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대 총선에서 조국 당시 대표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슬로건을 앞세웠다. 유권자들은 이에 호응했다. 혁신당은 24.25%를 득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비례대표 46석 중 12석을 따냈다. 단숨에 원내 제3당으로 발돋움했다.
총선이 끝난 후 조국혁신당의 주요 보직은 ‘민정수석 라인’ 몫이었다. 초대 사무총장(보직 사퇴)에는 황현선 전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발탁됐다. 사무총장은 당의 전반적인 업무 지휘·감독, 조직 운영, 정책 및 선거 준비, 당 예산 및 재정 관리 등 정당의 살림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사무부총장엔 신우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친인척관리팀장이 임명됐다.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신 전 사무부총장은 특별감찰반장으로 있었다. 신 전 사무부총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문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이러한 인사를 두고 당 일각에선 불만이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현선 전 사무총장 등 민정수석 라인이 현역 의원들보다 더 강한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면 위로 분출되진 않았다. 사실상 ‘조국 1극 체제’인 상황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 16일 조 비대위원장이 수감됐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됐다. 이는 당내 갈등의 분기점이 됐다. ‘조국 없이도 당이 바로서야 한다’는 자강론을 앞세운 비당권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의총이 아무 쓸모가 없다. 최고위에 전권이 있다. (의원들에게) 토론권이라도 있어야 되는데, 그거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며 “조국 대표가 있을 때는 조 대표, 없을 때는 권한대행하고 사무총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보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황 전 사무총장이 모든 조 비대위원장 면회 때 동행했다고 전했다.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도 홍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 최고위원회는 대선 기획단 구성을 시도했다. 기획단 단장은 황현선 전 사무총장이 맡고, 위원으로는 차규근 정춘생 의원,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 등이 맡을 계획이었다. 대부분 ‘민정수석실 라인’이다. 이는 일부 현역 의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반발하자 대선 기획단 구성은 무산됐다고 한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다툼은 성 비위 사건을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경 당내 성 비위 사건 2건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 1건이 접수됐다. 직장 내 괴롭힘은 11건 중 1건이 인정됐다. 성 비위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은 영구 제명됐고, 나머지 한 명은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감봉조치 됐다.
9월 4일 강미정 전 대변인은 탈당을 선언하면서 당이 이 사건들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보호와 회복은 외면당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했다고도 했다. 강 전 대변인 측은 수감 중인 조 비대위원장에게 관련 사실을 전했음에도 별다른 지시나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태 일파만파…범여권 지각변동 오나).
이런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혁신당은 성 비위 사건 조사를 위해 외부 로펌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그런데 당은 최종 선정된 로펌을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가깝다는 이유였다. 이 문제를 처리할 인력 부족 문제도 겹쳤다고 한다. 이때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 심리치료비 지원은 의결은 됐지만 집행되지 않았다. 이유는 비용문제였다. 1인당 수백만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혁신당이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직자가 의원실 보좌진을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성 비위 사건 최초 접수는 여성위원회가 받았다. 당시 위원장은 강경숙 의원이었다. 당시 한 사무처 관계자는 ‘권한 없는 여성위가 왜 이 일을 맡아서 일을 키웠느냐’는 취지로 따졌고, 강 의원실 보좌진을 폭행했다. 현재 혁신당은 이 사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돌고 돌아 다시 조국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조국 비대위원장 책임론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선민 전 권한대행 등은 조국 당대표 시절 성 비위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했다. 수감된 다음에는 조 비대위원장과 어떠한 당무도 논의한 적 없다고 했다. 조 비대위원장 측은 피해자 편지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을 인지했지만, 당적이 박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비당권파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조 비대위원장은 수감 중에도 편지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메시지 정치’를 이어나갔는데, 유독 성 비위에 대해서만 침묵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고 했다. 당내 규정과 절차를 어기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해명은 ‘법꾸라지’ 논리와 같다고 비판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의 징계 수위가 약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은 인사는 당권파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당권파의 ‘제 식구 감싸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당권파 뿌리인 친문계를 보호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 가해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던 인사였다. 동시에 문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핵심 참고인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검찰 측 질의에 대한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당권파는 비당권파의 공세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성 비위 처리 과정에서 몇 차례 지연 문제가 있었지만,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규모가 작은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인력·자원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겹쳤다고 항변했다. 가해자의 정치 생명을 끊는 것에 대한 고민도 컸다고 한다. 이들이 ‘정치적 동지’이고 인재가 부족한 당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 12일 조 비대위원장은 강미정 전 대변인이 다시 대변인으로 복귀하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언론공지에서 “조 위원장은 강 전 대변인이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며 “이미 조 위원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의사를 강 전 대변인 측에 연락을 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의 비당권파 의원은 조국 비대위원장 결정은 당권파가 계속 당권을 가지겠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강미정 복귀 희망 발언’에 대해서는 “신뢰 회복보다는 당 지지율을 지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아닌 여론을 향한 ‘언론플레이’라는 것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일부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심리적 분당, 이것은 (조국혁신당) 안에서도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