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속가능항공유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지난 9월 19일 발표했다.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을 1%로 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 범위에서 국내 생산능력, 해외 의무 수준,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비율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SAF 의무화제도는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따른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3년 11월 ‘2050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해 “SAF를 사용해 2030년까지 국제항공 부문 탄소배출량을 5%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올해 1월부터 항공유의 SAF 비중을 2%로 설정했다.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2023년 기준 2.5배, 현재는 2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SAF 의무에 따른 항공사의 부담이 늘어난다. 국토부에 따르면 SAF 혼합의무 비율이 1%이고 SAF가 일반 항공유보다 2.5배 비싼 경우, 국적항공사 9곳이 1년 동안 총 920억 원가량의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 의무비율을 3%로 늘리면 3200억 원, 2035년 10%로 올리면 1조 2500억 원으로 늘어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혼합의무비율이 1%인 경우에는 아직 부담이 크지 않지만, 현재 SAF 가격 수준에서 혼합의무비율이 올라가면 항공사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후 국내에서 SAF 생산량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항공사들의 부담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AF 사용 의무화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SAF 수요가 2022년 24만 톤(t)에서 2030년 1835만t으로 7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시장은 2024년 약 17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에서 2034년 약 746억 달러(약 108조 9600억 원)로 연평균 46.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유업계는 일찌감치 SAF 생산 및 수출 역량 확보에 나섰다. 에쓰오일(S-OIL)은 2024년 1월부터 폐식용유를 정제 설비에서 처리해 SAF를 최초로 생산했고, 같은 해 4월에는 국제 친환경 인증인 ISCC를 취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6월 일본 ANA항공사에 SAF를 공급해 국내 최초로 SAF를 수출한 기업이 됐다. SK에너지도 올해 1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
항공유 시장은 정유사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석유화학업계도 SAF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에니)와 합작회사 ‘엘지에니바이오리파이닝’을 설립한 LG화학은 충남 대산에 연간 40만t 규모 SAF 전용 플랜트를 2027년 완공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수소화해 SAF와 친환경 나프타 등을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이 없는 LG화학도 SAF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건 의외”라며 “고부가가치 품목인 데다 미래 먹거리 사업인 SAF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SAF 생산 인프라가 타 국가 대비 적다. 미국(107개)과 캐나다(27개), 프랑스(19개), 영국(15개), 중국(13개), 일본(12개) 등이 SAF 전용 시설을 앞다퉈 세우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전용 생산시설이 전무하다. 국내에서는 기존 정유설비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일괄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SAF 전용 시설의 생산 수율은 60~80%이지만 코프로세싱은 약 10%에 불과하다. 주 원재료인 폐식용유 국내 연간 수거량 추정치는 약 20만t인데, 코프로세싱만으로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약 2만t의 SAF가 나온다. 국내 연간 항공유 소비량인 500만t의 1%인 5만t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SAF 수요나 시장이 아직 크지 않은 상태라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데다,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작정 투자하기가 힘든 실정”이라며 “SAF 혼합 의무화제도가 시작되는 시점에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 시설 투자 규모를 정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SAF 생산이 불안정해지면 항공사를 비롯해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SAF 원재료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인데 수급 불안정 등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