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 철회·항변권 보호 못 받는 ‘일시불 결제’ 유예 처리 혼선…“청구유예 요구하자 리볼빙 안내” 주장도
카드결제로 물건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카드사별로 납부 유예 정책이 달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심지어 일시불 카드결제로 알렛츠에서 물건을 구매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카드사에서 ‘리볼빙(일부금액 이월약정)’ 안내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이 와중에 고객 돈 빼먹을 궁리를 하는거냐”며 분노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알렛츠의 미정산·환불지연 사태가 이어지면서 △신한 △삼성 △KB국민 △하나 △현대 △롯데 △BC △NH농협 △우리, 이상 카드사 9곳은 알렛츠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할부계약 철회·항변권 신청 등을 받아 결제대금 유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만 원 이상(단건 기준) 물건을 3개월 이상의 카드 할부거래로 구매한 피해자들은 법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 할부거래법상 할부계약 철회·항변권은 소비자들이 구입한 물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결제를 취소하거나 할부 잔액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 할부거래나 일시불로 거래를 했을 때는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결제 대금에 대한 결제 취소나 청구유예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카드사별로 대응이 제각각이다.
3일 기준 1069명이 모인 ‘알렛츠 구매 피해자 소비자 모임’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청구) 유예를 해주고 있다. 삼성카드는 일시불 거래도 한 달간 청구유예 처리를 해주고 있다.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는 일시불 청구유예를 받은 소비자가 있고, 못 받은 소비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B국민카드로 일시불 결제한 소비자들은 아직 청구유예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16일 현대카드 일시불 결제로 알렛츠에서 세탁기를 구매했다는 A 씨는 “피해자 단톡방을 보니 현대카드 일시불 이용자 중 청구유예를 받은 사례가 있어 현대카드사에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담당자는 들은 바가 없다고 하더라”며 “이의제기를 한 상황이라 해결되기 전까지만 유예를 해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 복장이 터진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PG사가 결제 취소의 주체고 카드사는 이의신청을 받은 건에 대해 요건에 맞으면 처리를 해주는데 확인 과정이 늦어질 수 있다”며 “특히 할부 항변권·철회권에는 답변 기한도 정해져 있는데 (일시불은) 법적으로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카드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청구유예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카드사의 ‘리볼빙’ 제도 안내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볼빙은 결제해야 할 카드 대금의 일부를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제도로 결제금액이 당장 빠져나가지는 않지만, 대신 이월된 결제금액에 고금리가 붙는다. 지난 8월 31일 피해자 모임 SNS 단체채팅방에서 소비자 B 씨는 “신한카드 일시불 결제로 알렛츠에서 물건을 구매했고 사건이 터진 후 신한카드사에 전화해 ‘다른 카드사들은 조사기간 혹은 한 달간 유예를 해준다고 하던데 유예해주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리볼빙이라는 게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고객을 보호하기는커녕 고금리의 리볼빙을 언급하며 돈놀이 하려는 태도” “사기당한 사람 도와주는 척 사기 치는 더 나쁜 사기꾼 같다” “할부도 싫어서 일시불로 결제한 사람한테 리볼빙이라니 기가 차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알렛츠 관련 할부 철회·항변 대상은 접수 후 청구유예 중이며 일시불 및 할부 철회‧항변에 해당되지 않는 건은 PG사에 공문발송 후 취소 요청이 들어오는 건에 대해 신속하게 환급처리 중”이라며 “공식적인 해결 방법으로 리볼빙을 안내하지 않지만, 일시불은 청구유예 대상이 아니어서 한 달이라도 결제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다가 상담원이 리볼빙을 언급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경제팀장은 “원칙·메뉴얼이 없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유사사례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든지, 일관된 권고안을 카드사·PG사와 협의해 수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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