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 시행 전인데도…‘학폭 탈락자’ 298명

전형별로 보면 수시모집에서는 370명 가운데 272명(73.5%), 정시에서는 27명 가운데 26명(96.3%)이 학폭으로 인한 감점이 반영돼 탈락했다. 가장 많은 학생이 탈락한 학교는 계명대로 총 38명(수시 34명·정시 4명)이었으며, 경북대가 22명(수시 19명·정시 3명), 경기대가 19명(수시 16명·정시 3명)이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대는 정시에서 2명,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수시에서 각각 3명과 6명이 학폭 감점을 받아 불합격됐다.
학폭 조치는 경중에 따라 1호(서면 사과), 2호(접촉·협박·보복 금지), 3호(학교봉사),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로 나뉜다. 1~3호는 조치 사항을 이행하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지만 4~5호는 졸업 후 2년 동안 보존되며, 6~8호는 4년 보존, 9호는 영구 보존된다. 단 4~7호는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기록 삭제가 가능하다.
지난해까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폭 이력을 대입 전형에 반영해왔는데, 올해 입시에서는 모든 대학이 학폭 기록을 감점 요소로 의무 적용한다. 다만 대학별로 학교폭력 조치 반영방식은 정량평가, 정성평가, 지원자격 제한 등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대는 모든 처분 결과(1∼9호)를 정성평가로 최종 점수에 반영하지만, 경북대는 1~3호는 10점 감점, 4~7호는 50점 감점, 8~9호는 불합격시킨다.
입시 업계는 올해 이후 ‘학폭 탈락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폭 조치) 4호 이상의 처분은 수시, 정시 모두에서 사실상 합격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 “2028년부터는 학교 내신 5등급제가 적용돼 최상위권에서는 내신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고, 정시의 경우도 수능 점수가 촘촘하게 몰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폭 처분 결과 사항은 대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반영 기준이 제각각이라 형평성 논란에 빠질 우려도 나온다. 학폭 가해자들이 비교적 ‘학폭 감점’이 적은 학교에 지원해 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별로 학폭을 반영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입학생 선발은 대학의 자율 영역이기 때문에 학폭을 어떻게 반영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예컨대 정성평가라고 해서 (학폭 가해자가) 합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올해 입시 결과를 본 뒤 대학과의 소통을 통해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면서 “이번 입시 결과를 바탕으로 학폭 조치로 인한 불합격 비율을 전수 조사해 대학마다 다른 학폭 반영 방식에 따라 얼마나 합격과 불합격이 달라지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만약 학폭 조치를 받은 인원들이 대부분 합격하는 등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면 이를 면밀히 분석해 국회와 협의해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폭 소송 늘고, 고입엔 반영 안 돼” 허점도

이 가운데 가해자가 건 소송 건수(292건)는 피해자가 건 소송 건수(146건)의 2배 수준이었다. 가해자 소송 건수는 2021년 38건, 2022년 51건, 2023년 100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법정으로 향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강남·서초)은 93건으로 전체 소송의 21.2%를 차지했으며, 강서양천지원청(강서·양천)이 15.1%(6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정의 빈부격차에 따라 소송 등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맞폭(가해자가 피해자를 역으로 신고)’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행정소송으로 끌면서 집행정지로 효력을 중지키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면서 “학폭 문제를 일으킨 부유한 집 학생은 소송전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자녀 대입에 관심 없거나 경제적 여력이 없는 집 학생은 학폭으로 인해 대입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교수는 이어 “이미 터진 문제를 가지고 대학 진학을 막기보다 예방 차원에 초점을 둬야 한다”면서 “정부가 대입에 학폭을 반영하는 목적은 결국 학폭 예방일 텐데, 의도했던 학폭 감소를 가져오도록 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현장의 우려대로 학폭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관련 소송만 남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학교 학폭 처분 건수가 고등학교보다 많지만 특목고와 자사고 등 고등학교 입시에는 학폭 조치 사항이 반영이 의무화되지 않는다. 지난 5월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4년 전국 중학교 학폭 처분 건수는 3만 6069건으로, 고등학교(1만 2975건)보다 약 3배 많았다. 학폭 조치의 경중이 모두 다르지만 단순 건수만 비교해봤을 때 학폭은 중학교가 고등학교보다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후배들을 상습 폭행한 학폭 가해자가 특목고에 해당하는 충청권의 한 체육고등학교(체고)에 특기생으로 입학해 공분을 샀다. A 체고에 입학한 B 군(16)은 지난 7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사회봉사(4호) 처분을 받고 학생부에 학폭 조치 사항이 기재됐다. 그는 해당 학폭으로 6개월 동안 대회 출전도 제한됐지만 A 체고 측은 “학교폭력 이력을 입학 심사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교육청도 B 군의 입학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남기 교수는 “특목고나 자사고 등에 진학하는 학생들 상당수가 우리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고등학교 입학사정관이 학폭 조치 사항을 참고 자료로 쓸 수 있도록 허용은 해야 한다”면서 “다만 억울한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어 계도를 통해 폭력적인 기질이 개선됐는지 판단할 수 있는 심층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교 입시에서 학폭 조치 반영을 의무화하려면 사회적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목고나 자사고 입시의 경우 학폭 조치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해당 학교들은 ‘학교장 전형고’이기 때문에 입학 전형을 학교 내에서 수립한다. 만약 (학폭 조치 반영을) 의무화하려면 법 제정이 따로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교육부 내에서 관련 논의는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