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여당이 속도를 내는 배임죄 개정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입법 개선의 필요성이 충분히 확인됐다면 국회가 불필요한 지연 없이 입법 권한을 행사해야 맞지만, 배임죄에 관해서는 결코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 정부가 출범시킨 관련 TF는 비로소 지난 8월 초 논의를 시작했고, 여당이 별도로 만든 TF는 출범한 지 이제 약 한 달 됐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갑자기 배임죄 폐지라는 결론부터 던진 것은 형벌의 도입과 폐지에 필요한 신중한 논의와 매우 거리가 멀다.
위험을 감수하는 진취적 의사 결정이 배임죄 때문에 이뤄지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지나친 우려인 데다 설득력도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오로지 회사를 위해 내린 의사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당연히 배임죄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률적으로는 이를 ‘경영판단원칙’이라고 한다. 경영판단원칙은 형법상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여러 판례를 통해 확립된 법리로 인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판단원칙이 형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수사·기소 단계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검찰 등 수사기관도 이미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법 적용이나 해석이 모든 사건에 공정하게 적용됐는지는 의문이지만, 만약 법률이나 법리가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이는 개별 사건의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법률이나 법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문제를 따져본 뒤 개정 여부를 신중히 논의해야 맞다. 정책 결정자나 국회가 배임죄를 폐지하겠다는 ‘결론’부터 성급히 내려서는 안 될 일이다.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배임죄 폐지가 구체적인 개정안으로 발의되거나 논의된 일은 없었다.

반면, 형사처벌은 수사의 강도나 제재 측면에서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형벌은 재산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집행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든 징역형 1년의 시간은 동일하다.
현재 민사적 제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배임죄는 지배주주나 재벌총수의 전횡을 억제하고 경제정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정책결정자와 입법자가 할 일은 회사와 일반주주에 손해를 입히고 있는 이해상충 거래에 대해 사전 억제와 사후적 책임 추궁을 강화하는 것이다. 민사 책임 등 다른 제재가 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대안 없이 배임죄 폐지부터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