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에서는 주총이 형식적 성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주주들의 참여가 대체로 저조한 부분도 있는데 최근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소통공간을 조성하거나 소액주주연대와 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참여 열기를 조금씩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여전히 주총을 썩 반기지 않는 기업들의 태도다. 대체로 경영진이나 지배주주는 주총을 통해 견제‧감시 기능이 작동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주총 활성화는 필요한데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에만 기댈 수 없다보니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먼저, 주주제안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법적 ‘지분 요건’을 정비해야 한다. 현행 상법에선 ‘지분 3% 이상’ 또는 ‘1%(자본금 1000억 원 이상 대기업은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만이 주주제안 권리를 갖는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1조 원(자산총액 2조 원으로 가정)인 대기업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50억 원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를 모아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저조하다고 하지만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인 기업이 약 200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 대상으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관투자자가 참여하지 않는 한 주주제안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때문에 지분율 보다는 ‘보유 지분 총액’ 중심으로 지분요건을 바꾸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주제안 지분요건이 시가총액 기준 5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5억 원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를 모으면 주주 제안이 가능한 식이다. 현재 미국 등 일부 국가가 보유 금액 중심의 지분요건을 두고 있다.

만약 기업 입장에서 주주가 경영진이나 이사회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것이 우려된다면 주주제안이 가결되더라도 권고적 효력만 갖도록 하는 대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실제 최근 이마트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밸류업 관련 안건이 주총에 상정돼 별다른 문제없이 표결이 이뤄졌다. 경제개혁연대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모인 이마트 소액주주들과 함께 제안한 건으로, 밸류업프로그램을 보완해 재공시하고, 그 이행현황을 분기별로 보고할 것을 이사회에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비록 표결 결과는 부결이었지만 전통적 주총 결의사항이 아닌 주제로 주주제안이 이뤄져 표결까지 이뤄진 사례로 의미를 갖는다. 주총과 주주제안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취지에서 이러한 ‘권고적 주주제안’을 입법화해 명확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한편, 소액주주들의 제한된 의견진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주총 의장의 자격이나 역할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 주총 현장에서 소액주주가 맞닥뜨리는 주요 장애물 중의 하나가 바로 주총 의장이다. 주총 의장은 주로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대변하고, 소액주주의 요구와 목소리에는 잘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총 의장은 현장에서 주주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데 소액주주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대책으로 지배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주총 의장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는 의장의 역할을 주총 진행으로 한정하면서 지배주주 이외의 주주에게 의장 선임의 기회나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주주의 질문이나 요구에 경영진이 답변해야 한다면 의장이 진행 권한을 행사해 경영진이 답변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많은 주주가 주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총 현장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도록 하는 규정도 검토해봐야 한다. 주총에서 주요 논의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보고, 임원의 활동 및 보수에 관한 사항 등이 사전에 충분히 공시되도록 하고, 주총 이후에도 표결 결과 등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들이 조금이나마 현실화 돼 내년 주총 시즌에는 보다 내실 있는 주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