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조선업체의 복잡한 속내와 달리 투자자들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는 대부분 최근 1년간 저점 대비 2배 넘게 올랐다. 방산업체이기도 한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이후 360% 넘게 급등했다.
#미국 필리조선소…한화는 7조 원 추가 투입 계획
마스가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조선업체의 직접 투자와 금융기관의 대출과 보증, 보험을 합쳐 1500억 달러라는 점만 윤곽이 나왔을 뿐이다. 1500억 달러 전부가 직접 투자는 아닌 만큼 재무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 측의 기대다.
다만 기업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만 한다. 미국은 국내에 군함을 포함한 방산과 상선 건조가 가능한 최첨단 조선소를 세우고, 인력 훈련과 유지보수(MRO)까지 자급자족하겠다는 목표다.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가장 앞에 선 곳은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의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말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는데,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추가 투자해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을 1척에서 20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필리조선소는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이게 과연 조선소인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시설이 낙후돼 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방미에 동행한 한 관계자는 “거제도를 생각하고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가 속으로는 놀랐다”면서 “앞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필리조선소는 도크 2개 모두 6000TEU(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중형 컨테이너선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원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같은 대형 고부가 선종은 수용이 불가능해 한화는 대형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새로 구축할 계획이다. 또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 기지를 신설하고,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필리조선소는 한화그룹의 미국 해운사인 한화쉬핑으로부터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는데 건조 역량이 안돼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에서 만들어져 인도해야 한다. 한화쉬핑은 또 중형 유조선 10척도 발주했는데, 이는 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중형 유조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에너지를 수출할 때 미국 선박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에 발주하게 됐다.
#“성공 사례 거의 없고 인건비 부담”
증권가의 우려에는 우리나라 조선업체가 해외 조선소 운영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공으로 발표된 사례들조차 실제로는 큰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1997년 인수한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는 3개의 대형 도크를 갖고 있어 동유럽에서는 존재감 있는 조선소로 꼽혔다. 하지만 대우그룹이 위기에 빠진 이후 제때 투자하지 못해 튀르키예, 크로아티아 등에 밀렸다. 인건비는 낮았지만 생산성이 부족했고, 정부 개입이 심했다는 평가도 있다. 망갈리아조선소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이후 네덜란드 다멘이 인수했다가, 현재는 1년 넘게 가동되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도 비슷한 경우다.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2006년부터 건설해 2009년 완공한 뒤 한때 세계 5대 조선소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곳이다. 2019년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따라 필리핀 현지에서 회생 절차에 들어갔으며 2019년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로 주인이 바뀌었다. 서버러스가 조선소를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현재 HD현대가 일부 부지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조선소는 신흥국에서보다 난도가 훨씬 높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인건비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필리조선소의 경우 견습생에게도 최소 연 5만 달러(7000만 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의 해외 진출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HD현대의 베트남법인 HD현대베트남조선은 1996년 베트남국영조선공사와 합작회사 형태로 설립됐고, 초반에는 수리와 개조 사업만 맡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신조선 사업으로 전환했다. 낮은 인건비에다가 오랜 기간 투자해 성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선 3사는 미국 조선소에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돌려 말하면 그만큼 국내 조선소는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국내 조선소의 노사 관계가 얼어붙는 요인이 된다. 미국인 직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해도 갈등 요인은 많다. 미국 건조, 미국 국적, 미국인 운영의 상선만 미국 바다를 다닐 수 있다고 규정한 존스법과 미국 함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제한하는 번스톨레프슨법을 동맹국에 한해 완화한다고 했지만, 추후 미국 조선업이 재건된다면 각종 독소 조항 같은 법을 들이밀며 다시 한번 한국 조선사의 입김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에 존스법이 미국 조선업과 해운업을 보호하려고 만들어진 법이듯이 지금이야 조선사를 모셔오려고 난리지만 나중에는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감 확보하겠지만…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당장은 미국으로부터 일감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비거마린그룹과 미해군 지원함 MRO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HD현대는 서버러스와 조선 공동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은 미국은 아니지만 캐나다로부터 잠수함 프로젝트의 최종 후보 2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대만 가져서는 곤란한 것이 대규모 투자 또한 진행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스가 프로젝트가 10년 이상의 초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돌다리 두드리듯이 점진적으로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최근 조선업이 초호황이라 대규모 투자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순식간에 얼어붙기도 하는 것이 조선 업황이다.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나 대우조선해양 망갈리아조선소처럼 모기업이 한번 위기를 겪으면 방치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투자 계획을 신중히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의 조선사와 정부, 미국 정부와 기업이 10년 넘게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라며 “현실적으로 많은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 시장 진출은 단순한 해외 사업 투자가 아닌, 마스가라는 목표 아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나아가 한국과 미국,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굳건히 하는 프로젝트”라며 “전례가 없던 프로젝트를 기존의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위해 현지 조선소와의 공동건조, 인력 양성 등 다방면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미국과 상선 및 방산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 및 현대화를 지원하고, 함께 글로벌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