸 구연제 씨(8.78%) 등이 있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LX홀딩스의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46%에 달한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된다. 저축은행업계의 유일한 상장사인 푸른저축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억 원으로 전년(262억 원) 대비 6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57억 원으로 전년(200억 원) 대비 21.5% 줄었다.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보통주 1주당 650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푸른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주신홍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푸른저축은행 지분 17.22%를 보유 중이다. 주신홍 대표의 모친인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은 14.74%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외 푸른F&D, 부국사료 등 푸른그룹 계열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푸른저축은행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61.83%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수익 하락 속에서도 예년 수준의 배당에 나서는 것에 신중한 판단을 당부한다. 서지용 교수는 “(순이익 하락에도) 예년 수준의 배당을 진행하면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는 있는 반면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기업 주가 상승을 위해 투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또 “(오너 일가가) 책임 있는 경영을 등한시할 수 있다”면서 “배당금을 유지해 투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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