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속 교육시장 경쟁 치열, 2년차 윤 대표 경영 시험대…최근 ‘AI교과서’ 연구조직 신설 눈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자녀로 장남 윤형덕 렉스필드컨트리클럽(CC) 부회장과 차남 윤새봄 대표를 두고 있다. 웅진그룹 내에서 윤형덕 부회장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윤 부회장이 담당하는 계열사는 렉스필드CC가 유일하고, 그마저도 미등기 이사다. 렉스필드CC는 웅진그룹의 주력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극동건설이 렉스필드CC 지분 43.24%를 갖고 있어 경영권도 불안정하다.
반면 윤새봄 대표는 (주)웅진 대표를 맡으면서 웅진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당초 (주)웅진은 이수영 대표 체제로 운영됐지만 2023년 3월 윤새봄 대표와 이수영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주)웅진의 지분율도 윤새봄 대표 16.30%, 윤형덕 부회장 12.88%로 윤새봄 대표가 앞선다.
윤새봄 대표가 지난해 취임하면서 (주)웅진에 재계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주)웅진은 지난해 전년 대비 하락한 실적을 거뒀다. (주)웅진의 매출은 2022년 1조 498억 원에서 2023년 1조 186억 원으로 2.9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3억 원에서 237억 원으로 43.92% 감소했다. 이는 (주)웅진의 핵심 자회사인 웅진씽크빅의 영향이 컸다. 웅진씽크빅의 매출은 2022년 9333억 원에서 2023년 8901억 원으로 4.63%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6억 원에서 56억 원으로 79.78% 감소했다.
웅진씽크빅의 전망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현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웅진씽크빅은 저출산에 발맞춰 고객을 다각화하고 있으나 현재 주요 고객은 초등학생”이라며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교육업체로는 대교, 아이스크림에듀가 있는데 시장에서 스마트 학습지 시장의 선구자로 인식되고 있는 곳은 ‘아이스크림홈런’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에듀이고, 대교는 ‘써밋’으로 대응 중이다. 또 메가스터디교육은 현재 중등 스마트학습지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초등학생 대상 시장에서도 ‘엘리하이’와 ‘엠베스트’로 선두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웅진씽크빅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점은 디지털 관련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웅진씽크빅 모회사 (주)웅진은 지주회사지만 자체적으로도 IT시스템 컨설팅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웅진은 프로세스 특화 개발부터 안정적인 운영 및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종합 IT 시스템을 수행하고 있다. (주)웅진의 IT 관련 사업 매출은 △2021년 686억 원 △2022년 879억 원 △2023년 990억 원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이는 웅진씽크빅의 에듀테크(교육과 기술의 합성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부문이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교육 시장에는 에듀테크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학습자 맞춤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상현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이 기존 교육 콘텐츠에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웅진씽크빅의 에듀테크 및 플랫폼 사업도 성장세에 있다. 웅진씽크빅의 사업부는 크게 교육문화사업본부(학습관리 서비스), 미래교육사업본부(독서관리 서비스), 기타사업부문 등으로 나뉜다. AI 맞춤 종합학습물인 ‘웅진스마트올’이나 어린이 대상 오디오북 플랫폼인 ‘딸기콩’ 등은 기타사업부문에 포함된다. 웅진씽크빅 기타사업부문 매출은 2022년 792억 원에서 2023년 822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교육문화사업본부와 미래교육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웅진씽크빅이 기존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기타사업부문의 더 큰 성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동시에 지난해 웅진씽크빅 기타사업부문이 59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는 점에서 수익성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있다. 웅진씽크빅 자회사 ‘놀이의발견’이 대표적 사례다. 놀이의발견은 키즈 액티비티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로 대형 테마파크부터 동네 공방, 키즈카페에 이르는 1만 곳 이상의 다양한 놀이 콘텐츠를 판매하고 예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웅진씽크빅은 놀이의발견 지분을 2022년 말 58.33%에서 2023년 말 95.83%로 늘렸다. 윤새봄 대표는 놀이의발견 대표를 맡으면서 직접 경영을 담당했다가 지난해 (주)웅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놀이의발견의 지난해 매출은 22억 원으로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 또 놀이의발견은 지난해 6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142억 원이다. 이는 놀이의발견이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놀이의발견은 아이들에게 특화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지만 야놀자, 네이버, 쿠팡 등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너무 많다”며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 특화 서비스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경제 불안으로 레저 관련 소비심리마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웅진씽크빅은 최근 새로운 돌파구로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웅진씽크빅은 최근 ‘AI디지털교과서개발실’이라는 연구조직을 신설했다. AI디지털교과서개발실 산하에는 △AI디지털교과서전략팀 △AI디지털교과서콘텐츠팀 △AI디지털교과서서비스개발팀 △AI디지털교과서fun팀 등 4개의 팀이 있다.
AI디지털교과서는 AI를 포함한 지능 정보화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교과서다.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일반 초·중·고등학교에 AI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AI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으로 확대된다”며 “학생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초저출산 시대에 에듀테크를 활용해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모두를 인재로 키우는 맞춤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씽크빅은 과거 유치원~초등학생 중심 학습지였지만 현재는 중학생까지 확대를 했고, 성인 대상 직무 교육 위주의 플랫폼도 출범하는 등 학령 대상을 늘리고 있다”고 “지난해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교육 수요가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이었고, 웅진씽크빅도 지난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학원 등에도 투자해 올해는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I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해서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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