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여기 앞에 있는 거예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인근 건물 관리소장이 불만을 터뜨렸다. 건물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신고된 정당한 집회’라고 맞섰다. 유튜버들은 스마트폰으로 항의하는 관리소장을 촬영했다.
이들은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건너편에 있는 탄핵 찬성 집회를 제지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탄핵 찬성 시위대가 확성기로 연신 ‘내란수괴 윤석열을 사형시켜라’라고 외치고 있어서다. 그 소리는 전화 통화가 어려울 정도로 컸다. 경찰은 80데시벨이 넘으면 제지하겠다고 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양측을 향해 “시끄러워서 못살아. 느이들 때문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끊임없이 불만을 터뜨렸다. 폴리스라인을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는 왜 길을 막느냐고 항의했다. 경찰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한 중년 여성이 “그러면 저 사람들은 왜 저기 서 있어”라고 외쳤다. 경찰은 기자들이라고 답했다.

실랑이가 벌어지는 현장 옆에는 셀프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 측 이름은 횃불청년단이었다. 이들은 탄핵 찬성 측의 촛불집회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라고 소개했다. 나이는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손녀로 보이는 아이 두 명과 함께 온 노인도 있었다. 횃불청년단이 섭외한 사진작가가 이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들은 손팻말 100장을 준비했다고 했다. 100장 전부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호를 외칠 때는 엇박자를 내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진행자가 ‘윤석열’이라고 외치면 참가자들은 ‘윤석열’이나 ‘대통령’이라며 따로따로 외쳤다.
횃불청년단 대변인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반박된 음모론이었다.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를 가만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3일 대선 때 개표 참관인으로 지원해 부정선거 의혹을 드러내자고 선동했다.

준비된 발언이 끝나자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는 ‘양양가’가 흘러나왔다. 목숨을 바쳐 나라에 충성하겠다는 내용의 노래다. 노래에 맞춰 ‘보수 아이돌’이 춤을 췄다. 그가 입은 민소매 티셔츠에는 ‘KING 석열 IS BACK’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진행자의 마이크를 넘겨받아 노래를 불렀다. 쉰 목소리로 군가를 불렀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지지자들은 ‘아스팔트 보수’가 조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에서 온 조이찬 씨(79)는 국회를 장악한 ‘좌파’들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홀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을 외면했다고 봤다. 그래서 윤 전 대통령을 도울 수 있고, 자유통일당과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와 함께할 수 있는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당이 만들어지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전 목사의 집회에도 계속 참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씨는 5년 전부터 전 목사 집회에 참석했고, ‘좌파’들이 난입하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전광훈 친위대’인 ‘결사대’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윤 어게인” 외치는 지지자들
오후 5시가 되자 사저 일대가 조용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공지한 퇴거 시간이었다. 지지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뉴스 생중계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공지된 퇴거 시간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후 5시 10분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관저 앞에 걸어 나오셨어” “미치겠다” 등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현장을 통제하는 경호처 직원들을 향해 “대통령님, 경호처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어느 중년 여성은 윤 전 대통령 얼굴이 방송국 카메라에 잡히자 눈물을 옷깃으로 닦았다.
윤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현장 곳곳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지지자들이 윤 전 대통령 차량이 들어갈 사저 입구 쪽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한 중년 여성은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경찰이 제지했다. 그러자 이 지지자는 “경찰이 왜 막아요”라며 항의했다. 옆에 있던 지지자는 “우리가 왜 기자를 봐줘야 되냐. (기자들은) 돈을 얼마나 받은 거야 대체. 제대로 쓰는 것도 없으면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자 환호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대학생들과 포옹했다. 관저에 운집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오후 5시 15분경 차량에 탑승했다. 그리고 통제된 한남대교 일대를 천천히 통과했다. 거리로 나온 지지자들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윤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관저 앞에 나온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비상계엄과 파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이동을 시작하자 사저 앞 지지자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수사하라’ ‘불법 탄핵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4번씩 외쳤다. 그러다 진행자가 예정되지 않은 ‘부정수사’라는 문구를 외치자 지지자들이 당황했다.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지지자들은 사저 앞 사거리에서 네 개 무리로 나뉘어 따로따로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5시 30분경 윤 전 대통령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위기가 고조됐다. 지지자들이 쉴 새 없이 “윤 어게인”이라고 외쳤다.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해야 한다는 내용의 구호였다. 윤 전 대통령은 곧바로 사저로 올라갔다. 지지자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탄핵 찬성 측 한 유튜버가 그들을 도발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이 격분했다. 곳곳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경찰이 그 유튜버를 격리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기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그들은 “쓰레기 언론” “나라 팔아먹은 것은 언론 책임” “세종대왕의 한글을 더럽히지 마라”고 외쳤다.

퇴근하던 시민들과 주민들이 곳곳에서 불편을 호소했다. 학원을 가던 학생들은 경찰과 경호처 직원들의 제지에 발길을 돌렸다. 경찰과 경호처 직원의 제지에 ‘뿔난’ 주민들의 차량이 신경질적으로 급커브를 도는 모습도 목격됐다. 귀가하던 한 주민은 경찰에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언제까지 있어야 해요. 집에 가려면!”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