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거주하는 한 여성 교민이 부산에서 담낭(쓸개)암 4기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기까지의 드라마 같은 사연이 화제다. 이 환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통증이 두바이 현지 병원에서 해결되지 않자 이를 치료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담낭암 4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부산 센텀종합병원 간담췌외과팀에 따르면 여성 한 아무개(48세) 씨는 두바이에서 생활하던 중 지난 8월 말부터 평소의 소화불량과 함께 왼쪽 가슴 및 등 쪽에 심한 통증이 지속되자 9월 초 현지 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는 위궤양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며 약을 처방했지만, 1주일이 넘도록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 씨는 두바이의 다른 병원을 물색했으나, 의료 수준이 대체로 낮은 데다 시설이 청결하지 못하고 비용도 너무 비싼 점 등을 감안해 한국에 와서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이후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들을 알아보다 의료대란에 따른 예약난, 그리고 고향에 대한 애착심으로 부산에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9월 말 부산에 온 그는 친척의 소개로 시내 모 검진센터에서 초음파와 내시경 등의 검사를 받았는데, 간담췌 쪽에 문제가 있으니 큰 병원으로 빨리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한 씨와 친척들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센텀종합병원 간담췌외과 박광민 의무원장(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과장)이 국내 최고 권위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박광민 교수팀의 정밀 검진을 받은 한 씨는 담낭암 4기로 나타났다. 간좌엽으로 암이 전이된 상태여서 수술적 치료가 아주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교수팀은 그의 상태를 면밀히 분석한 후 수술을 결정했다. 이 수술은 담낭과 담도 주변 임파선을 모두 제거하고, 암이 전이된 간좌엽 전체와 일부 간우엽을 잘라내는 광범위한 절제술이다.
이에 따라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출신 3명(박광민 원장, 이상엽 노영훈 과장)과 촉탁의 1명이 모두 참여해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서 암이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 씨는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며, 퇴원 후 부산에서 항암치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 씨는 “단순히 소화기 질환으로 생각하고 귀국했다가 담낭암이란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박 교수님을 비롯한 의료진이 마음을 아주 편하게 해주면서 믿음을 갖게 됐다. 어려운 수술을 잘 해주신 의료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센텀종합병원 박광민 교수는 “수술 전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 예후를 장담할 수 없지만, 환자와 가족의 간절한 마음에 힘입어 최선을 다했다. 수술 결과가 좋아서 너무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국내외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두바이에서 부산으로 이어진 A 씨의 사연은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 및 종합병원의 인적 인프라와 장비 시설 등이 세계적 수준으로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젊은층 대장암 주의보...식단관리와 정기검진 필수”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2021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직결장암)은 신규 암 환자 중 갑상선암(12.7%)에 이어 두 번째(11.8%)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5년 생존율)이 90%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장암의 발생률이 최근 다소 감소하고 젊은 대장암 환자도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20~49세의 젊은 대장암 환자 발생률이 인구 10만명 당 12.9명으로 전 세계 1위라는 연구결과도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 직장인 A 씨(35)는 최근 화장실에 가도 개운치 않고 변비와 설사를 반복했다. 평소와 다른 배변습관에 변화를 느꼈지만 A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후 혈변을 보게 된 그는 병원을 찾았고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대장암은 대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악성종양을 말한다. 대장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구분되고 암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는 암을 결장암, 직장에 생기는 암을 직장암이라고 하며, 이를 통칭해 대장암이라고 한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주로 배변습관의 변화, 변비 혹은 설사, 혈변 또는 끈적한 점액변, 복통, 복부팽만, 식욕부진, 소화불량,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
센텀종합병원 대장항문외과 안민성 부장은 “혈변이 나오면 치질(치핵)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이나 끈적한 점액변 등 대변에 변화가 있으면 대장암 증상일 수 있다. 갑자기 배변 활동이 힘들어지거나 횟수가 바뀌는 등 배변습관 변화를 잘 살피고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유전적 요인, 음식 및 식습관 그리고 생활환경 등 여러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대장암이나 용종, 그리고 자궁내막암, 난소암, 위암 등에 대한 병력이 있거나 붉은 고기나 가공육이 많은 식단, 비만, 지나친 음주, 흡연 등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
대장암 진단은 대장 내시경검사를 통한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될 때 확진한다. 복부 및 흉부 CT, MRI, PET CT를 시행하여 암의 병기를 예측해 병기에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이 밖에 직장수지검사, 대변검사, 혈액검사 등으로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장암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우선적으로 수술을 고려하며, 이후 조직 검사에 따라 항암 치료를 진행한다. 대장암 치료는 수술적 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는 대부분 복강경 수술을 시행한다. 복강경 수술은 절개부위가 작기 때문에 개복 수술에 비해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직장암 2기 이상의 경우에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를 시행하며, 수술 후 병기에 따라 보조적 항암치료가 이뤄지고 4기의 경우에는 기존의 항암치료에 표적치료 약제를 추가해 치료한다. 대장암의 경우 다른 암과 다르게 4기라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고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경우 좋은 예후를 보이기도 한다.
대장암 수술에 있어 환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 항문보존 여부다. 최근에는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직장암에서 항문을 보존한 상태로 종양을 제거한다. 항문과 가까운 곳에서 진행된 직장암의 경우에도 방사선치료를 거쳐 암 크기를 줄인 후에 괄약근 보존술을 시행해 항문을 살리기도 한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른 식습관과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40대부터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안민성 부장은 “가족력이 있거나 용종, 염증성 장질환, 유전성 암환자의 가족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일반인보다 빠른 연령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텀종합병원은 대장암 환자가 대장암 진단 1~2주 안에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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