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변호사는 최근 신당 창당을 추진했던 핵심 인물이다. ‘윤 어게인’ 신당 창당 기자회견은 4월 17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극구 만류로 취소됐다. 윤 전 대통령 역시 신당 창당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당 창당 무산 사흘 만에 윤 전 대통령이 두 변호사를 직접 만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모종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4월 19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배의철, 김계리 변호사를 사저에서 만나 신당 창당 배후 조종이라도 한 것이냐”며 공세에 나섰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윤 전 대통령이 얼마나 외롭고 비참한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조차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본인 살 길만 찾는다는 비판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존재감이 부각될 때마다 보수 진영 ‘중도 확장성’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선 경선 흥행에 사활을 건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석열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마다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권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전직 대통령은 정당의 ‘큰어른’ 격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본인 생존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윤 전 대통령이 ‘부덕의 소치’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중하고 반성해야 할 때인데, 자꾸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만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은 ‘정치적 자산’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정치 커리어를 통한 당내 장악력을 자랑했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정치적 자산이 상당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 커리어가 없다. ‘친윤’은 이미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전 중이다. 이대로 잊힌다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사이 ‘탄핵 반대 집회 해산 속도’를 비교해보면 그들의 정치적 자산 깊이를 추정할 수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 반대 집회 규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끈끈함이 윤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박근혜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컸던 반면, 윤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두 번째 탄핵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면서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결정 이후 반발 강도도 이번이 더 약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심벌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자체를 지키려 했던 지난 탄핵 정국과 달리, 이번 탄핵 정국에선 ‘자유민주주의 수호’ 차원으로 윤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지적했다.
여권 안팎에선 탄핵이 인용된 이상 윤 전 대통령의 상징적 가치는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목소리를 낼수록 국민의힘은 ‘계엄정당’, ‘탄핵정당’ 이미지를 벗기 더 어려워진다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쏟아진다.

향후 경선에서 반탄파와 찬탄파는 서로 다른 키워드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는 처지다. 반탄파 주자들과 관련해선 ‘반명 빅텐트 성사 가능성’이 핵심 화두다. 한덕수 차출론을 전제로 텐트를 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반탄파 색깔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찬탄파 주자들은 ‘중도 확장성’을 앞세웠다. 탄핵에 반대했던 대선주자로는 중도 표심을 잡을 수 없다는 전제로 선명성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전직 국민의힘 당직자는 “반탄파 후보가 대선주자가 될 경우 ‘친윤’이 결집하는 모양새가 펼쳐질 것”이라면서 “윤 전 대통령 사저 정치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정치 지형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찬탄파 후보가 대선주자가 돼도 문제가 생긴다”면서 “최악의 경우엔 보수진영이 친윤과 반윤으로 갈라져,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 국민의힘 경선 캠프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사저 정치를 통해 정치 세력화를 추구하는 건 대선과는 별개 요소”라면서도 “그러나 그 세력화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이재명을 이길 필승카드로 주목받았던 윤 전 대통령이 이제는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다리를 놓을 선봉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인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사저 정치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 소장은 “아무리 성공한 대통령이라도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나를 밟고 가라’고 해야 하는데, 윤 전 대통령은 파면이 됐음에도 ‘나를 밟고는 못 간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덫’에 갇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