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1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방안을 꺼냈다. 비상계엄에 가담하거나 협조한 공무원들을 솎아내 인사 조치하고, 그 정도가 심할 경우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각각 설치되는 개별 TF는 2026년 1월 31일까지 조사 내용을 확정해 총괄 TF에 보고하고, 2월 13일까지 인사 조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TF는 내부제보, 언론보도, 자진신고 등의 내용을 토대로 조사하고 필요 시 인터뷰와 디지털 포렌식 등의 조사를 진행한다. 49개 중앙행정기관 중 군, 검찰, 경찰, 기획재정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 12개 기관은 집중점검 대상이다. 조사범위는 12·3 비상계엄 전후 4개월가량으로 전해졌다. 조사과정에서 공적 사항이 있으면 포상도 함께 추진된다. 총괄 TF 단장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맡는다.
김민석 총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 계엄 정당성 옹호 전문 발송 이런 것들이 정부 내부에서 내란 동조 행태인데 그간 국회 국정감사, 언론 등을 통해 문제 제기가 돼왔다”며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 올리는 등 문제도 제기되고 결국 공직 내부에서 헌법가치 훼손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결과적으로 공직 사회 반목을 일으키고 국정추진 동력을 저하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야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11월 14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예상된다. TF가 PC, 서면 자료,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보는데 특히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면 직위 해제하겠다고 한다. 무슨 권한으로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송 원내대표는 “기관마다 제보센터를 설치해 공무원끼리 상호 감시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북한식 생활총화, 공산당식 상호감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여러분은 절대로 사고를 치면 전화기를 빼앗기면 안 된다”고 했던 발언도 적극 부각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1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과 4개를 달고 있는 대통령이 오히려 공무원들을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공무원을 헌법상 공적 주체가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버렸다. 정의의 감각이 완전히 뒤틀린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사생활을 통째로 들여다보려는 것은 중증 내로남불이자 위험한 집착”이라고도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1월 17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의 규찰대, 5호 담당제랑 같은 발상이다. 이 정도면 민주당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이제 변태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진 교수는 “‘국가권력도 내 침실을 들여다볼 권리는 없다’는 게 자유주의의 기본이고, 이는 우리 헌법의 기초를 이루는 원리”라고 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TF가 헌법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공무원 휴대전화와 PC 조사에 전체주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했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비교적 호평을 해왔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11월 17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공무원 중 계엄에 찬동하고 동조한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인데 그 몇 사람을 골라내려고 TF를 구성해 핸드폰을 포렌식한다는 것은 아주 유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안정시키고 포용하는 단계에 들어가야 할 때인데 갑자기 무슨 놈의 특별 TF를 만들어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하면 정부 효율이 일어나겠냐”고 되물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11월 16일 김민석 총리를 직권남용, 강요,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시의원은 “법원의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영장주의 위반, 사생활 비밀의 자유 위반 등 위헌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같은날 이재명 대통령과 김 총리를 직권남용,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비판과 논란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자 여권은 적극 해명과 옹호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우선 국무총리실은 11월 13일 자료를 통해 “용어 선택에 다소 신중하지 못해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지침을 수정한다”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디지털 포렌식’을 디지털 장비에 대한 종합적 조사로 바꾼다고 알렸다. 총리실 측은 “49개 중앙행정기관 감사관실은 디지털 포렌식 전문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한 총리실은 본인 동의가 없으면 조사 대상자 휴대전화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장비 조사는 본인 동의가 있을 때에 한하여 특정한 문자, (카카오톡)메시지, 구글 타임라인 등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도 했다. 다만 총리실은 상당한 의혹이 있을 경우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되, 비협조적이면 대기발령 또는 직위해제 후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배신한 공직자에겐 단 한 치의 용서도 없다. 민주당은 정부의 헌법존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12·3 불법 비상계엄 및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는 누구든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박균택 의원은 11월 12일 법사위에서 “TF를 출범시킨 이유가 군경 등을 중심으로 내란에 동조했던 인물들이 승진 인사 대상으로 분류가 되는 바람에 공직사회에서 불신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백승아 의원은 18일 운영위에서 “헌법존중TF를 솎아내기 TF라고 하는데 원인제공은 국민의힘, 윤석열 정권이 했다”고 쏘아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월 16일 SNS를 통해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TF를 우회적으로 지지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18일 국회에 출석, “특검 수사가 연장되는 바람에 지금 조사를 하지 않으면 내란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에 대한 조치를) 내년 인사에 반영할 수 없다”고 했다. 