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한 시즌, 새얼굴들의 활약이 설렘을 더한다. 수년 동안 이어진 KBO리그의 흥행 가도에는 빼어난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 돼왔다. 높은 수준의 기량을 가진 외국인 선수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일요신문i'는 새 시즌 주목받는 새 얼굴들을 짚어봤다.

최근 KBO리그는 '투수 신인왕'을 다수 배출해왔다. 지난 10년 사이 10명의 신인왕 중 3명만이 야수였다. 구자욱, 이정후, 강백호 등 골든글러브를 넘어 리그 MVP 경쟁 대열에도 뛰어들 수 있는 재능이다. 그만큼 야수 신인왕이 탄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번 시즌 주목받는 신인들 역시 투수들이 다수 거론된다. 2024년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영광의 1라운드 주인공 10명 중 8명이 투수였다.
첫손에 꼽히는 신인왕 후보는 키움 히어로즈 좌완 투수 정현우다. 드래프트 동기 중 최고 계약금을 받으며 구단의 기대치를 실감케 했다. 정현우의 계약금 5억 원은 키움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금액이다. 그보다 많은 계약금을 손에 쥔 이는 장재영(9억 원)과 안우진(6억 원)뿐이었다.
높은 기대치만큼이나 정현우는 좋은 임팩트를 남기기에도 유리한 위치에 섰다. 동기 투수들이 대거 불펜 자원으로 대기하는 것과 달리 정현우는 개막 이전부터 선발 보직을 받게 됐다. 시범경기 3경기(11이닝)에서 2실점만을 기록한 그는 정규리그 데뷔전인 3월 26일 경기에서 첫 선발승을 따냈다. 4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상 12명뿐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었다.
정현우의 소속팀이 키움이라는 점은 신인왕 경쟁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 김혜성 등 연이은 소속 선수의 빅리그 진출과 조상우 등 핵심 자원의 트레이드, '에이스' 안우진의 군복무 등으로 리빌딩을 천명한 구단이다. 신인급 자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한다. 올 시즌에는 타선 보강과 마운드 육성을 목표로 외국인 투수를 1명만 뽑는 파격 운영마저 시도하고 있다.
드래프트 당시부터 많은 기대를 받던 정현우의 선발승 이튿날, 키움은 또 한 명의 신인 투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주인공은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경기고 출신의 윤현이었다. 개막 이후 키움의 5선발로 선택받은 윤현은 5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키움은 시즌 초반, 신인 투수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만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였다.
키움은 1군 엔트리에 가장 많은 신인 야수들을 올린 구단이기도 하다. 내야수 여동욱과 전태현, 외야수 권혁빈이 그 주인공이다. 여동욱은 시즌 개막전 자신의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쳐내며 믿음에 보답했다. 전태현은 5경기에서 13타석에 들어서는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도 11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물오른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한화 우완 정우주는 드래프트 직전까지 정현우와 전체 1순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쳐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구단은 그에게 정현우와 같은 계약금 5억 원을 안겼다. 정우주는 빠른 구속과 강한 구위로 승부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라는 점에서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정현우와 대비돼 흥미를 더한다.
정우주도 시범경기에서의 호성적(3경기 2.1이닝 무실점)을 바탕으로 1군 엔트리 한자리를 꿰찼다. 구원 투수로 등판도 곧장 이어졌다. 첫 등판에서 삼진과 함께 1이닝을 삼자 범퇴로 마무리했다. 다만 1점 차 어려운 상황에서 나선 두 번째 등판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아웃카운트 없이 3자책점)을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배찬승도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로 통한다. 정현우, 정우주에 이어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정우주와 같은 파이어볼러 유형으로 평가받는다.
