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개입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법부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헌법 제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헌법재판소에 이에 대한 판단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헌재 판단까지 나와야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하게 종식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4월 4일 나온 뒤, 법원의 기류가 사뭇 달라졌다. 이재명 전 대표의 ‘법원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
최근 이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대장동 본류 재판에도 다섯 차례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당 대표·의정 활동 등 이유로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해당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총 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구인 등 강제 조치도 검토했으나 결국 조치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소환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대장동 사건 재판에는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에서 진행 중인 이 전 대표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전 대표는 “어제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과태료 이의신청을 한 이유는 무엇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5월 13일과 27일을 추가 공판기일로 지정했다. 이 전 대표 측이 대선 본투표일(6월 3일) 1주 전인 27일 기일에 대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라 기일을 빼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기일이 너무 많이 빠진 상태라 27일도 기일로 지정하겠다”라며 “구체적인 일정이 있으면 법원에 관련 자료를 내고 필요한 경우 미리 허가를 받아 달라”고 말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출석할 공판이 별도로 열리지 않는 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대법원) 외에 위증교사 2심(서울고법),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1심(서울중앙지법),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수원지법), 법인카드 사적 유용 1심(수원지법) 등 모두 4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들 가운데 대선(6월 3일) 전에 선고가 나올 재판은 아무 것도 없다. 그나마 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판단이 나올 수 있지만, ‘2심(무죄)’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더는 셈이다. 설령 대법원이 6월 3일 이전에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환송하더라도 법원이 다시 심리하려면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그나마 ‘불리한 사건’ 위증교사

항소심 결심 공판 사전에 정해졌는데 그날이 조기 대선일인 6월 3일이다. 변경이 불가피하다. 더 앞당길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이 전 대표가 한창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6월 3일 이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위증교사 1심 무죄와 공직선거법 1심 유죄를 놓고, 2심에서 모두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결국 공직선거법 2심은 무죄로 가지 않았느냐”며 “위증교사의 경우 적극적으로 법을 적용할 경우 ‘유리한 입장을 제3자를 통해 전달한 것’만으로도 유죄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재판부의 의사에 달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대선을 선고보다 먼저 치르는 상황이 되면, 재판부가 선고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법부가 ‘갓 출범한 대통령’을 상대로 유죄 선고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역시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으로 곧바로 취임하면 진행 중인 재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법부 차원에서의 결정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재판을 진행한다고 해도, 재판을 멈춘다고 해도 헌재의 판단이 필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대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승리할 경우 헌법 제84조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한차례 ‘시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대선일 전에 선고가 나오거나, 유죄가 확정될 사안이 없기 때문에 ‘대선 후 대통령이 받던 재판’들은 어떻게 되느냐를 놓고 사상 초유의 ‘결정’이 필요하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문장에서 ‘소추’를 놓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해석은 새롭게 수사해 기소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진행 중인 재판들도 ‘소추’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나뉜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측은 “헌법 제84조가 규정하는 소추에 재판까지 포함된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재판은 멈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법 취지 자체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진행 중이던 재판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임기 중 기소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당선 전 시작된 형사재판은 계속돼야 한다”고 맞선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해 선고는 하지만 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아예 재판도 멈췄다가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다시 재판을 할것인지도 구분돼야 한다”며 “또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대통령의 보안 등을 우려해 불출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피고인의 방어권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 지점에 대해서는 헌재와 사법부가 사전에 정리를 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양측 모두 선거, 정치 개입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본 뒤 여론을 따라 ‘재판을 5년 임기 동안 멈추는 쪽’으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