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자 회화로 주목받는 성주영도 그런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는 도예를 전공한 작가다. 그러나 도예 세계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결국은 도자 기법을 응용해 새로운 현대 회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두고 ‘벽에 걸리는 도자’ 혹은 ‘도자기로 그린 회화’라고 부르는 이유다.
성주영 도자 회화를 보면 도자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유려한 리듬이 느껴지는 굴곡진 평면에 추상적 터치가 보이는 부조식 회화 같은 느낌이다. 두꺼운 종이를 돌돌 말아 오브제처럼 평면에 붙인 도자도 보인다. 이런 방식을 고안하게 된 것은 백자를 만드는 고운 흙의 성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주영은 도자 회화의 캔버스에 해당되는 백자토의 약한 성질을 이용해 자신이 생각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재료의 약점을 표현 기법으로 바꾸어버린 셈이다.
도자 회화 제작은 기형을 만드는 과정만 없을 뿐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도자기를 평면으로 펼쳐 놓는 방법처럼 보인다. 백자토를 도자 제작할 때처럼 반죽한 다음 얇게 펴서 바탕을 만든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주물러 최대한 곱게 만든 후 피자 도우 펼치는 것처럼.

성주영의 도자 캔버스는 건조되면서 붓질한 부분에 균열(크랙)이 생긴다. 크랙 부분에 색깔을 상감 기법으로 새겨 넣고 가마에 구워내면 성주영의 도자 회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도자 회화를 통해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직은 젊은 나이인 성주영 자신이 그 또래가 겪어낸 성장통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신의 숙성을 위해 견뎌내야 했던 고뇌, 인간관계에서 생겨난 마음의 상처 같은 것이다. 이를 백자토의 단점인 약한 성질에 담아냈고, 극복하는 과정을 상감기법으로 표현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