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재판장 조형우)는 배임 혐의를 인정해 대장동 개발 비리에 연루된 유동규·김만배·정민용·남욱·정영학 등 ‘대장동 일당’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전원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민간개발업자들과 유착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했고, 투자목적회사(SPC) 천화동인을 통해 배당금을 받는 사업구조를 만들었다고 봤다. 그 결과 성남시가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일당은 모두 항소했다. 반면 검찰은 항소 시한인 11월 7일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예상을 깬 조치였다. 형사 사건 항소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다. 서울고법 형사 3부(부장판사 이승한)가 2심을 맡았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2심 재판에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형소법 제368조)’이 적용된다.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해 상소심 법원은 원심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피고인이 더 무거운 형을 받을까 두려워 상소권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해 실질적인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이 조항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상소했을 때 적용된다.
이에 따라 2심 재판에서 대장동 일당에 대한 형량은 줄어들거나 유지되는 것만 가능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징역 8년·벌금 4억 원·추징금 8억 1000만 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징역 8년·추징금 428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벌금 38억 원·추징금 37억 2200만 원, 천화동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2심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였던 이해충돌방지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직권으로 심리할 수 없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특가법상 배임 혐의는 2010년대 초 유착 관계 형성부터 배당금 수령까지 수년간 행위를 한 덩어리(포괄일죄)로 다뤄졌다. 1심 재판부는 특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량이 더 낮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판단했다. 배임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포괄일죄는 2심 재판부의 직권 판단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는 ‘주문 무죄’로 판결문에 명시돼 있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서판교 터널 등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서판교 터널 정보 등은 도시계획에 공고돼 있어 비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산상 이익’이 취득된 시점도 2015년으로 2022년 시행된 이해충돌방지법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주문 무죄 판결에 불복할 수 있는 주체도 검찰뿐이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2심 재판부는 이 혐의를 다룰 수 없다.

‘428억 원 분배 약정’은 뇌물이 아니라는 판단도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이다. 1심 재판부는 뇌물이 아닌 배임 범죄에 따른 이익을 나눈 것이라고 봤다. 이 428억 원이 이 대통령 선거자금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법적 다툼이 사실상 차단된 셈이다.
정진상 전 실장도 유리해졌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일당에게 수익 428억 원을 약정받고 2억 4000만 원을 받은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뇌물 공여자인 유동규·김만배 등이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정 전 실장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경가법상 배임 등 대장동 일당과 같은 혐의 관련 재판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 수익 환수 논란
대장동 일당 범죄 수익에 대해서는 473억 원 이상 환수하기 어려워졌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약 7800억 원의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장동 개발 사업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수익금인 대장동 택지 분양 배당금 4054억 원, 아파트 분양 수익 3690억 원, 자산관리위탁수수료 140억 원 등을 더한 금액이다.
검찰이 주장한 배임액은 4895억 원이다. 검찰은 택지 분양 총 배당금을 약 5917억 원으로 산정했다. 대장동 일당이 받은 약 4054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은 약 1830억 원, 금융기관이 받은 약 32억 원을 더한 금액이다. 아파트 분양수익을 더하면 9607억 원이 된다. 검찰은 이중 70%인 6725억 원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라고 했다. 여기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은 배당금 1830억 원을 뺀 4895억 원을 공사가 받은 피해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업협약 체결 때 미래 이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가법상 배임죄는 5억 원 또는 50억 원 이상의 이득액이 발생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이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서 특가법상 배임죄는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도 특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때는 구체적인 이득액을 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 원은 범죄 수익에서 제외한다고 판단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분양 사업을 직접 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장동 일당이 업무상 배임을 통해 챙긴 이익금은 최소 1128억 원이라고 했다. 대장동 택지 분양 총 배당금 5917억 원의 절반인 2958억 원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은 배당금 1830억 원을 뺀 금액이다. 이에 473억 3200만 원 추징이 결정됐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추징금은 유지 또는 감액만 가능하게 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남욱 변호사 소유 서울 강남구 빌딩 등에 대해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약 62억 원의 재산만 묶어놓는 데 성공한 셈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해도 대장동 일당이 자신들의 재산을 미리 처분하면 범죄 수익 환수는 요원해진다. ‘민사소송 환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1심 재판부도 “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곤란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대장동 일당 추징 보전금 반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2년 법원은 4446억 원의 추징보전을 인용했다. 현재까지 약 2000억 원이 실제 몰수·추징보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추징보전 효력 필요성이 낮아졌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인정된 473억 원 이상의 추징금이 선고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