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첫 경찰 고위직 인사는 치안정감 승진과 경찰청장 직무대행 임명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유재성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형사국장(치안감)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경찰청 차장 겸 경찰청장 직무대행에 앉혔다. 국수본부장에는 광주경찰청장을 맡았던 박성주 치안감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켜 임명했다.
두 사람 모두 경찰대 5기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치안감으로 나란히 승진했다. 또 모처럼 '수사통'이라는 공통점도 눈에 띈다. 국수본이야 수사 전담 기관이므로 수사과 출신이 본부장을 맡아왔으나, 경찰청장은 그동안 정보나 인사 및 경비 등을 거친 기획통 출신이 주를 이뤄왔다.
경찰청을 이끌 유 직무대행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과 형사국장,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 충남경찰청장, 대구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이 밖에 경비·교통과 수사기획 등도 맡아온 바 있어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쳤다. 온화한 성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수본 박 본부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국수본 수사국장 등을 거쳤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만 총경에서 치안감으로 두 계단 승진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신설된 경찰청 미래치안국장에 임명됐다가 2024년 2월 경찰인재개발원장으로 발령나면서 요직에서 멀어졌단 관측도 있었다. 그도 온화한 성품이란 전언이 많다.

단연 관심이 쏠리는 쪽은 유 직무대행이다. 그는 단순히 직무를 대행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을 실질적 지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돌아올 기미가 사실상 보이질 않는 데다, 조 청장 복귀 여부가 확실히 결정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큰 까닭에서다.
조 청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 지휘권을 남용해 국회를 봉쇄한 이유 등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그가 탄핵심판 결과로 파면이 결정되거나 기각 후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경찰청장 자리는 비워지지 않는다. 임기만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조 청장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로 아직도 1년 넘게 남았다.
게다가 조 청장 탄핵심판 절차가 이제 걸음마다. 지난 7월 1일에야 헌재에서 첫 심리가 진행됐다. 이마저 변론준비기일로 쟁점과 증거·증인, 재판 일정 등을 정리했을 뿐이다. 변론 자체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헌재는 오는 7월 22일 조 청장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조 청장이 직무에 복귀할 확률은 현저히 낮다. 만약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려 업무복귀 길이 열리더라도 스스로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 청장 개인으로선 '탄핵 청장'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여러 쟁점을 놓고 적극 변론에 나설 확률이 높다. 탄핵심판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단 의미다.

문제는 조 청장이 탄핵심판을 받는 사이 경찰을 둘러싼 환경은 급박하게 변할 것으로 보인단 점이다. 검찰 개혁이 한 예다. 검찰 수사권 축소나 폐지가 개혁안 뼈대인 만큼, 경찰은 수사권 확대 등 반사 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 직무대행도 기관 입장을 피력하고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내부 소통도 중요 과제다. 경찰 일각에선 업무 가중 등 이유로 수사권 확대를 바라지 않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 경찰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한 차례 수사권이 확대된 이후 업무 부담이 그만큼 무거워졌다. 예컨대 사건 한 건 처리 속도가 2019년 평균 50.4일이었으나, 2023년에는 63일까지 늘었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도 경찰은 속내가 복잡했다. 지휘부야 조직 위상을 높이는 차원에서 수사권 독립과 확대 등을 주장했으나, 일선에선 과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 과정에서 경찰 지휘부가 일선 목소리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 등을 놓고도 논란이 잦았다.
이번 검찰 개혁이 설령 경찰 수사권 확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유 직무대행 역량을 시험대에 올릴 복잡한 시나리오는 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경찰 관련 여러 논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언급하며 "경찰 비대화" "경찰이 (수사권 등을) 감당할 수 있을지" 등 우려를 내비쳤다.
이 밖에 자치경찰제 안착도 주요 과제다. 2021년 도입된 이 제도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집중될 권력을 지방권력으로 분산하고,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취지였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줄지 않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관련 문제를 계속 논의해왔다고 알려졌다.
경찰 명예 회복도 유 직무대행 몫이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조직 1·2인자가 동시에 내란 가담 혐의로 기소돼 '역대급' 이미지 치명타를 입었다. 유 직무대행은 6월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경찰의 국회의원 출입 통제는 위법했다"며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조직 명예 회복은 박성주 신임 국수본부장도 마찬가지다. 국수본도 수사기획조정관 등 일부 관계자들이 12·3 비상계엄 당일 군을 도와 정치인 체포를 지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종수 전 국수본부장은 기소는 안 됐지만, 비상계엄 당일 경찰이 군에 체포조를 지원한 데에 관여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 전 본부장은 그 외에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명령에 따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만나는 등 부적절한 행보가 드러난 바 있다. 경찰청장 지휘조차 안 받는 국수본부장이 주무부처 장관의 사적인 술자리에 불려 다녔다는 의혹이다(관련기사 [단독] 경찰국 신설 앞장선 이상민 전 행안장관 "난 권한 없다" 진술 파장).

이에 다음 경찰청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물론 조 청장 탄핵심판이 한참 남았지만, 차기 후보군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다. 치안정감이 경찰청장 후보가 되므로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 경찰청장, 경찰대학장, 국가수사본부장 등 7명이다.
업무 연속성을 고려할 때 유 직무대행이 결국 경찰청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김준영 경기남부청장, 김수환 부산청장, 김도형 인천청장, 오문교 경찰대학장, 박성주 국수본부장 등이 전부 후보군이다. 여기에 치안감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켜 경찰청장에 초고속 임명하는 깜짝 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
제3의 시나리오도 없지 않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일 경찰청장 임명방식 등을 담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공모 등을 거친 외부인사가 경찰청장에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정안 골자다.
이 의원은 "경찰 조직에서 국수본부장과 경찰병원장 등은 개방형 직위로 지정돼 외부 전문가나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가 임용될 수 있으나, 경찰청장은 내부 승진으로만 임용된다"며 "이는 폐쇄적 관료주의, 외부 혁신역량 유입 한계 등으로 경찰조직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