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이번 특사에는 정치인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대통령 취임 2개월 만에 단행되는 특사에 정치인이 들어가면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특사 문제가 공론화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대통령실에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며, 정치인 특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조국 전 대표는 이번 특사 명단에 포함되며 서울남부교도소에서 풀려나게 됐다. 조 전 대표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이 사면 대상에 들어갔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윤건영 의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친문계’ 인사들도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정찬민 홍문종 심학봉 전 의원 등이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 특사를 요청하는 문자에 담겼던 인사들이다.
경제인도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삼성전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황성수 전 대외협력담당 전무,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대거 특사 명단에 올랐다.
다만 최근 직접 사면·복권을 요청하고 나선 ‘대북송금’ 사건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특사 대상에 제외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재판이 중지된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이번 사면이 ‘정치 검찰’로 인해 초래된 피해를 회복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치검찰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과 함께 피해자들도 명예를 되찾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권은 조국 전 대표 등 사면이 여론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도층 민심 이반을 초래할 우려에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지지’와 함께 ‘비판’ 목소리도 있을 것”이라며 “모든 목소리를 소중히 듣겠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통령이 첫 사면 대상에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을 포함한데 대해 ‘최악의 법치 능욕 사건’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내 사람 챙기기’에만 올인하며 법 집행의 일관성을 훼손했다”며 “법이 인정한 범죄 의혹과 판결을 정치적 거래로 덮어버림으로써 이 나라를 범죄자들의 놀이터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1~12일 ARS 조사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평가가 54.7%, 부정평가는 39.5%를 기록했다. 2주 전 조사 대비 긍정평가는 4.1%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4.0%p 상승했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에 대해 주 초반 불거진 주식 양도세 논란과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국민의힘 패싱 등 문제와 함께, 주 후반 ‘광복절 조국 윤미향 사면’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민단체에 몸담았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에 특사에 명단을 올린 경제인들은 대부분 국정농단이나 개인비리 혐의로 처벌 받은 이들이다. 이재명 정부가 말한 경제 활성화에 별 기여를 할 수 없다. 공정성 차원에서 굳이 왜 사면을 해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보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율에 부담이 되더라도 특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조국 전 대표 등 정치인 사면이 공론화된 상황이라 특사를 했어도, 안 했어도 논란이 됐을 것”이라며 “그럴 바엔 민주당 지지층의 결속을 먼저 챙겨 국정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여권 한 관계자 역시 “이번에 특사를 안 하고 넘어가도 연말 성탄절 혹은 신년에 특사 관련 논쟁은 끊임없이 제기됐을 것”이라며 “어차피 한 번은 넘어야 할 논란이라면 시간 끄는 것보다 일찍 털고 ‘정면돌파’하는 게 낫다 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조 전 대표의 당대표직 복귀는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다. 실제 조국혁신당은 8월 1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현 최고위원 임기를 단축하고, 새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조국 전 대표의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차출설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도 나온다.
조 전 대표가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차기 대선주자로 체급이 커질 경우 정치권에서 범여권 내 친문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럴 경우 친명계 대선주자들과의 경쟁 및 관계설정도 풀어야 할 과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