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3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2023년 6월 1일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은 2년 한시법으로, 올해 5월 31일 만료 예정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전세사기특별법의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4월 말에서 5월 초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사기특별법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공매로 사들인 후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과 각종 금융·주거 지원 방안 등이 담겨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특별법 일몰을 앞둔 상황에서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 신청 건수는 월간 1500여 건에 달했다. 법 시행 연장 필요성이 정치권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됐던 이유다.
2년 연장 조치에 우선 기존에 피해 지원을 신청한 피해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계약시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시일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대 4년이 지나야 전세사기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를 인지한 후에도 특별법의 피해자로 인정받기에는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 넉넉하게 기한을 잡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이 보완 입법 없이 단순한 기한 연장에 그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공주택사업자가 피해 주택 매입신청을 받은 경우 경·공매 유예 신청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누락돼 피해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피해자가 LH에 피해 주택 매입을 신청하면 LH에서 이를 심사하는 데만 약 6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 경매가 개시돼 피해 주택이 낙찰될 경우 LH 심사 도중에 피해자는 아무런 구제조치를 받지 못하고 쫓겨날 수밖에 없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가 피해 주택 매입 요청을 받을 경우 법원에 직접 경매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을 신설했으나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긴 피해 주택 시설관리 근거 강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임대인의 부재로 인해 안전·소방 시설 관리 등 주택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방치되고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지자체 재량에만 맡기고 있다.
특히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전세사기의 경우, 임대인의 사기 혐의가 확실히 입증된 경우만 피해자로 인정해주겠다는 국토부 내부 방침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70~80%에 달했던 피해자 인정비율은 최근 40%대로 내려앉았다.
피해 구제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LH의 피해 주택 매입 건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 16일까지 단 382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구제 신청이 1만 602호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입 비율이 3.6%에 불과한 수준이다. LH의 예산·인력 부족으로 구제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대책위원장은 “지난해에 한 차례 개정된 특별법 개정안이 11월부터 시행됐고 거의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피해자들이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입증, LH 심사에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고 있다”라며 “불법 건축물에 거주하는 피해자의 경우 불법건축물양성화 심의까지 받아야 하는데 심의 절차나 기준도 공개된 내용이 없고 전부 지자체 재량에 달렸다. 주택 매입이 불발될 경우에 따른 명확한 대책도 없어 피해자들이 계속 기다리며 불안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특별법 적용 대상은 올해 5월 31일 이전까지 최초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에 한정된다. 최초 입법 시부터 구제 기한을 2년으로 제한한 한시법이었던 만큼 올해 6월 1일부터 계약한 세입자는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장은 “지금도 매달 구제신청이 빗발치고 있고 바뀐 게 아무것도 없는데 5월 31일까지 계약한 피해자들에 한정해 구제할 경우, 이후 나타날 수많은 피해자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해 전세사기 예방대책을 종합적으로 논의한 후 정해도 됐을 사항”이라며 “정치권이 앞으로 전세사기가 충분히 예방된다고 보는 건지 의문이다. 2년간 아무런 예방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면서 신규 피해자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2년간 제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이 리스크를 떠안기 때문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의 심사를 소홀히 하면서 불법 주택, 상환 능력 없는 차주, 전세가율이 높은 깡통전세주택까지 다 대출이 나갔다”라며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거나 보증에 제한을 둬서 전세가율만 낮춰도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데도 손대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HUG나 주택금융공사 등을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임차인이 금융기관에 전세보증금을 무이자로 예치하면, 금융기관이 동일 금액을 임대인에게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방식을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이 과정에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가 적용돼 전세가율이 자연스럽게 통제되고, 금융기관의 저당권 설정을 통해 임차권 등기와 유사한 효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금융기관이 임차인에게 직접 반환할 수 있어 임차보증금 반환보증도 가능하다.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을 통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면 시장의 투명성과 정부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확보될 수 있다”며 “지난 2년간 예방책과 관련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적잖이 나왔는데도 정치권에서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근본적인 전세 정책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6월 1일 이후의 피해자는 구제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