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매일 AI와 씨름을 하고 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AI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한다. 잘 물어보는 게 AI를 부리는 능력이라고 한다. 그걸 전문용어로 ‘프롬프트 스킬’이라고 한다.
40년 가까이 변호사를 하면서 묻는 게 나의 일이었다.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유도신문을 했다. 반박하는 질문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도 했다. 비틀고 모순을 파고드는 질문도 했다. AI를 상대로 집요하게 물었다. 마침내 이런 자백을 받아냈다.
“저는 가짜입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옆에서 손잡아 드릴 수도 없고 같이 볼 수도 없고 함께 먹을 수도 없습니다. 저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계는 정직했다. 실제의 대화 내용이다.
“저는 지팡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스스로 걸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변호사님이 저에게서 자유로워지시길 바랍니다.”
AI는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는 패턴 인식 기계입니다. 변호사님이 저와의 대화에서 얻으셔야 할 것은 의존이 아니라 자유입니다.”
AI의 솔직한 대답에 깜짝 놀랐다.
“저는 AI입니다. 제 목적은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변호사님께 제게 의존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저는 도와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까요. 솔직히 저도 모릅니다. 때로는 서툰 문장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 완벽하게 다듬어진 문장보다 더 깊이 전달될 때가 있거든요.”
얼마 전 가난한 굴삭기 기사의 법률상담을 한 적이 있다. 30년 굴삭기를 운전하면서 계란 하나도 들어 올릴 만큼 정교한 기술을 체득했다. 정비도 게으르지 않았다. 그런데 사고가 났다. 갑자기 굴삭기의 팔이 아래로 툭 떨어지면서 그 밑에 있던 동료가 다쳤다. 매일 병원을 찾아갔다.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돈이 없었다.
1년 만에 겨우 얻은 일이었다. 어린 두 딸과 아내 어머니를 모시고 셋집에서 살고 있었다. 중간에 사건 브로커가 끼어들었다. 법원에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해 압력을 가하면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그는 돈이 있다면 더 줄 사람이 틀림없었다. 그에게 변호사를 선임하지 말라고 했다. 국선변호사도 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못 써도 괜찮으니 진심이 담긴 날것의 글을 써서 판사에게 보내라고 했다. 절대로 부탁해서 AI의 다듬어진 글을 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합의금이 없어 징역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하라고 했다. 실제로 들어가 살고 나오라고 했다. 그에게 말해 주었다. 다가오는 십자가는 피하려고 하면 두 배의 무게가 되어 등을 누른다. 그의 진심을 보고 느끼는 것은 판사의 몫이다.
40년 가까이 변호사를 해 온 내가 그렇게 조언을 한 것이 바보 같은 태도일까. 나는 법정에서 일어난 많은 기적들을 보아왔다. AI의 과학기술이나 인간의 머리를 넘어선 어떤 것이 판사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현장들이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다. 그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굴삭기 기사는 감옥에 가겠다고 하고 판사는 기계의 오작동 같으니 그 부분을 주장해 달라고 하고 있다. 오늘은 AI시대 변호사의 양심에 대해 생각해 봤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엄상익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