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최근인 10월 22일 보고서를 낸 현대차증권은 예상 영업이익으로 불과 223억 원을 제시했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본드콜 금액이 폴란드 사업장에서만 1700억 원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본드콜이란 금융기관이 보증을 섰다가 건설사의 발주처와의 계약 위반 등으로 인해 보증액을 발주처에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의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원전 기대감만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실적 악화가 선반영됐다고 믿고 투자했다가 어닝쇼크(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로 인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전 사업 효과가 기대했던 것처럼 크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이 제기된다.
#차세대 원전 집중 전략
현대건설은 지난 3월 28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원전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H-로드’를 공개하고, 2030년까지 연결기준 수주 40조 원, 매출 40조 원 목표를 제시했다. 원자력, 수소 등 신에너지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특히 스몰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원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설이 원전 사업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이 전혀 뜬금없는 건 아니다. 현대건설은 고리 1·2호기 사업 때부터 참여했고 고리 3·4호기와 한빛 3·4호기 등 주요 프로젝트에서 주계약자이자 단독 시공업체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가 미국의 신생 디벨로퍼인 페르미와 연내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추진 등을 담은 원자력 부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기대감이 뜨겁게 불붙었다. 현대건설은 이후로도 글로벌 수많은 원전 관련 기업과 MOU를 맺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3~5월쯤 내밀었던 청사진에 비하면 아직 확실히 수주한 건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산된 것도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연내 미국 펠리세이드 SMR 사업과 관련해 부지 착공(초기 공사)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SMR 사업과 관련해 미국 홀텍과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총 10기의 대형원전을 착공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첫 번째 프로젝트가 앞서 현대건설과 MOU를 맺은 페르미의 마타도르 프로젝트(Matador Project)일 것이란 게 키움증권의 전망이다.
페르미는 올해 설립된 곳이지만 기업 설립과 동시에 통합운영허가(COL) 신청을 검토하는 등 사업 속도가 빠르다. 메리츠증권은 이 같은 속도에 대해 “페르미 경영진이 친 공화당이기 때문”이라며 “마타도르 프로젝트 내 대형 원전 4기가 들어설 캠퍼스 이름을 ‘도널드 J. 트럼프(Donald J. Trump)’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내년 1분기 중 10조 원 규모의 불가리아 원전 분리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원전 수혜 기대감을 다소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수익성이 미진하다는 논란이 계속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구금된 것과 관련, 미국 내 민심을 우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배터리 공장에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이 단속에 나섰는데, 배경에 미국 건설 노동자 조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포드와 공장을 짓는 SK온은 ICE의 기습 단속을 받지 않았는데, SK온은 포드와 조지아주 정치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건설업체와 제휴해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최근 기류만 보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서 역할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건설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 사태와 관련해 사과를 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으나, 그러면서도 비자 발급 과정을 개선해달라는 한국 측 요구에 대해서는 현지 채용을 많이 해달라는 쪽으로 답했다”면서 “현지에서는 구금 사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증시 분위기만 보면 생각보다 우려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미국 원전 등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어떻게 계약할지 등을 두고 신중히 살펴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가 그랬고, 건설사들의 수많은 프로젝트 또한 결과를 보면 수주 당시의 장밋빛 전망을 만족시킨 경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성패 확인 늦을 수밖에 없는데…
일각에서는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한우 부사장이 빠른 성과를 기대하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던 이한우 대표는 현대건설 역사상 첫 1970년대생 대표이사다. 이 대표 취임 당시 현대건설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는데, 원전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면서 실적은 부진하나 미래 먹거리는 충분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원전은 중장기 사업이고, 사업의 성패 확인이 뒤늦게 드러난다. 그에 비하면 실적 불확실성은 가까이 있다. 현대건설은 4분기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증권사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은 본드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발전 플랜트 현장으로부터 요구받은 본드콜 관련 비용(수백억 원)이 또 반영되는 등 공사 중인 다른 해외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작년 이례적인 대규모 적자를 내고도 비용 이슈가 끊이지 않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불신은 직접적이고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한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실적 관련한 부분은 상장사라 따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원전 관련된 주가 상승분은 어느정도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전 관련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