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을 ‘내란 극복 세력’과 ‘내란 동조 세력’의 대결로 규정했다. 5월 18일 열린 1차 토론회(경제)에서 이재명 후보는 독재에 저항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강조했다. 5월 24일 2차 토론회(사회)에서는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최고 규범인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사태”라고 했다.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 같은 ‘극우세력’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를 향해서도 ‘내란’ 프레임에 가두려고 시도했다. 2차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12·3 비상계엄 때 국회 담장을 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싸우는 척하면서 계엄해제에 반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석 후보가 ‘내란 비호 세력’인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는 ‘일축’ 전략을 구사했다. 1차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대북송금 사건’ 등 사법리스크를 거론하자 ‘검찰의 억지 기소’라고 했다.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 제기’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후보가 ‘호텔 경제학 논란’을 파고들자 ‘경제 순환의 필요성을 단순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2차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동덕여대 사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민주당 개입’ ‘탈원전 정책’ ‘친중국 노선’ ‘반도체 전 국민 보급 재원문제’ ‘청년 배제한 국민연금 개혁안’ ‘기본 시리즈 등 포퓰리즘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전반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부분 ‘극단적인 지적’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토론 전략은 이재명 후보가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조언은 다 한다. 천준호 의원도 있고, TV토론 담당하는 한준호 의원이나 이정헌 의원도 있다. 강훈식 의원도 개입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후보가 결정한다. 이 후보를 이길 전략가가 없다”며 “이 후보는 두루뭉술하게 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준석 후보가 AI에 대해 뭘 하겠다 하면 사회는 반응 안 한다. 우리가 하면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청렴 대 부패 구도’ 강조한 김문수
김문수 후보는 ‘내란 프레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 토론회에서는 김 후보는 이재명 권영국 이준석 후보의 집중 공격 대상이었다. 김 후보는 ‘내란’보다는 ‘계엄’이 더 적확한 표현이라고 맞섰다. 아직 법적으로 ‘내란’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엄 계획을 알았다면 제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비상계엄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내란’ 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김 후보는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 견제에 집중했다. 김 후보는 1차 토론회에서 ‘경제에 유능한 이재명’ 이미지를 공략했다.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거론한 것이다. 이 후보가 커피 원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닭죽을 파는 상인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유능함을 강조하는 이 후보가 실제로는 무능하다는 지적이었다.

색깔론도 가져왔다. 김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진보당과 연합 공천을 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은 진보당과 연합 공천해서 울산 북구 국회의원에 (진보당을) 당선시켰다. (진보당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후예인데, 그게 내란”이라고 공격했다.
김 후보 토론 참모는 김재원 비서실장, 김행 시민사회총괄단장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참모들이) 처음에는 옷도 세련되기 입어야 한다. 머리도 바꿔야 한다. 말투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후보가 더 불편해했다. 본인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잘 못하더라”라며 “그래서 김문수 본인으로 승부를 걸라고 조언한다. 김 후보는 경기도지사, 장관을 역임했다. (정책과 정무에) 이해가 높다는 것을 어필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체성 강조한 제3지대
이준석 후보는 ‘토론 몰빵’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 전략도 후보 본인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후보의 주요 타깃은 이재명 후보였다. 호텔경제학, 탈원전, K-엔비디아 발언, 친중 노선 등을 거론했다. 이 후보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했다. 2차 토론회에서는 ‘천안함 음모론 동조 발언’ ‘부정선거 관련 내용 리트윗’ 등을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도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음모론자라고 지적했다.

권영국 후보의 첫 질문은 항상 김문수 후보를 향했다. ‘내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1차 토론회에서 권 후보의 질문에 김 후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는 부자 감세 문제와 분배 정책을 두고 대립했다. 진정한 진보 후보는 권영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권 후보는 정치권이 진보정당-중도보수 민주당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1차 토론 이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고, 이준석 후보는 지지율은 10%의 벽을 뚫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5월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46.6%, 김문수 후보 37.6%, 이준석 후보 10.4%, 권영국 후보 1.6%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거부 및 완주 선언 전략과 TV 토론 효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양당 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TV토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한국정치학회가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효과 분석’에 따르면 토론회는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토론을 잘했다고 평가한 윤석열 지지자들도 최종 투표에서는 윤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경향성을 보였다. 기존에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호감도는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각각 지지율 증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토론회 전 사법부 전방위적 압박 이후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지층 결집으로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말했다. 이준석·권영국 후보만 토론회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토론회에 대해서 김준일 평론가는 “(1차 때 수세에 몰린)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가 내란을 끊어내지 못했고, 이준석 후보는 ‘대안 없이 지적질만 하는 사람’인 것을 부각하려 한 것 같다. 김문수 후보는 (경제·사회) 정책을 잘 모르는 모습”이라며 “(이준석 후보는 대안 없는 모습에 대해) 사람들이 보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1차 때보다 평가를 좋게 받기 힘들어 보인다. 권영국 후보는 당 정체성에 기반한 정책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했다. 후보마다 맞춤형 공격을 했다. 호평받을 것 같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