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NC는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두 외국인 투수가 바뀐 것 외엔 크게 전력 보강이 되지 않았고, 신임 사령탑 이호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평가도 물음표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NC는 여러 위기 속에서 더 강해졌다. 올 시즌 NC 사령탑으로 선임돼 선수들과 희로애락을 공유 중인 이호준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번 짐 싸고 풀고, 버스 이동하고, 호텔 생활하면서 식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빨래가 쌓여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든 생활을 하다 홈으로 돌아가게 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생활하며 홈 팬들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지 못해 서러웠는데 이제 우리도 홈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야구할 수 있어 설렌다.”
이호준 감독은 두 달 만의 창원NC파크로의 복귀를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울산시가 울산문수구장을 홈으로 내준 데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
“오갈 데 없어 어려움을 겪을 때 울산시에서 손을 내밀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이번 인연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롯데와 NC의 낙동강 더비를 울산에서 개최하는 건 어떨까 싶었다. 그런 이벤트가 만들어진다면 울산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팀을 맡고 나서 마운드의 보직을 정확히 구분하고 싶었다. 필승조, 중간계투, 마무리 등 정확한 보직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20경기 넘은 시점부터 보직 구분이 제대로 되더라. 나는 각 파트의 코치들에게 많은 걸 의지하고 맡기는 편이다. 결정은 내가 하지만 전문 파트를 맡고 있는 코치들이 나보다 더 전문가들이라 그 역할을 존중한다. (예를 들어) 박영근 코치가 1군 주루 코치를 맡게 되면서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나는 도루 사인을 안 낸다. 도루는 코치와 선수의 합작품이다. 우리가 타격이 조금 떨어졌음에도 성적을 낸 건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 덕분이었다. 덕분에 팀이 짜임새 있고 단단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쉽게 질 것 같지 않은 팀을 만들고 선수들이 똘똘 뭉쳐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이 감독도 ‘초보 감독’이 치르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야구가 절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또 느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긴 시즌을 이끌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기 전에 한두 점 차로 이기고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도 실제 경기가 시작되면 절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위기도 찾아오고, 게임이 뒤집히는 상황을 겪으면 혼자 흥분하고 열도 받았다. 가끔은 내가 이토록 다혈질이었나 싶더라. 그런 점에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
이 감독은 손아섭, 박건우, 박민우, 권희동 등 베테랑 선수들이 힘든 시기에 선수들을 잘 잡아줬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베테랑 선수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힘든 상황이지만 힘들다고만 하지 말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경기 출전을 자청한 고참들도 있었다. 그라운드에 나가 열정적으로 치고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후배들도 좋은 자극을 받았다. 내가 오히려 제발 좀 쉬라고 만류할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달려서 부상이 오거나 체력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된다.”
실제로 최근 이 감독은 왼쪽 무릎 내전근 통증으로 고생 중이었던 손아섭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NC 다이노스의 상승세 요인 중에는 원투펀치인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존재한다. 라일리 톰슨과 로건 앨런은 5월 8경기에서 6승 1무 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그중 로건은 4경기 선발 등판해 2승무패, 평균자책점 0.72를 기록했다. 4월 7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만 떠안았던 로건이 5월에 살아난 것이다. 라일리도 5월 4경기에 등판해 3승무패 평균자책점 1.38을 올렸다. 라일리는 삼진(35개)과 볼넷(4개) 비율이 눈에 띈다.
이 감독도 라일리와 달리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은 로건 앨런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로건이 시즌 초 안 좋았다가 5월 들어 평균자책점을 0점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단 스피드가 올랐고, 직구 스피드가 오르면서 자신감이 생겨 직구 승부를 밀어붙인다. 이전에는 가운데만 보고 빠르게 승부하려고 했다가 투구 수를 줄이고 범타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요령이 생기면서 조금씩 한국 야구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용훈 투수코치와 매일 대화를 나누면서 KBO리그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 로건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NC 팬들에게 그리움과 기다림의 대상이 있다. 바로 구창모다.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구창모는 6월 17일이 전역일이다. 구창모는 NC 통합 우승 시즌인 2020년에 9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성장했지만 다양한 부상으로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다 2023년 10월 왼쪽 척골 골절 수술을 받았고, 그해 12월 상무에 입대했다. 이 감독은 후반기 NC의 키는 구창모가 쥐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역 후 바로 1군에 합류하긴 어려울 것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지만 선수 몸 상태도 잘 체크해야 한다. 건강한 몸이 됐을 때,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1군 마운드에 올릴 예정이다. 상무에서 선발로 뛰다 최근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부상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나한테 무슨 보고가 들어왔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구창모가 건강만 하다면 최고의 좌완 투수 아니겠나. 구창모가 합류하게 될 경우 선발 로테이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022년부터 LG 타격코치, QC코치와 수석코치를 맡았던 이호준 감독에게 “(감독이)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게 생각대로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시즌 중 염 감독이 당시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한다.
“감독님들이 경기 중에 얼굴이 벌겋게 될 정도로 왜 화를 내는지 알겠더라.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게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정말 생각한 대로 잘 되지 않았다. 염 감독님을 가까이에서 모셨음에도 코치로 보는 경기와 정작 감독이 돼서 치르는 경기는 또 달랐다. 야구를 할 만큼 했고, 알 만큼 안다고 자부했는데 여전히 야구가 어렵고 또 어렵더라. 감독이 되고 나서 야구를 새롭게 배우는 것 같다.”
창원NC파크에서 NC 팬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이 감독은 홈구장에 NC 팬들의 응원과 함성이 가득 울려 퍼지길 바란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NC는 5월 30일 창원NC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시리즈를 치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