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 역시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법에 의해 5년마다 제도 개선을 숙의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조의2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5년마다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된 재정 문제도 지난해 4월 발표된 2차 종합계획에서 제기됐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국민연금 개혁에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이었다.
이유는 해법의 차이 때문이다. 국민연금 제도 변경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하향이 주된 안건이었다. 가입자가 더 내고 덜 받는 문제다. 국민연금에는 재정지원이 없다. 정부도 정치권도 재원을 고민할 이유도 적다. 공무원과 국회의원은 가입자도 아니다.
건강보험은 재정문제가 얽혀있다. 건강보험법 제108조의2는 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을 의무화하고 있다.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된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지원을 더 하지 않으려면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 보험료율을 높이든지 가입자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건보료율은 7.09%다. 직장가입자의 법정 상한 8%에 근접했다. 8%를 넘지 않는 선에서는 대통령령으로 바꿀 수 있다. 지역가입자 요율은 아예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요율이 2027년에는 8% 이상으로, 2032년 10.06%까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추정이다. 아직은 상한(8%)까지 여유가 있다.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해 실질가입자를 늘리는 것도 대통령령으로 가능하다. 당장은 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 없이 대응할 수 있어 입법부인 정치권이 적극 개입할 명분은 적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재정은 수입 대비 지출이 더 많은 구조로 바뀌었고 쌓아둔 적립금도 2028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8년 하반기에는 국민연금 6차 종합운영계획안도 나온다. 정부가 건강보험 3차 종합계획 전에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면 자칫 공단이 채권을 발행해 부족한 돈을 조달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 보험료율 상한선 상향과 사회보장세 신설이 단계적으로 인상될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맞물려 2028년 총선에서 주요한 정치 쟁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