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 해지를 두고, 노동조합의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보복성 대응이라는 것이 해당 대리점 소장들의 목소리다. 노조 소속 기사들이 주말 휴무를 지키면 배송 물량이 쌓이고, 그로 인해 CS점수가 낮아진다는 이유로 소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리점은 주말에 용차(용역 차량)를 투입하거나 소장이 직접 배송에 나서며 점수 하락을 막기 위해 버티고 있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CS점수 평가 항목은 거래처 미수금, 고객 불만, 배송율, 회수율, 시간 내 배송율 등이다.
CS점수를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한 전 대리점 소장은 “CS점수를 개선하면 재계약을 해주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아 3개월간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사비를 들여 용차를 써가며 배송했지만, 결국 재계약은 불발됐다”며 “분명 점수가 올랐는데도 아무 통보 없이 대리점 공개입찰 공고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CS점수 개선 지시를 받은 대리점들은 주말 대체배송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용차를 부르려면 수수료 1000원짜리 물건에 2000~3000원을 줘야 한다. 한진은 주말 배송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아 그 비용을 전부 대리점이 감당해야 한다”며 “용차를 쓰지 않으면 CS점수가 떨어지고, 쓰면 손해가 커지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청에서는 노조 얘기는 절대 직접 꺼내지 않는다. 저희가 노조 기사들을 주말 배송에 투입하기 어렵다고 하면 회사는 ‘노조랑은 상관없고 당신이 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몰아붙인다”며 “회사 측은 ‘노조 핑계 대지 말고 직접 해라, 못 하겠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압박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뜻을 다 안다”고 말했다.
계약이 해지된 자리에는 한진 대리점연합회 소속 소장들이 새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리점 소장은 “현장에서는 상생 소장들 대리점을 모두 정리하고, 그 자리를 대리점연합회 소속 소장들이 나눠 맡게 될 거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실제 공개입찰에 연합회 소속 소장들이 참여하고 있고, 11월에 재계약 시점이 몰려 있어 줄줄이 계약 해지가 이뤄질 거라는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리점연합회 소속 한 소장은 “일부 소장들이 계약 해지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제1노조지만 단체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어 이 문제로 파업을 하진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이 터미널 소장과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 탓에 원청과 소장의 잇따른 계약 해지로 노조의 쟁의권도 쉽게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쟁의권은 단체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파업 등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으로, 노조의 실질적 교섭력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다. 한진 등 주요 택배사의 현장 구조상 교섭 주체가 본사가 아니라 각 대리점 소장이기 때문에, 소장을 교체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면 노조의 쟁의권이 자동 소멸된다.
노조는 그때마다 새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섭이 반복적으로 지연되고 노조 내부 결속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수노조인 통합운송노조 원영부 위원장은 “최소 여섯 차례는 교섭해야 하는데 노조를 꺼리거나 사측 성향이 강한 소장은 교섭을 한 달에 한 번만 하겠다고 버티면서 6개월이 넘게 시간을 끌고, 그 사이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탈퇴하면 좋은 구역을 주겠다’는 회유와 협박이 이어진다”며 “이런 소장들은 저희가 파업에 돌입하면 집화코드도 삭제해버려서 물량을 빼 돌리고 파업을 무력화시킨다”고 말했다.
주 5일 근무 원칙을 지켜온 기사들에게 대리점 소장들이 계약 연장을 이유로 주 6~7일 근무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기사가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요일에는 로테이션 근무를 돌아가며 출근하고 있어 2주에 한 번만 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에서는 노조 탈퇴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원영부 통합운송노조 위원장은 “지난 9월에 광주 지역 내 3개 대리점에서 저희가 부분 태업에 돌입했는데 저희와 협력한 5명의 소장이 계약 해지당하거나 계약 만료를 앞둔 상태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다수 탈퇴하면서 노조의 존폐가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한 간부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현재 전국택배노조 한진본부는 사실상 본부 기능이 마비된 수준으로 파악된다. 노조의 근간은 조합원인데, 투쟁 기조가 약화되면서 한진본부에서만 단기간에 수백 명의 조합원이 이탈해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인원도 많고 투쟁력 강했던 대표적 지회들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무력화됐다.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나타나는 진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파업 손해배상 청구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와의 교섭 책임을 지도록 한 법이다. 다만 법이 시행되더라도 택배기사들이 원청과 직접적인 고용 관계에 놓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사들은 여전히 대리점 소장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해야 하며 교섭권만 제한적으로 원청에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청이 선제적으로 노조 친화적 대리점 소장들을 정리하며 법 시행 이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노무사는 “노란봉투법이 발효되면 사용자 측은 직접 교섭 의무와 손해배상 제한 등 여러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러니 미리 부담스러운 대리점 계약을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법이 이런 상황까지 세밀하게 보완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반대로 사용자들은 이미 충분히 대응 논리를 갖추고 있다. 노동 자문 시장만 해도 1조 원 규모인데, 대부분의 기업이 로펌을 통해 사전에 계약 해지나 인력 정리를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게 준비한다”며 “제도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 과정일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조와의 갈등보다는 주 7일 배송 확대 과정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주 7일 배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물류사 입장에서도 주 7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상 차질 없는 운영이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대리점 관리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소장들이 노조 소속 기사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려다 보니 주 7일 체계에 차질이 생기고, 그 여파로 CS 점수가 낮아지는 사례가 반복된 것 같다. 물류사로서는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이런 압박이 구조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진택배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좋은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리점 서비스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항목 중 주 7일 관련 사항은 없으며, 이와 관련된 대리점 계약해지 또한 없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