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뒤 조현준 효성, 조현상 HS효성 맡을 전망…조현문 절차상 문제 제기로 ‘형제 간 갈등’ 가능성
지난 3월 별세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 내용이 최근 공개됐다. 효성그룹 '형제의 난' 이후 후계구도에서 사라진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 유류분 이상의 재산을 상속한다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뜻이 유언장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은 효성 10.14%, 효성티앤씨 9.09%,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화학 6.3% 등이다. 이들의 지분 가치는 약 8900억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정 상속분은 조 명예회장의 부인 송광자 여사 1.5, 세 형제가 1 대 1 대 1 비율로 책정된다. 효성 주식 10.14%는 송 여사에게 3.38%, 세 형제에게 2.25%씩 돌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법정 상속분인 지주사 효성의 지분 2.25%를 확보하더라고 이제 와서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효성그룹이 지배구조 변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기존 효성그룹 지배구조에서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주사 효성의 지분 2.25%만 가지고 있어도 최대주주 조현준 회장과 2대주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이라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당 부분 진행된 효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으로 조현문 전 부사장의 영향력은 미미해졌다.
효성은 지난 2월 23일 인적분할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하고 이를 발표했다. 두 개의 지주사가 출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이사회에 조석래 명예회장은 이사가 아니라 참석하지 않았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이사회 일원으로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사회 이후 약 한 달 뒤인 3월 29일 조석래 명예회장은 별세했다. 효성 측은 조석래 명예회장도 동의한 내용이었다는 입장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인적분할 후 존속법인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맡고, 인적분할돼 출범 예정인 HS효성을 조현상 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개의 법인은 지배 계열사 지분 정리를 통해 두 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서로 지분 스왑(지분 교환)을 통해 계열분리를 추진한다는 전망이다. 지분 스왑까지 마무리되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각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와 관련한 임시주총은 오는 6월 14일 개최된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10%가 행사하지 못 하거나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해당 안건은 가결될 전망이다. 이번 임시주총에는 전자투표 방식이 배제돼 소액주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액주주의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발행주식의 27.36% 수준이다. 주주총회 관련 내용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전자투표가 없다면 소액주주의 임시주총 참여율은 저조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소액주주들은 별다른 이슈가 없으면 대부분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아 안건이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또 다시 ‘형제의 난’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 다른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하버드 로스쿨 출신)이 법을 잘 알지 않나. 승계나 효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발견하면 효성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변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발행주식의 2.8% 규모의 효성 자사주를 소각했다. 주주 지분이 많을수록 소각 후 지분율이 더 오르기 때문에 최대주주와 2대주주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효성은 오는 6월 자사주 55만 6930주를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했다. 통상 자사주 매각은 경영자 간 관계가 우호적일 때 성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효성의 경영을 맡고 있는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우호세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효성의 인적분할은 차질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은 항공물류를 확보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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