일찌감치 데뷔전을 치르며 프로 1군에서의 경쟁력도 확인했다. 키움과의 개막 시리즈에 구원으로 등판, 단 8구만으로 1이닝을 막으며 홀드를 기록해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LG 트윈스 우완 김영우는 팀 내 상황에 기회를 잡게 됐다. LG는 지난 시즌 마무리 투수를 맡은 유영찬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엔트리에서 빠졌다. 50억 원 규모의 FA로 입단한 장현식도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김영우는 1군 한자리를 차지하며 불펜에서 대기한다. 5경기 무실점으로 시범경기 성적도 빼어나다. 다만 구단은 김영우에게 세이브상황에 올리는 등 무리를 시키지는 않는다는 계획이다. 개막 이후 4경기를 치른 현재, 아직 정규시즌 등판 기록은 없다.

신인을 바라볼 때 비교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외국인 선수에게선 '성과'를 원한다. 외인은 전력의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시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 시즌에는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절반에 가까운 13명이 리그에 첫선을 보이고 있다. 모든 구단들이 투수에겐 에이스, 타자에겐 중심 타선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팀은 두산 베어스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4위에 오르며 가을 야구를 경험했으나 외국인 선수 덕은 보지 못했던 구단이다. 이에 이들은 3명의 라인업 모두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화제를 모은 이유는 외인들의 경력이다. 1선발 콜 어빈(등록명 콜어빈)은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자원이다. 6시즌 통산 134경기에 출전, 28승 40패 2세이브 2홀드로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2선발 잭 로그(등록명 잭로그)는 빅리그 3시즌 동안 19경기에 등판하며 어빈보다 기록이 적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4경기 13선발 5승 6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 받았다. KBO리그에서 데려올 수 있는 최상위급 자원들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처럼 고평가를 받은 두산 외국인 원투펀치의 정규리그 데뷔전은 신통치 못했다. 야심차게 개막 시리즈에 나란히 나섰으나 좋지 못한 투구 내용으로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이에 두산은 개막전부터 내리 3연패를 당한 이후에야 시즌 첫 승리를 신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을 향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지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등에서 위력을 선보인 바 있다. 콜어빈은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잭로그는 구단에서 자체 선정한 스프링캠프 MVP의 주인공이다. 새 리그에서의 첫 실전이었고 그 무대가 긴장감이 높아지는 개막시리즈였던 만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각각 5이닝 4실점, 6이닝 4실점을 하면서도 순간순간 위력적인 볼이 있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두산과 함께 NC 다이노스의 선택도 주목받는다. NC는 KBO리그의 '히트 메이커'로 통한다. 지속적으로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해온 덕분이다. 에릭 페디, 카일 하트 등 최근까지도 리그 최강급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해냈다. 이들 둘은 꿈을 찾아 다시 빅리그로 떠났고 지난 시즌 하트와 함께 첫선을 보였던 야수 맷 데이비슨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 같은 구단의 선구안에 새얼굴 라일리 톰슨, 로건 앨런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1선발은 라일리가 아닌 빅리그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로건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로건을 1선발 자원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이호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교체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에서 구속이 기대에 못 미치며 느린 페이스를 보인 탓이다. 결국 시범경기에 이르러서는 최고 구속을 146km/h까지 끌어올렸고 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나섰다.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6이닝 4피안타 5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NC의 '외인 성공 신화'는 이어질 수 있다는 평이 뒤따른다.
반면 외국인 선수를 두고 희망적인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SSG 랜더스 미치 화이트는 박찬호를 닮은 외모와 한국인 핏줄로 화제를 모았으나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진행 중 허벅지 근육 부상을 입었다. 이에 화이트는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하며 우려를 낳았다. 최근 정밀 검진에서야 정상 회복 소견을 받고 복귀를 준비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한화 이글스 외야수 에스테반 플로리얼은 조바심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양키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거친 그는 2025시즌을 앞두고 요나단 페라자와 결별한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양키스 유망주'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정규시즌이 막을 올린 이후 21타석에서 안타는 1개뿐이다. 볼넷 3개와 타점 2개만을 기록하는 동안 삼진은 5개를 당했다. 입단 이전부터 정확도 부문에서 노출하던 불안감이 현실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현재 수준의 부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에서는 4할 타율을 과시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파워와 수비에서는 인정받던 자원으로 알려졌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침묵하는 와중에도 좋은 타구를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