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에서 개인으로 소유권 넘어간 평창 콘도 놓고 소송전…남양유업 “다른 소송들과는 관련 없어”
#명의신탁 등 위법행위 거론
홍원식 전 회장은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안에 있는 포레스트콘도 2차 건물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1층 285.35㎡, 2층 302㎡, 2층 주차장 45.5㎡ 규모다. 홍 전 회장이 건물을 소유하기 전 이 건물의 주인은 남양유업이었다. 앞서 2008년 10월 남양유업은 매매 계약을 통해 용평리조트로부터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부동산등기부상에는 2021년 7월 홍 전 회장이 34억 4000만 원에 남양유업으로부터 이 건물을 샀다고 기재돼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7일 남양유업이 이 건물에 대해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남양유업 측은 홍원식 전 회장에게 이전된 소유권 등기를 무효화하고 명의를 남양유업으로 원상복구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남양유업은 이 건물에 대해 부동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와 관련, 박관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본안 소송을 하는 도중 부동산이 제3자에게 다시 소유권이 이전되면 판결이 나오더라도 부동산의 소유권을 되돌리기 어려워진다”며 “등기를 옮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신영 법률사무소 약속 대표변호사는 “등기상 소유권을 가져오는 데 더해 실제로 점유되고 있는 부동산을 회사 쪽으로 인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6월 14일 법원은 남양유업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재판부는 “해당 부동산에 대해 매매, 증여, 전세권·저당권·임차권 설정 등의 처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과 관련해서는 “채무자(홍원식 전 회장)는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풀고 채권자(남양유업)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과 건물인도 소송 제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송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남양유업과 홍원식 전 회장이 명의신탁약정을 맺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명의신탁은 실제로 부동산은 자신이 소유하면서 명의만 다른 사람 앞으로 등기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관우 변호사는 “세금상 이유나 안전한 재산 확보를 위해 명의 이전등기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양자 간 명의신탁이어도 등기부상에는 거래가액이 기재되는 등 정상 매매로 보이게 된다”며 “거래 가액을 명의신탁자가 냈을 수도 있고 계약만 맺고 돈은 지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명의신탁약정은 위법 행위로 원칙적으로 무효다.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 역시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가액의 30% 범위 내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일반 매매계약이었다면 계약을 무효로 주장할 만한 다른 위법 행위가 존재했을 수도 있다. 유지은 에이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가가 지불되지 않았거나 민·형사상으로 법적 효력을 무효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부동산이 회사의 중요자산이었다면 주총이나 이사회 등 상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무효나 부존재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원식 회장과 남양유업의 질긴 인연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 장남인 홍원식 전 회장 등 홍씨 일가의 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체제는 지난 3월 막을 내렸다. 남양유업 제6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 측 인사들을 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되면서다. 사내이사였던 홍 전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전 회장과 아들인 홍진석·홍범석 전 상무는 지난 4월 말 사임했다.
2021년 5월 홍원식 전 회장은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2.63%를 3107억 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그 해 9월 한앤코에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같은 달 한앤코는 홍 전 회장에 거래종결 의무를 이행하라며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3심까지 간 끝에 올해 1월 대법원은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홍 전 회장은 지분을 모두 양도했다.
남양유업과 홍원식 전 회장 사이의 질긴 악연은 이어지고 있다. 양측과 관련된 소송만 4건이다. 우선 퇴직금을 둘러싸고 분쟁이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30일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443억 5775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해달라는 임원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 자기자본의 6.54%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지난해 3월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홍원식 전 회장은 자신을 비롯한 이사 보수한도를 50억 원으로 정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홍 전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약 17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른 홍 전 회장의 퇴직금은 약 17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홍 전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상법에 어긋난다며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31일 1심 법원은 심 감사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에서 심혜섭 감사가 최종 승소하면 홍원식 전 회장이 수령 예정이던 퇴직금 규모가 재산정될 전망이다. 홍 전 회장이 스스로 책정했던 퇴직 직전 월급을 일반주주들만의 결의로 재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 감사는 법무법인 세종 출신 변호사로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으로 지난해 3월 선임됐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심 감사는 홍원식 전 회장을 상대로 5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도 낸 상태다. 홍 전 회장이 재임 기간 중 발생한 남양유업의 과징금과 벌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불가리스 코로나19 관련 허위·과장 광고, 경쟁사 비방 등으로 163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한앤코도 2022년 홍 전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5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홍 전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준법 경영 강화 차원의 노력이다. 가처분 신청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본안 소송은 절차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해당 부동산 매매 배경은 회사에서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부동산 관련 가처분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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