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도 배당부터 적용되는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고배당 상장법인 주주가 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 합산 없이 별도로 과세하는 분리과세 특례를 확대하는 것이다.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고배당 상장법인의 주주가 받는 배당소득은 현행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인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더라도 다른 소득과 합산되지 않고 분리과세된다. 고배당 상장법인의 기준은 시행령에서 위임될 가능성이 높으며,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상장법인’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내용은 △배당소득 2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 구간: 20% 분리과세 △배당소득 3억 원 초과~50억 원 이하 구간: 25% 분리과세 △배당소득 50억 원 초과 구간 신설: 30% 분리과세다. 2000만 원 이하 분은 현행 14% 원천징수 세율을 적용한다.
#자본시장 활성화 기대와 제한적 수혜 논란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이 기업들에게 배당 확대를 위한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해,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다른 나라는 우량주를 사서 중간 배당을 받고 생활비도 하는데, 우리는 중국보다도 배당을 안 한다”며 배당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한 한시적 특례 조항 신설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세제 개편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혜택이 고배당 상장법인의 개별 주식에만 한정된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대다수 일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상품의 분배금은 이번 분리과세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또 개별 주식 투자에 능숙하거나 해당 기업의 지분을 많이 보유한 일부 고액자산가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아, 정책의 목표인 ‘국민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성장 단계에 있는 혁신 기업들은 이익을 배당 대신 연구개발(R&D)이나 설비 확충에 재투자해야 미래 성장이 가능하다. 정부가 고배당만을 장려할 경우, 기업들이 재투자 대신 배당을 선택할 유인이 커져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지배주주에게 배당을 늘릴 인센티브를 줘서 소액주주도 수혜를 받도록 한다는 취지인데 그 취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년 대비 배당을 늘리는 노력상에 해당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은 금융소득 과세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행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 2000만 원은 2013년에 4000만 원에서 하향 조정된 이후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물가와 국민총소득(GNI)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기준이 고정돼 실질적으로는 과세 대상이 확대되는 ‘사실상의 증세’라는 비판이다.
이는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세율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8년 8800만 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낮춘 이후 17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근로소득 액수가 크게 늘었다. 더 높은 구간을 적용 받는 이들이 많아졌으니 사실상의 증세가 이뤄진 셈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 구간의 기준 금액이나 공제금액을 정기적으로 혹은 자동으로 조정하는 물가 연동(Indexing)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처럼 경직된 과세 체계를 가진 나라는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임금 정체를 겪고 있는 일본이 유일하다.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세금 부담의 현격한 차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배당과 이자 등 금융소득은 국민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행 세제는 금융소득을 근로소득보다 비생산적인 것으로 인식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은퇴 후 금융소득에 의존해야 하는 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한 2000만 원의 소득에 대해 근로소득자와 금융소득자가 부담하는 세액을 비교하면 현행 세제의 불균형이 명확히 드러난다. 근로소득의 경우 각종 공제 혜택이 적용되어 실질적인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예를 들어 연봉 2000만 원 근로자는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보험료 공제 등 적용 후 과표 650만 원에 6% 세율을 곱한 후 최대 5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실제 세금은 약 17만 6000원이다. 금융소득만 2000만 원인 비근로자는 15.4% 단일 세율로 308만원이 원천징수된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금융소득 2000만 원에 대한 세액이 근로소득 2000만 원에 대한 세액보다 약 17배 이상 높다. 이는 근로소득에 비해 금융소득에 대한 공제 혜택이 전무한 현행 세제 구조 때문이다.
#은퇴자에게 불리한 ‘노인세’로 우려
물론 생산에 기여하는 근로의 가치는 인정돼야 하지만, 은퇴 후 금융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이들 역시 소비를 통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금 부담의 차이가 은퇴 계층에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평생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한 후, 은퇴하여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연봉 6000만 원인 A 씨는 각종 공제를 받아 과표기준 소득은 4000만 원이 돼 실제 세 부담은 약 385만 원~440만 원이다. 연금소득 1900만 원과 금융소득 2800만 원인 은퇴자 B 씨의 세 부담액은 약 521만 원이다. 은퇴자 B 씨의 공제 후 과표기준 소득은 4000만 원으로 현역 근로자 A와 같지만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은퇴 후 금융소득이 있다면 세제 불균형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사실상 ‘노인세’가 되는 셈이다.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은퇴 계층에게 과도한 세 부담을 지우는 현행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노후 빈곤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물가와 소득 수준을 반영하여 최소 3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하고, 근로소득과의 형평성을 위해 금융소득에 대한 기본공제를 신설하는 등 근본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수혜 대상과 근본적인 세제 문제 외면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