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건설공제조합은 회생기업들에게 법원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며, 조합 채권만큼은 예외로 취급할 것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한 건설사에 따르면 공제조합이 회생기업 측에 “법원이 정한 변제율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공제)조합이 회생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회생기업에게 본인들의 과거 손실을 다시 떠넘기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며 “조합 내부에서는 일종의 ‘관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회생법원 판사도 공제조합의 이 같은 태도를 문제 삼고, “불법적인 요구에 법원이 허가서를 발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회생제도 훼손’이라는 비판마저 이어지고 있지만, 공제조합의 요구 방식은 상당 기간 고착화돼 왔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건설공제조합의 보증 없이는 공공입찰은 물론 대부분의 민간 공사도 도전할 수 없다. 회생을 막 졸업한 기업들은 자금난과 신용 한계에 놓여 있어 공제조합 보증은 사실상 재개를 위한 생명줄에 가깝다.
이에 대해 건설공제조합은 “회생기업에 면책채무의 전액 변제를 요구하거나 부당한 거래조건을 제시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조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2019년 유사 사안을 조사했으나 모두 ‘무혐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렸다며 “전액 변제 요구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건설공제조합은 동시에 “조합에 손해를 끼친 조합원은 다른 출자자에게 손해가 전가되므로 피해 전보가 필요하다”며 “피해 회복 없이도 거래를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회생기업의 신용도와 피해회복 정도에 따라 거래 허용 범위를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피해 회복(상환)’ 여부가 실질적인 거래 재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회생기업들은 이러한 구조가 회생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원이 승인한 회생계획은 모든 채권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강제 규범임에도, 건설공제조합이 이를 사실상 예외 취급해 ‘조합 채권만 100% 상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이 부담을 견디지 못해 2차 회생 신청이나 파산으로 내몰린 사례도 있다고 토로한다.
건설공제조합은 “다른 보증기관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며 경쟁체제가 형성돼 있어 선택지는 있다”고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공제조합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선택권은 말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회생절차는 회생기업의 정상화를 위한 국가적 법률 시스템”이라며 “보증기관이 실질적 독점 지위를 이용해 회생계획의 강제력을 약화하면 시장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제조합이 내세우는 논리는 명확하다. 조합은 출자자 공동체이며, 한 기업의 보증 사고가 다른 조합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생법 체계는 모든 채권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부여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정 채권자를 예외 취급하면 회생제도의 공정성과 강제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C 건설사는 “정관과 규정 뒤에 숨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보증이 없으면 시장에 들어갈 수 없는데, 선택권이 있다고 말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제조합의 선택적 적용 가능성도 우려한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건설업 위기에 따라 회생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조합이 조합원 보호 명분 아래 ‘제도 밖 기준’을 적용할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생절차라는 ‘법의 장치’와 조합의 ‘자율 규정’ 중 무엇이 우선인지 논란 속에 회생기업들은 존망기로에 서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