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는 검찰 해체에 찬성하는 검찰총장을 인선해 구성원들을 다독이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런데 오히려 내부 평이 좋은 검찰총장을 인선할 경우 구심점이 돼 저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심 총장 사퇴 직후만 해도 총장 후보군이 거론됐다. 구자현 서울고검장,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만석 대검 차장검사,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주영환 전 부산고검 차장 등이 거론됐고, ‘검찰 밖’에서 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법조계에선 "아무개 후보는 고사하고, 아무개 후보는 총장직을 희망한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돌았다.
하지만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절차는 멈춰섰다. 통상 총장 임명 과정은 법무부가 추천위를 구성한 뒤 국민 천거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추천위는 이들의 적격 여부를 심사해 법무부 장관에게 후보자로 3명 이상을 추천한다. 법무부는 대통령실과 소통하면서 ‘사실상 1명’을 내정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후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보내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한다. 인사청문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해도 임명하는 데 문제는 없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마다 미션이 있는데 이번 총장은 내부 구성원을 상대로 ‘왜 검찰이 해체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며 더 나아가 반발을 잠재울 정도의 인적 영향력도 있어야 한다”며 “검사 출신 중 검찰 해체에 찬성하는 인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라리 공석으로 가는 게 더 편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에는 아예 검찰총장 없이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괜히 구심점이 돼 검사들과 함께 검찰 해체에 반대할 인물을 하나 더 임명하느니, 현재 자포자기 상태의 검사들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는 게 낫다는 판단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번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망할 조직’의 장을 하는 것보다 ‘새롭게 출범할 조직’의 장을 노릴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마지막 검찰총장보다 초대 중수청장이나 초대 공소청장으로 2년 이상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누리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9월 검찰 개혁법 처리 후 임명?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 해체보다 검찰청을 존속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제안하고 있는 모델이다. 헌법에 명시된 ‘검사’와 ‘검찰총장’의 명칭이 근거다.
헌법 89조는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검찰총장 임명’을 규정한다. 민주당은 공소청법에 ‘헌법상의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한다’는 식의 단서 조항을 두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헌법에는 체포나 구속,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 처분은 ‘검사의 신청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 내부에서 “검사와 검찰총장의 명칭이 헌법에 명시된 만큼 검찰이 기소 및 공소유지 전담과 함께 보완수사권은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이 검찰청 조직을 남기는 방식으로 법 개정을 할 경우 내부 불만을 다독이며 조직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검찰총장’을 임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무부 소식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검찰 해체 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당장은 공석으로 가는 게 편하지만 검찰 개혁을 끝내고 난 뒤에 역할과 방향성이 잡히면 검찰총장 인선이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