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은 11월 A매치 기간, 볼리비아와 가나를 상대로 2승을 거뒀다. 10월 브라질전 대패 이후 파라과이전을 포함 3연승이다. 3경기에서 기록한 득점은 5골, 실점은 없었다.
그럼에도 대표팀을 향한 무관심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지속됐다. 이번에도 관중석 곳곳에 빈 자리가 눈길을 끌었다. 볼리비아전은 3만 3852명, 가나전은 3만 3256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원인은 여러가지로 분석된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과정에서부터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정몽규 회장의 4연임 또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의 경기력 또한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멕시코를 차례로 만난 9월 원정 2연전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0월부터는 무기력한 모습이 지속됐다. 브라질전 90분간 5골을 내주는 사이 대표팀의 유효슈팅은 단 1개였다. 11월에도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나를 상대로도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자연스레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다. 감독의 의도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지만 대표팀은 수비 안정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일단은 버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후방에서 지키는 것에 비중을 두는 반면 공격을 만드는 장면에서 얼마나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약 4년 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던 당시 대표팀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유사한 라인업과 전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다르다. 월드컵 예선 과정이 끝난 이후 홍 감독은 기존의 백4가 아닌 백3 시스템을 꾸준히 활용했다. 이번 11월 일정, 볼리비아전에서 백4로 복귀했으나 가나를 상대로 다시 백3를 꺼내 들었다.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진 백3 시스템에 대해 홍 감독은 지속적으로 "월드컵 무대에서의 플랜B"라고 설명한다.
출전 멤버도 지속적으로 달라진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정도를 제외하면 다양한 선수들이 출전 시간을 골고루 분배받고 있다. 가나전에는 미드필더 두 명의 자리에 4명의 선수가 45분씩을 소화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라인업을 고정하는 것이나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해보는 것은 감독의 선택이다. 어느 한 쪽이 맞는 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현재 대표팀은 선수가 골고루 기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026년 6월 11일 막을 올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까지는 약 200일이 남은 시점이다. 11월 20일 현재 기준 약 보름 뒤에는 조추첨식이 진행된다.
대표팀의 이번 일정에서 최대 수확은 피파랭킹을 지켰다는 것이다. 11월 A매치 일정이 끝난 20일 새로운 피파랭킹이 발표됐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22위 순위를 유지했다. 이는 조추첨식에서 포트2를 배정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세계 축구 강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과 만남을 일부 피할 수 있다.
22위 순위를 지키며 '변수'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조추첨식을 눈앞에 둔 시점이지만 아직 포트 배정 방식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유럽의 경우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단계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 단계를 통과하는 국가 중 일부를 높은 포트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세계 축구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로 인해 포트 배정에서 순번이 밀리더라도 포트2 끝자락을 지킬 수 있는 순위에 있다.
대표팀의 포트2 배정은 역대 월드컵 출전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그간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면 대표팀은 월드컵 조추첨에서 하위 포트에 배정을 받아왔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피파랭킹이 높지 않아 포트3에 배정되면서 포르투갈(포트1), 우루과이(포트2) 등 버거운 상대를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하게 된 것이다.
현재로선 크로아티아, 모로코, 콜롬비아, 우루과이, 스위스, 세네갈 등이 포트2 후보로 꼽힌다. 대표팀으로선 이들 부담스러운 상대와 한 조에서 만나지 않게 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조추첨식은 오는 12월 5일로 예정돼 있다. 조추첨 결과는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이벤트다.
조추첨 이후에는 각 조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월드컵을 여는 FIFA는 강팀과 약팀을 고루 분배하려 노력하지만 매번 '죽음의 조'는 탄생해왔다. 대회에 참가하는 그 어떤 국가도 자신들이 죽음의 조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부터 참가국이 48개로 늘었고 대회 기간은 길어졌다. 조편성에서 행운이 따라 조별리그에서 체력을 아끼는 대회 운영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편성 이전 마지막 A매치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어느 정도 조편성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게 됐다. 포트1에선 개최국 3국을 만나는 것이 행운이 따르는 결과로 간주된다.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 개최국인 현지 적응, 홈팬의 응원과 같은 이점이 따르지만 포트1에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프랑스와 같은 부담스러운 상대들이 즐비하다. 반면 지난 9월 A매치에서 대표팀은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또 다른 개최국 캐나다는 포트1 후보 국가 중 가장 약체로 평가 받는다.
포트3에서는 알제리, 코트디부아르, 튀니지 등 아프리카 국가가 경계 대상이다. 대표팀은 선수 개개인이 개성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는 유형의 국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에 일격을 당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가나에 고전했다. 또한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를 앞세워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노르웨이는 포트3 최대 강팀으로 꼽힌다. 최근 평가전에서 승리를 상대한 파라과이, 월드컵 진출 경험이 많지 않은 파나마 등을 만난다면 대표팀이 우세를 보일 수 있다.
가나는 포트4에서 경계 1순위 국가로 꼽힌다. 이번 11월 평가전에서도 대표팀은 핵심 멤버가 대거 빠진 가나를 상대로 고전했다. 이외에도 유럽 플레이오프를 뚫고 이탈리아, 덴마크, 튀르키예 등이 본선 무대에 올라 포트4로 배정된다면 분명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반면 월드컵 본선이 생소한 카보베르데, 퀴라소, 아이티 등은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아르헨티나, 노르웨이, 가나와 한 조에 편성된다면 대표팀에겐 월드컵이 곧 악몽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캐나다, 파나마, 퀴라소와 한 조에 묶인다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게 된다. 대표팀에게 어떤 행운이 따를지는 약 보름 뒤 지켜 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