김민석 총리는 “조사는 헌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꼭 필요한 범위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신속히 진행되고 마무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단일대오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려의 기류도 감지된다. 11월 18일 만난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TF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란 청산을 다시 전면에 꺼낸 것은 어떻게 보면 정국을 주도할 별다른 카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지층이야 환호하겠지만 무당층을 중심으로 (내란에 대한)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 지방선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서 “5년 내내 적폐청산을 외치다 정권을 내줬던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도 비슷한 견해였다. 그는 “개인 휴대전화를 보겠다는 발상을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 특히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MZ 세대 공무원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검찰, 법원과 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 민주당 정서가 검찰과 법원을 넘어 공직사회 전반으로 퍼질까 걱정스럽다. 벌써부터 익명 게시판엔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검사장 집단 성명 때처럼 모두 징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일요신문이 취재를 위해 접촉한 공무원들은 직위와 부처를 막론하고 쓴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정부 여당의 강경한 입장 때문인지 반복적으로 익명을 요구했다. 집중점검 대상에 포함된 국방부 한 고위 인사는 “휴대전화 제출에 동의를 안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강제나 다름없다. 안 한다고 하면 분명 의심스럽다며 조사를 하려 들 것”이라면서 “휴대전화에 민감한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정부가 영장도 없이 무슨 자격으로 보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헌법존중 정부혁신이 아니라 헌법파괴 정부후퇴”라고 했다.
경찰 역시 집중점검 대상에 포함된 기관이다. 경찰들은 이번 TF를 두고 조직 길들이기 차원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민주당에서 일선 경찰 수사가 성에 차지 않는다며 태업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줄곧 내왔는데, 마치 이를 계엄 잔당 세력의 저항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TF를 통해 기강을 잡고, 주요 라인에 현 정부와 가까운 경찰들을 포진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검찰, 경찰, 군 등뿐 아니라 중앙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부처 한 서기관은 “최근 직원들끼리 모이면 이 얘기만 한다.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하면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있다. 대우도 박한데 굳이 이런 모멸감까지 받으면서 근무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이 서기관이 일하는 부처에선 얼마 전 10여 명의 직원들이 모여 이번 TF에 대한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고 한다. 공무원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고위직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적폐청산을 거론했다. 그는 “다신 떠올리기 싫은 경험이다. 공직사회가 초토화 됐었다”면서 “어제 같이 일했던 동료를 적폐라고 제보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승진을 위해 경쟁자를 근거도 없이 모함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단 이름이 올라가면 해명할 기회도 없이 적폐로 몰리는 분위기였다. 조직 내에 불신이 가득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문제를 제기하면 적폐라고 하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아마 다른 소리를 내면 내란 세력이라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은 TF의 중점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권 인사들은 ‘친윤 검사’들이 계엄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나온 후 TF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을 거론하며 사실상 검찰을 염두에 둔 카드라는 말까지 나온다. TF를 통해 조직 전반을 ‘리셋’하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검찰 내에 팽배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청까지 폐지되는 마당에 이젠 계엄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우리도 대부분 TV를 보고 계엄을 알았다. 또 윤석열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업무 특성상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법적 처리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이 과정에서 상명하복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검찰 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무원이 다 그렇지 않느냐”면서 “이를 무시하고 계엄이라는 기준 하나로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면 그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TF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여권의 포석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TF 활동 타임라인에 따르면 2026년 1~2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추후 수사가 이뤄진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계엄’ 키워드가 선거 내내 화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노리는 것도 이 지점일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생각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는 11월 13일 TF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란 몰이로 재미를 보겠다는 저열한 정치 공작”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