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중에 한 말이다. 경험에서 나온 살아있는 말이다. 나 역시 40년 가까이 변호사를 하면서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공감했다. 국가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추상적인 국가라는 관념은 현실에서는 말단 형사나 검찰 서기일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사명감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냥 월급을 기다리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많았다.

“제가 문광부에 있다가 검찰로 왔어요. 문광부에서는 여기저기 가서 고개를 숙였는데 검사실에서 일을 하니까 어떤 높은 놈이나 부자라도 문을 들어서는 순간 저에게 비굴할 정도로 인사를 합니다. 그 맛에 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권력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공직이 개인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도구로 전락했다. 검사들도 그 내면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래 전 밤늦게 경찰서 수사과를 간 적이 있었다. 변호사로서 조사에 입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 또래 나이로 보이는 담당 형사가 까닭 모를 적의를 드러내며 이렇게 내뱉었다.
“너는 공부를 잘해서 변호사가 되고 나는 공부 못해서 형사가 됐다. 입회한답시고 네가 옆에 붙어 있으면 나는 조서를 나쁘게 써 줄 것이고 없어 주면 유리하게 잘 써 줄 거다.”
속이 꽤나 비틀린 인간 같았다. 그가 쓰는 조서는 수사서류가 아니라 창작이었다. 인성이 형편없는 그런 완장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린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그런 인간들이 득실거렸다. 그렇다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를까.
나는 고위층의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전 경찰청장의 변호를 한 적이 있다. 10만 명이 넘는 경찰군의 사령관으로서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다. 그가 선거에서 청와대 비서관 출신과 경쟁하게 됐다. 그의 당선 가능성이 거의 확실했었다. 투표 이틀 전 갑자기 압수수색이 나오고 그가 뇌물죄로 구속됐다. 담당 검사는 그의 변호인인 나에게 의외로 이런 말을 했다.
“이건 정무지 수사가 아닙니다. 매일 돌아가는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물급을 잡아넣는다는 성취감을 만끽하는 것 같아 보였다. 검사의 출세욕과 공명심은 사실을 만들어 냈다. 그 무렵 감옥을 찾아간 내게 경찰청장은 피를 토하듯 이런 말을 했다.
“누런 죄수복에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 검찰청을 가는 도중이었어. 갑자기 호송하는 차에서 나를 내리게 하는 거야. 그 네거리에는 경찰관들이 많이 있었어. 거기서 나를 조리돌림을 하더라구. 수치심으로 죽고 싶더구만. 내 부하였던 젊은 경찰관들이 침묵하면서 보고 있었어. 순간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마지막 자존심까지 갈기갈기 찢긴 것 같았다. 그 후 전직 경찰청장은 무죄가 선고됐다. 그렇지만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그 얼마 후 죽었다. 그 수사의 책임자는 검찰총장이 됐다. 나는 대통령이 되기 전 문재인 변호사를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꼭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망신 주기 수사와 그 자살에 한을 품은 것 같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 자신이 검찰의 표적 수사 대상이 되어 체험을 해 본 사람이다.
검찰개혁이란 뭘까. 기관 간의 권한 조정이 아니다. 그놈이 그놈일 수 있다. 그 본질은 공정과 정의다. 사명감이다. 주인의 눈치를 보는 권력의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 젊은 날 국내 인기 추리소설의 주인공인 ‘형사 오병호’를 보면서 나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은 집요한 형사 한 사람의 사명감에 달려 있었다. 그런 수사관을 만드는 게 진짜 개혁이 아닐까. 그릇만 바꾼다고 개혁이 아니다. 요란을 떨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정교한 입법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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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