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한마디에 사업은 일사천리...가평군 ”법대로“ 주장
#대곡지구 도로건설 55억 투입
가평군은 지난 5월 29일 ‘대곡지구 지구단위계획 군계획시설(중2-5호선)사업 실시계획인가 사업’에 대한 주민 동의 의견 청취 공람공고를 했다. 2022년 6월 결정된 대곡지구 도시계획도로 개설 사업(가평군 고시 제2022-146, 이하 도로) 부지 중 일부 토지에 대한 매입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다.
해당 도로는 폭 15m, 길이 416m 구간으로 지난 2005년 최초 결정됐다. 이후 2021년까지 15년 이상 집행이 되지 못한 장기미집행 시설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가평군은 2021년 해당 도로건설 추진을 결정한다. 2021년 10월 열린 제301회 본회의에서 당시 전 도시과장 박 모가 55억 원을 들여 대곡지구 도로 추진을 보고한 이후 현재까지 사업은 진행 중이다.
당시 가평군에는 장기미집행 도로 약 150여 곳의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도로는 1990년 무렵 계획 결정이 있었느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왜 대곡지구 도로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일까?
#전 군의원 A 씨, 사업 추진 주장 “왜?”
의문에 대한 해답은 지난 2020년 가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가평군을 상대로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 A 전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대곡지구 도로 개설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그는 “건물이 하나둘 들어서서 상권이 이제 형성이 되는 과정이다. 그 가운데 논 가운데라든가 보면 맹지이다 보니까 건물 하나 들어서지 못하고 또 그것 때문에 투자하시는 분들이라든가 그런 분들도 이제 그게 도로가 개설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거 개설한 지 몇 년 정도 된지 모르시죠?”라며 조속한 도로 추진을 요구한다.
또, “자라섬에 많은 사람들이 갔다가 나오는 과정에서 그 근처에는 또 식당이 없다 보니까 먹거리가 좀 부족하다 그런 얘기가 있고. 또 시내권으로 다 나오면 여기는 먹거리가 지천인데 거기에서 이렇게 나가는 길에 길목에 있으면 들려서 나가는데 이제 그게 연계가 안 된다 그런 불평들을 많이 하고 계신다.”라며 중앙로 일부라도 우선순위로 집행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 같은 A 의원 요청에 가평군은 빠른 시행을 추진할 것을 약속한다. 박 전 도시과장은 답변을 통해 “빨리해야 될 것들은 얘기를 해 주시면 저희가 우선순위에 1단계 사업으로 들어가고 그런 식으로 좀 할 수 있게 같이 해서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건 좀 나중에 자료를 한번 보여 드리면서 협의를 구하겠습니다.”라며 보상비 계획 등을 약속한다.
#평당 180만 원...보상금 과다 책정 논란
현재 가평군은 대곡지구 도로 개설 사업비 총 55억 원 중 2,728,245,070원을 토지매입비(지장물 제외)로 사용했다. 총 25필지 중 21필지 1519평을 매입했고, 나머지 4필지 180평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평군의 토지 보상금 책정을 두고 혈세 낭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주민 B 씨는 “토지보상비가 평당 약 180만이라는 것인데, 이건 현재 시세를 뛰어넘는 비싼 가격이다.”라고 주장한다. 또, “이렇게 높은 보상비가 책정된 것은 누군가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본지가 지역 부동산을 통해 파악해 본 결과, 사업부지 인근 토지 중 맹지는 약 100~150여만 원에, 도로가 인접한 토지는 약 2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등 B 씨의 주장과 일치했다.
가평군은 “도로 보상금 결정을 위해 2곳 감정평가기관의 결과에 따라 매입했으며, 적법한 절차를 이행했다.”고 주장한다.
#사회단체 토지 매입 시점 ‘주목’
가평군 토지 보상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다른 근거도 제시했다. 사업 결정을 앞둔 지난 2020년 5월경 한 사회단체가 당시 맹지였던 토지를 매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며, 일부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했다.
해당 사회단체는 A 전 의원이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도로 개설을 요청하기 전 약 100평 토지를 매입했다. A 전 의원은 당시 길이 없던 토지를 사회단체가 매입한 이유에 대해 “해당 사업이 자신과 연관 있는 토지가 포함된 부분이 있었고, 개입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전 소방공무원 C 씨와 사회단체 측의 계속된 민원에 따라 군에 빠른 실행을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이 가평군에 요청은 했으나 이처럼 빠르게 사업이 진행될 것인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이례적인 빠른 사업 진행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현재 가평군은 해당 중2-5호선과 연계된 도로의 개설을 위해 추가로 토지 매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군 관계자는 “도로 개설이 있어야 지역발전이 이뤄진다”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도로 매입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초 사업 요청을 했던 A 전 의원이 보상 토지 일부에 연루된 것과 과도한(?) 보상금 집행, 그리고 의회 속기록에서 파악한 가평군 전 도시과장의 “의원님의 요청이 있으면 사업 진행 협의를 추진하겠다.”라는 내용 등을 살펴볼 때 의혹을 억측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2020년 토지 매입에 관여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당시 C 씨를 통해 토지를 소개받았으며, 전 군의원에게 도로 개설 민원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라고 알려왔다. 그는 또, 맹지를 산 이유에 대해서는 “계획도로가 있었기 때문에 구입했고, 당장 건축을 할 필요가 없어 매입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체의 다른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민원 제기 사실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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