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은 오랜 기간 복잡한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반복돼 온 문제다. 일단 정부는 살포 단체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전단 살포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살포 단체는 아직 정부 소통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주말인 지난 6월 14일 인천과 경기 김포 등 접경지역에선 대북전단을 매단 대형풍선 여러 개가 떨어져 경찰 112 신고가 잇따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각 부처에 대북전단 살포 관련 처벌 대책 등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민주당 역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엄정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전단살포 단체를 자극하는 조치가 됐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단을 살포한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는 이 대통령 지시 바로 다음 날인 6월 15일 경기 파주 임진각을 찾아 대북전단 살포 등 작업을 준비했다. 다만 풍향 등 기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실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회장은 일요신문에 "우리 얘기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다면,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 가서 북한 김정은과 추종자들 화형식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최 회장 부모는 2013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아버지 최원모 씨가 한국전쟁 당시 미군사령부가 조직한 북파공작원 첩보부대 '켈로부대'에서 선박대장으로 활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1967년 6월 서해안 연평도 근해에서 선박을 타고 조업하다 북한경비정 총격을 받고 납북됐다.
최 회장은 부친이 북한에 납치된 후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등 활동에 전념해 왔다. 나름대로 이런저런 활동을 다 해봤는데, 북한에 소식지를 전달하는 게 그나마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1977년 11월 만 13세에 일본에서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 등 사건을 2004년 밝혀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최 회장 단체가 보낸 전단은 "랍치된 우리 가족을 아십니까" 문구와 함께 요코다 메구미, 전북 군산에서 납북된 김영남 씨, 전남 홍도에서 납북된 학생 4명, 최 회장 부친 최원모 씨 등의 납북 경위와 생사확인 요구서 등이 담겼다. "중국 통해 연락주시면 기꺼이 사례하겠다"며 최 회장 본인 연락처를 남긴 대목도 눈에 띈다.

문제는 이런 전단들 외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는 내용물도 많단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감옥서 죄수복을 입은 합성사진에 '처형' 등을 언급하거나, "당신들의 위대한 독재자 말로가 다가오고 있다" 등이 쓰인 전단들이다. 사실상 북한을 향한 도발과 다름없어 남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단을 매단 헬륨가스 풍선들이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할 경우 우리 접경지역 주민들이 입는 피해도 심각하다. 농작물을 망치거나, 북한 김정은의 기괴한 합성사진 등 그 자체로 불안요소다. 단연 남북 관계가 얼어붙어 북한이 대남확성기 등으로 유사 보복에 나선다면 밤에 잠조차 잘 수 없는 고통에 놓인다.
이재희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등 남북관계에 따른 접경지역 주민들 피해는 상상 이상"이라며 "최근까지도 1년 가까이 대남확성기에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간 전단 살포 단체를 여러 번 고발했는데 대부분 무혐의가 나와 매우 답답한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최 회장은 "파주 등 접경지역 시민들께는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저희는 납북 피해자들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는 게 숙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들 중 누구도 우리의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준 적이 없었다"며 "최근 대선 때 여러 경로로 이재명 당시 후보에도 동일한 요구를 전했으나 흐지부지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간단체 사이 갈등도 커가며 결국 시선은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정치나 사법 판단 등을 넘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 등은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해왔다. 정권 성향에 따라 기조가 바뀌거나 법적 해석과 기준도 다소 제멋대로였다.
예컨대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대북전단 금지에 대해 '표현의 자유 위축'을 들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각 시민단체와 접경지역 지자체 등에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을 토대로 대북전단 관련 고소·고발을 계속 해왔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북전단 '금지'가 방침이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살포 자제 요청'으로 수위를 낮췄다.
정부는 지난 6월 16일 통일부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전단 살포 단체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는 한편 '대북전단 살포 예방 및 사후 처벌 대책'도 논의했다. 접경지역에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감시할 경찰기동대도 배치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과 접경 주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이 대통령은 대북전단과 쓰레기풍선, 대북·대남 방송 서로 중단하고, '9·19 남북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고 대선 후보 때부터 공약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북한도 지난 6월 12일부터 대남방송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전단이 계속 날아간다면 정부로선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이재희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대표는 "지금 국회에 계류 돼 있는 남북관계발전법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요체로 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 발표는 해당 법 처리를 마침내 마무리 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바라봤다. 이어 "물론 정부보단 국회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어떻든 빨리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반면 최 회장은 "결국 처벌하겠다는 뜻이고 소통은 일종의 립서비스로 이해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만약 대통령이 정말 납북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진정으로 위로해준다면 그땐 전단 살포를 멈추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선 남북정상회담 때 납북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는데, 이 대통령도 소통 약속을 지켜주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14일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 전단이 담긴 풍선을 북한 방향으로 날린 40대 남성이 6월 16일 경찰에 붙잡혔다. 풍선에는 대북 전단, USB, 과자가 들어 있었다.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와는 별도 단체다. 검거된 남성은 구체적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가담자들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